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외국 유명 회사의 담배를 수입한 뒤 이를 재수출하는 방법으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2월부터 영국의 담배 제조업체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로부터 수입한 담배를 재수출하기 시작했다. BAT가 북한에 판매한 담배는 '스테이트 익스프레스 555'로 싱가포르에서 북한 국내용인 'NK 555'로 포장돼 남포항으로 운송됐다.
그러나 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소 1만5천 갑(630만 달러 상당)이 남포항을 다시 빠져나와 베트남과 필리핀의 항구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운송과 관련한 전자우편과 문건 등을 확인한 결과 이 담배들이 남포항을 출발해 중국 다롄(大連)항을 거쳐 싱가포르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이후 담배는 필리핀 마닐라와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겨져 하역된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운송 경로 추적을 담당한 관계자들은 중국을 종착지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담배 대부분이 대북 수출 금지품목이지만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는 궐련(시가) 수출만 금지했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제재 등으로 무기 수출 경로가 점점 막혀 외화벌이 수단이 마땅찮아짐에 따라 담배 재수출로 활로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조치로 대북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유엔 회원국 각자가 제재 대상 목록을 만들며 이러한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BAT는 재수출 사실을 확인한 지난해 8월부터 북한에 대한 'NK 555' 수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08년 한 해에만 'NK 555' 1억7천500만 개비를 북한에 수출했다.
그러나 이런 담배 재수출을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있으나 위조나 밀수 적발에 초점을 맞추는 세관 당국이 이를 '불법 행위'로 볼 근거는 마땅치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BAT의 대변인은 "지난해 8월 재수출된 'NK 555'를 싱가포르에서 발견했다"면서도 "싱가포르 관련법 위반 사례를 현지 당국에 입증할 수 없어 적화물을 조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