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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예술가들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 문화사(1613~1917)
솔로몬 볼코프 지음 | 이대우, 백경희 옮김 | 480쪽 | 18,000원 | 인문학>역사 |
9791186430118 (03920) |신국판(152*224mm) | 2015년 12월 21일 출간 | 우물이 있는 집
푸쉬킨과 논쟁을 벌인 니콜라이 1세,
아들에게 톨스토이의 《전쟁 이야기》를 읽어 준 니콜라이 2세,
로마노프 왕조와 러시아 예술가들의 만남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절대 권력과 위대한 예술가들, 그 애증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300년간 러시아 제국을 통치했던 로마노프가(家)의 황제들, 그들은 말 한마디로 농노를 해방시키고, 처형 직전의 사형수에게 사면령을 내릴 수 있는 절대 권력자들이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민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국민 의식을 선도하는 예술가들이었다. 한편 푸쉬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등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러시아 문화의 거장들이 바로 그 권력의 비호 아래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시인 푸쉬킨의 죽음을 정권 홍보에 이용하려 했던 니콜라이 1세가 권력을 과감하게 비웃는 희곡(고골의 감찰관)에 찬사를 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알렉산드르 3세가 보조금과 국가 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문화계 인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궁중의 음모와 스캔들 그리고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애정사 등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황실과 문화계 주요 인사들의 긴밀하면서도 원초적인 관계를 심도 있게 드러내고 있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공식 문화사 이면에 얼마나 많은 진실의 단초들이 숨겨져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의 특징과 의의
이 책은 기존의 문화사들과 달리 동시대인들의 일기, 편지, 메모, 증언, 회고 등 문화사에서 제외된 수많은 자료와 기록들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여 러시아 문화사를 구술사적 시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일반적인 문화사 기술과 같이 연도별, 작품별, 사건별 기술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제정 러시아의 문화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역사적 순간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제정 러시아 문화의 초석을 놓은 푸쉬킨, 고골,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글린카, 차이콥스키, 이동파 화가들, 브률로프, 이바노프 등 많은 예술가들이 신화화되고 공식화되는 동안 문화 권력에 의해 묻혀지거나 혹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과정과 그 원인 그리고 예술가들과 권력 사이의 대립과 협력의 관계를 생생히 목격하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러시아 문화와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과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추적하는 작업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손을 맞잡았던 양측(시인과 궁정)은 각각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촉했고, 행여 상대에게 실수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혹은 허영심 많고 우스꽝스러우며 진지하지 못하고 또 저속한 존재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했다.
-- 131p. <5장. 알렉산드르 1세, 쥬콥스키, 젊은 푸쉬킨> 중에서
1826년 늦가을 니콜라이 1세는 모스크바에서 성대한 대관식을 치른 후 곧바로 푸쉬킨을 모스크바로 송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황제는 그때야말로 효과적이고도 상징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고 또 그런 방식이 그의 성격에도 잘 어울렸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역사의 무대를 펼치려면 니콜라이 1세에게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고집 세고 당돌하며 다혈질이었던 푸쉬킨이 과연 그런 파트너가 될 수 있었을까?
-- 178p. <6장. 니콜라이 1세와 푸쉬킨> 중에서
니콜라이 1세가 무대에서 말했다. “형제여, 고인이 된 황제께서는 당신을 추방하여 시골에서 머물게 했지만, 나는 당신의 형벌을 사면하겠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더 이상 국가에 적대적인 글은 쓰지 마시오.” 푸쉬킨은 대답했다. “황제 폐하, 이미 오래전부터 저는 국가에 적대적인 글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그러자 황제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만일 12월 14일에 당신이 페테르부르그에 있었다면, 무슨 일을 했겠소?” “저도 반란군들과 함께 했을 겁니다.” 아마도 이 솔직한 고백이야말로 역사적 대화의 결정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데카브리스트들을 심문한 니콜라이 1세는 죄인들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고 변명하는 순간에는 그들을 증오했지만, 그들의 정직함과 솔직함에 대해서는 존경심을 표한다는 글을 회고록에 남겼다.
-- 182-183p. <6장. 니콜라이 1세와 푸쉬킨> 중에서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바로 갑작스럽고 가히 충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니콜라이 1세의 증언이었다. 동시대인들의 기록에 따르면, 푸쉬킨이 죽은 지 11년이 되던 해, 즉 1848년에 황제는 점심 식사 시간에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푸쉬킨이 숨을 거두기 사흘 전에 내게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저는 폐하께서 제 아내를 쫓아다니는 줄 알았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라고 회고했다.
-- 205p. <6장 니콜라이 1세와 푸쉬킨> 중에서
저자
솔로몬 볼코프Solomon Volkov(1944-)
타지키스탄 태생의 러시아 저널리스트로서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1971년까지 레닌그라드 음악학교에서 수학한 후 1976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 러시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이후 러시아 및 소련의 역사와 미학에 관한 다수의 기사를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쇼스타코비치에 관한 회고록 《증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회상록》(1979)과 《상트페테르부르그: 문화의 역사》(1995),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 대작곡가와 잔인한 독재자의 특별한 관계》(2004), 《매지컬 코러스: 러시아 문화사, 톨스토이에서 솔제니친까지》(2008) 등이 있으며 현재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문화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이
이대우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과 파리 8대학에서 박사과정 수료. DEA 학위 취득. 러시아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현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
논문에 <예세닌과 현대문학>, <현대 선율시로서의 로크 뽀에지야>, <크루초늬흐 시의 유형학적 분류> 등이 있으며, 저서에 《러시아문학 개론》,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빅토르 최의 삶과 음악》,
번역서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부활》, 《1935년과 그후》 등이 있다.
백경희
노어학 박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노어노문과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대 러시아어 선례 텍스트의 의미-통사적 변형 연구>(2002)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현대 러시아어에서의 언어적 은유와 문화적 변이형>, <러시아 구어체 담화에서 청자의 반응과 화용적 기능>, <러시아어 존재문의 의미구조 연구> 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는 《북한 주재 소련 민정장관 레베제프 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