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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21일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이어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역의 농성 예정 장소로 가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날 공동행동은 늦은 3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전국집중 1박 2일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동화면세점과 광화문역사 등 곳곳에서 5시간가량 대치하다가 문화제를 시작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는 1988년도에 시작돼 수십 년 동안 국가와 자본이 우리의 생명줄을 갈라놓았고, 우리의 삶을 1급에서 6급으로 나눠 소, 돼지처럼 살게 했다"라면서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들의 우리 생명의 문제이며 우리 삶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상임공동대표는 "복지를 이야기하고, 가난한 사람과 장애인을 위한다고 떠벌리는 권력자의 주둥아리 속에서 우리의 삶은 죽어가고 있다"라면서 "이제 죽지 말고 싸워야 하며, 그것이 바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얼마 전 부양의무제 때문에 할머니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10년 전에는 최옥란 열사 또한 부양의무제로 자기 목숨을 끊어야 했다"라면서 "이것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장애인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를 없앨 수 없다"라면서 "허울뿐인 복지를 우리 힘으로 박살 내자"라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옥진 부회장은 "우리 아이가 발달장애 2급인데, 아이가 20살이 되자 나에게는 양육의 의무에서 부양의 의무라는 족쇄가 채워졌다"라면서 "차별의 장벽이 깨질 때까지 투쟁현장에서 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노동가수 권영주, 박준, 연영석, 이혜규 씨 등이 집중호우 속에서 노래공연을 펼쳤으며, 현대자동차판매노조 노래패 '노래로 여는 세상'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지지하며 노래로 연대했다.
![]() ▲경찰에게 리프트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떨어졌으나, 경찰이 안전확보를 위해 물러나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고, 장애인계 활동가들이 박 상임공동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경찰을 막고 있다. |
한편,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농성장 확보를 위해 서대문역, 시청역 등으로 흩어져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역사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개찰구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경찰은 리프트와 에스컬레이트를 가로막고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하도로 진입하려는 것을 원천봉쇄 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박 상임공동대표는 "대한민국 경찰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라면서 "리프트 타고 가는 거 막아서 뭐할 거냐, 리프트 좀 타자"라고 경찰에 항의하다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또한, 광화문역 측은 안전을 이유로 리프트 전원을 차단해 물의를 빚었다. 광화문역장은 "경찰과 대치한 상황에서 리프트 운행은 위험하다"라면서 "전기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껐다"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개찰구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서 3시간가량 고립됐으며, 일부 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광화문역장은 늦은 11시 30분경 사고가 발생하면 공동행동이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켰고, 3번 출구 개찰구로 이동한 장애인들은 자정이 넘어 농성 예정 장소에 집결했다.
전장연 박 상임공동대표는 "11시간 투쟁 끝에 이곳을 사수했다"라면서 "경찰은 에스컬레이터를 차단하는 등 반 인권적이고 야비하게 이동의 권리를 막았지만 우리는 기어서라도 이 자리를 확보했으며, 이곳에서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투쟁을 결의하자"라고 무기한 농성을 선포했다.
한편, 광화문역사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 공동행동은 100만인 서명운동과 10만인 엽서쓰기 운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는 노동가수 연영석 씨. |
![]() ▲'노래로 여는 세상'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
![]() ▲우비를 입고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제 참가자들. |
![]()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농성장소로 가다가 광화문역 1, 8번 출구로 향하는 계단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
![]() ▲3번 출구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을 봉쇄한 경찰. |
![]() ▲리프트를 가로막고 있는 경찰. |
![]()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
![]() ▲계단을 기어서 오르고 있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 |
![]() ▲3번 출구 방향 개찰구에서 가로막혀 있는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 |
![]() ▲리프트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항의하고 있는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
![]() ▲경찰에게 항의하다 휠체어에서 떨어진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활동가들이 휠체어에 앉히고 있다. |
![]() ▲광화문 역사에서 리프트 전원을 차단하자 항의하고 있는 모습. |
![]() ▲광화문역장이 안전을 위해 리프트 전원을 내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 ▲리프트를 탈 수 없어 장애인극단판 좌동엽 대표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
![]() ▲계단을 올라간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개찰구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항의하고 있다. |
![]() ▲한 장애인이 휠체어에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앉아 작동을 요구하고 있다. |
![]() ▲사고에 대한 책임을 공동행동이 지기로 한 후에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키고 있는 광화문역장. |
![]() ▲광화문 역사에 투쟁 거점을 확보한 공동행동. |
![]() ▲농성장을 확보한 공동행동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장' 현수막을 걸고 있다. |
![]()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 공동행동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