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기만해도 식욕이 돋는 솥밥!
쌀 소비량은 계속 준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밥이 보약이고, 상차림이 부실해도 맛깔스러운 밥 한 그릇 하나면 족하다는 사실! 하물며 편의점 도시락 경쟁도 ‘밥맛 전쟁’으로 귀결되고 있지 않은가!
뭐니 뭐니해도 최고로 맛난 밥은 가마솥밥이다. 요즘 전기밥솥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무쇠 가마솥 밥맛을 따라갈 수는 없다. 가마솥 밥맛의 비결은 바로 압력. 솥뚜껑이 무겁기 때문에 온도가 서서히 변하고, 수증기가 덜 빠져나가므로 내부 압력이 높다. 물이 끓는 온도인 100˚C보다 높은 온도에서 밥이 되기 때문에 더 잘 익고, 밥맛을 좋게 한다는 원리다. 솥이 두꺼워 장시간 보온도 된다. 알고 보면, 가마솥 밥맛에는 과학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달 종영된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장작불에 지핀 가마솥밥을 보며 많은 이들이 입맛을 다셨을지도 모르겠다. 어찌나 윤기가 자르르하고 고슬고슬하던지. 굴밥, 무밥, 버섯밥 등 전기밥솥으로는 어려운 영양밥도 뚝딱 해낸다. 솥 아래 눌어붙은 누룽지는 간식으로 손색없고, 구수한 숭늉 한 그릇이면 추위도 눈 녹듯 사라진다. 더구나 가마솥에는 우리들의 지난 추억이 담겨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어릴 적 시골 부엌 한 켠을 차지하던 가마솥, 여기서 뿜어내는 구수한 밥 냄새는 한 가정의 기쁨이자 안식을 대변하는 것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추억으로만 여겨지던 가마솥이 이제 일반 가정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솥밥을 지을 수 있는 전통 가마솥과 무쇠 냄비들을 소개한다.

▲ 전통기술을 접목한 ‘현대식’ 가마솥
그 큰 가마솥을 어떻게…, 무거워서…
가마솥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무게 때문에 선뜻 구입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고민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 가마솥이 소형화되면서 한결 가벼워진 덕분이다. 지름 140mm의 1~2인용 가마솥부터 나와 있다. (일반 CD 지름이 120mm) 솥 아랫부분이 평평하게 바뀌어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오븐,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돋보이는 디자인은 덤이다. 레인지나 싱크대 위에 가마솥을 올려놓으면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전통미 넘치는 부엌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
가마솥 구매에 앞서 길들이기가 되어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길들인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옵션으로 주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길들이는 작업에 보통 2~3일 정도 소요될 수 있다. 우천시에는 길들이기 작업이 되지 않는 것도 유의하자. 직접 길을 들여야 한다면, 쌀뜨물이나 찬물에 밀가루를 조금 타서 저어준 다음 한번 끓여내도록 한다.
사용한 다음에는 물기 없이 말린 후 들기름이나 식용유, 참기름 같은 식용 기름을 발라줘야 한다. 이때 솥에 물기가 있는 채로 보관하면 녹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걱정하지는 말자. 수세미로 녹을 없앤 후 불에 달궈 기름만 발라주면 항상 새것처럼 쓸 수 있다.
장인정신 그대로, ‘사랑채 무쇠 가마솥’

가장 옛스러운 가마솥을 찾는다면 사랑채 주물의 ‘사랑채 가마솥’을 추천한다. 업력 30년의 사랑채 가마솥은 옛날 전통 방식으로 직접 주물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가마솥은 물론, 큰 가마솥(충식, 태솥, 통솥, 전솥)과 특별주문제작도 하고 있으며, 화구, 부뚜막, 솥걸이 등도 판매한다. 한국원적외선협회 부설 한국원적외선응용평가연구원에서 원적외선 및 안정성 시험을 통과하고, 특허청 인증을 받았다. 국내산 포스코 선철이다.
일반 가정용 작은 가마솥의 경우 지름 140mm, 외경 210mm, 내경 90mm 사이즈의 1~2인용부터 14~15인용(지름 300mm)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가마솥이 두껍기 때문에 요리 후 장시간 보온이 가능하고, 길들인 제품이어서 별도 손질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녹슬지 않는 사랑채 명품 가마솥’은 뚜껑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모양을 변경,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덕션 또는 전자레인지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이 평평하게 제작됐다. 다만,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눈감아줘야 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꼬마솥’, ‘무쎄’

▲ 전통무쇠가마솥 꼬마솥
전통무쇠가마솥 ‘꼬마솥’도 인기다. 가정에서 직접 사용하거나 어머니 선물로도 많이 판매된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꼬마솥160은 입구지름 16cm, 몸통 크기 18.5cm, 높이 9.5cm로 2~3인용 밥 짓기에 적합하며, 꼬마솥180, 꼬마솥200처럼 20mm씩 커진다. 최대 사이즈는 꼬마솥300 (입구지름 30cm)이다. 솥뚜껑이 솥 입구지름보다 크고, 길들이기가 포함돼 있다. 밥은 물론 각종 찌개, 수육, 백숙을 끓일 수 있고, 별미로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찌기에도 좋다.

▲ 무쎄 미니 가마솥
45년 업력의 주철 주물 전문회사인 대한특수금속이 만든 주물 주방 브랜드인 ‘무쎄 미니솥’도 있다. 전통가마솥의 가열 원리를 현대식 주방에 적합하도록 최신 표면처리한 신개념 솥으로, 포스코 선철과 천연 무기질을 사용했다.
솥 바닥이 평평해 가스레인지, 인덕션, 오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물이 끓어 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됐고, 초극박 기술로 무쇠를 경량화했다. 솥단지 2.4kg, 솥뚜껑 무게 1.2kg으로 무게를 분할하여 적절한 압력을 유지토록 한 것이 특징. 바닥과 측면 굴곡, 뚜껑 등 각각의 두께를 다르게 하여 열이 고루 전달되는 방식을 택했다. 미니 가마솥 17cm(2~3인용), 무쇠 가마솥 22cm(6~7인용)가 있다.
디자인을 입다, 르쿠르제 무쇠 냄비

▲ 르크루제 타원형 무쇠 냄비
전통 가마솥은 아니지만, 무쇠 주물냄비로도 맛있는 가마솥 밥맛을 낼 수 있다. 주물냄비는 찜이나 찌개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밥을 짓는다고 뭐라 할 수 없다. 주물냄비의 변신은 무죄니까. 열전도율과 열보존율이 뛰어난 주물냄비의 특성상, 밥맛은 전기밥솥보다 더 훌륭하다.
주물냄비는 최근 몇 년 새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핫한’ 주방 아이템이 되고 있다. 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인 ‘르크루제(Le Cruse)’와 ‘스타우브(Staub)’가 대표격. 개당 20만 원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상당하다.
르크루제 타원형 무쇠 냄비는 다양한 색상의 에나멜 코팅 덕에 무쇠의 투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매트블랙 컬러도 있지만 우아한 파스텔 톤이나 화사한 원색은 주방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통주물 몸체에 뚜껑까지 무쇠여서 열과 증기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음식의 온기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뚜껑, 바닥, 옆면 등 삼면의 두께를 얇고 고르게 만들어 일정 온도의 열이 냄비 전체를 고르게 순환하며 재료 속까지 전달된다. 뚜껑과 몸체가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잘 맞물리기 때문에 조리하는 동안 열과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재료 고유의 영양소를 유지하고, 저수분 요리에도 좋다. 동일한 사이즈 냄비에 비해 르쿠르제 제품은 평균 15% 가볍고, 용량은 10% 정도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비 내부의 샌드에나멜은 르크루제의 독보적인 기술력. 샌드에나멜은 표면이 매끄러워 다른 에나멜보다 세척이 쉽고, 음식을 담았을 때 식감도 돋보이게 한다.
바닥 에나멜 코팅은 무쇠에 녹이 슬지 않도록 기능적으로 예방하는 것이지만, 이 에나멜 부분이 충격을 받거나 마모되면 녹이 슬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고형 녹 제거제로 녹을 문지른 다음 세척하고, 오일을 발라 보관하면 된다. 또 유리질 에나멜 특성상, 냄비가 뜨거워진 상태에서 찬물을 부으면 에나멜 코팅이 깨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음식이 눌어붙거나 심하게 탔다면 철제 수세미로 무리하게 씻지 말고, 미지근한 물에 베이킹 소다 2~3큰술을 넣고 살짝 끓여보자. 가스레인지, 인덕션, 그릴, 오븐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용량 3.2L.
지중해 푸른빛에서 가마솥밥을 느낀다, ‘스타우브 부야베스 팟’

▲ 스타우브 부야베스 팟, 라이스 꼬꼬떼
식탁에서 지중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또는 지중해에서 솥밥의 구수함을 느끼고 싶다면 ‘스타우브 부야베스 팟’ 다크블루를 추천한다. 진한 파란색이 지중해의 푸른 바다빛을 떠올리며 독특한 느낌을 안겨줄 테니 말이다.
‘스타우브 부야베스 팟’은 프랑스 대표 요리 중 하나인 부야베스(Bouillabaisse)에서 이름을 따 왔다. 냄비 뚜껑에 물고기 손잡이가 있는 것처럼 해물 요리에 안성맞춤이지만, 솥밥용으로도 제격이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셀프 베이스팅 기술. 재료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증발하지 않고 물방울이 음식물에 다시 떨어지게 함으로써 향미를 살리고, 수분을 보존해 준다. 또 블랙매트 에나멜 코팅이 돼 있어서 음식이 바닥에 눌어붙지 않고, 세척이 쉽다. 열과 충격, 스크래치에 강해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다. 지름 28cm, 용량 4.6L로 4~6인용이 있으며, 다크블루 색상 외에도 바질그린, 블랙, 그레이, 체리, 석류레드 컬러가 있다. 스타우브의 마졸리카 코팅이 더해져 색상이 은은하면서 깊이감이 있다. 가스레인지와 인덕션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외 최근에는 밥 짓기에 최적화된 주물냄비 ‘스타우브 라이스 꼬꼬떼’도 나왔다. 라이스 꼬꼬떼는 기존 원형 냄비와 달리, 옛날 솥의 오목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동양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2개국에서 출시됐다. 12cm(1~2인용)와 16cm(3~4인용) 2개 사이즈에 블랙, 그레이, 체리 3가지 색상이 있다. 역시 가스레인지와 인덕션에서 사용 가능하다.
마지막 Tip! 무쇠솥밥하기!
밥 짓기 전 30분간 쌀 불리기는 기본. 바로 해도 되지만 불리면 밥에 찰기가 더해진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담가도 쌀의 좋은 성분이 빠져나가므로 좋지 않다.
가마솥이나 무쇠냄비에 쌀과 물을 1대 1로 넣고 7~10분간 센 불에서 가열한다. 밥이 끓어 넘치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춘다. 밥 물이 자작하게 줄어들 때쯤 약불로 낮춰 15분간 더 끓여준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로 5~10분간 뜸을 들여주면 맛있는 밥이 완성된다. 바삭한 누룽지를 원한다면 약불에 좀 더 오랫동안 두면 된다. 밥 양과 무쇠솥 두께, 불 세기에 따라 조리 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감안하도록 하자.
다 사용하고 난 솥은 세제 없이 수세미로 씻은 후, 약불에서 솥과 뚜껑의 물기를 날려준다. 물기가 있는 행주나 키친타월에 식물성기름을 묻혀 솥을 닦아주고, 잠시 가열했다가 불에서 내리면 끝! 녹슬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정은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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