사이펀 신작시 강비아
듀얼 타임 외
알파카 판초를 입고서
태어나 처음 갖게 된 털로
옷을 지어 입은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태양 신전에 바쳤던 가장 따뜻한
심장이 떠올랐다
타들어가는 심정
모른 척했던 마음이 돌처럼 단단해지고
고대인들은 돌 사이에 끼워둔 나무가 틈을 만든다고 했다
얼마만큼의 사이가 떨어지기 좋을까?
정교하게 맞물린 안쪽 돌과 바깥 돌
쌓아 올려지기 힘든 믿음
부어오른 손등으로
거울에 고인 빛을 하늘에 반사시켰다
기억이 한 손을 들어 눈을 질끈 감는 사이
새끼 알파카가 품에 안겨 긴 잠에 빠져 있다
쓰다듬던 손이 심장을 꺼내는 손이라는 것
믿기도 전에 내밀던 발등
빨갛게 젖어 번지는 거울을 보며
신전이 있던 고산지대에서는
태양이 오래 머문다는 사실을 알았다
식탁 위에 접시를 놓으며
내놓을 것이 없었다
불어 터진 국수
악 소리밖에 남지 않았다
차가워진 입술을 버리며
무언가 말하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울이 텅 비어 있었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여러 번 같은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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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바구니에 딸기를 담는다
겨울딸기는 더 달다
재상영되는 영화에서는
갈라선 사람들이 길 끝으로 걸어가는 장면
시작이 된지도 모르게
자꾸 시작되어서
등 떠밀려 광장까지 걸어갔다
‘메아쿨파’를 외치던 사람은 이미
기차를 타고 떠났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광장에서는
색이 다른 비둘기들이 시계탑 아래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거고
바이칼 호수를 오래 보고 있을 것이다
등을 돌린 이들이 모여 독한 술을 마시며
발갛게 익어갈 동안
끈적거리고 녹아내려서
짓이겨진 마음
아직 끝나려면 멀었는데
누가 가버린 거지? 고개를 돌려
비워진 바구니를 쳐다 본다
빈 곳에는 채워지려는 안간힘
혼자 웅크린 딸기가 그늘을 부풀리고
바닥으로 새어 나오는 붉은 울음을
손바닥으로 닦으려다
누군가의 등을 두드리게 될까 봐
휘청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사이
추운 땅에서도 어울리지 않게 딸기는 익어가고
창밖엔 진눈깨비
희지도 검지도 않은 자막 속에
똑똑 뱉어낸 이름들이 스치고
사라지는 화면 속에
길을 묻는 사람
잠시
*메아쿨파(mea culpa) : ‘내 탓이요’라는 뜻의 라틴어. 고해성사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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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비아
2025년 문학뉴스 & 시산맥 신춘문예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