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의 질이 계속하여 나쁜 상태였다가
16:00 이 넘으면서 다소 나아졌다.
방에 틀어박혀 어제 빌려온 책을 읽었는데
요윤의 <내 아버지의 전라도>라는 자전적
소설에서 동변상련의 감정을 느끼면서 친근한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다.
나 스스로도 언젠가는 이처럼 자기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두루 살펴 보는 글을 써보고 싶다.
나의 아이들도 이 글의 작가처럼 엇갈리는 삶을
기나긴 타향살이 속에서 느끼며 살고 있을까?
서울과 전라도를 전전하다 경기도에 자리잡기까지
숱한 낭패를 겪었던 지난 날이 지금도 마음아프다.
책을 자주 읽기 편하게 리크라이너 윗쪽에 등을 달았다.
두째넘에게 평상을 빼앗긴 이후 5층에 소파와 책상을
배열해 놓긴 하였지만 오르내리기가 귀찮아 평소에는
내 방에서 독서를 하다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만 5층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할 듯 해서이다.
인근의 들녘에선 이미 벼 수확이 마무리되었고
우리 밭에서도 어거지로 길러보는 배추와 어중간한
알타리무 그리고 갓이 남았을 뿐이지만 아직까진
밭꼴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다.
아쉬움이 많은 올 텃밭농사였는데 퇴비를 충분히 주문해
놓았으니 만큼 내년엘랑 다소 효율적으로 가꾸어 볼 요량이다.
마당에 낯선 차량이 빼곡하지만 장기주차하는
차량은 없으므로 한껏 맘을 무디게 먹고 지내기로한다.
독감예방접종을 한지 이틀이 지났으므로 그간 미뤘던
샤워를 하고 나서 기모티와 기모바지로 갈아 입었다.
공기가 다소 좋아졌기에 등이 결리다는 할매와 함께
산책 삼아 다이소와 딸네 집엘 다녀오기로 했다.
다이소에선 1.5볼트 건전지와 깔창 네 개를 사고
딸네 집에 가선 사돈댁에서 담가 온 김장김치로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한 뒤 수원으로 마실간 딸네가
귀가하여 먹을 수 있도록 밥을 새로 앉혀놓고 왔다.
내 방을 진공청소기와 봉걸레로 청소한 다음
선풍기 세 대를 돌려 개운하게 환기를 시켰으며
자크가 고장난 티셔츠를 재봉틀로 지그재그 봉합하였다.
청소도 재밌고 청소기 필터를 소제하는 일 또한 즐거우며
서투른 미싱이나마 불편을 해소할 솜씨가 생겨 기분좋다.
짧지만 지루하지도 빡빡하지도 않은 하루..
겨울의 초입답게 나름 여유롭고 내밀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