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골프 천재 등장에 골프계가 술렁이고 있다. 19일(한국시각) 영국 켄트주 샌드위치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불과 24세의 나이로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미국의 콜린 모리카와가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 149회를 맞은 디 오픈은 1860년 창설돼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 대회로 남자 골프에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다.
모리카와의 우승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8월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5살 이전에 PGA 챔피언십과 디 오픈을 제패한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뿐이었다. 더욱이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한 것은 모리카와가 처음이다. 2019년 프로로 데뷔한 모리카와는 지난해 PGA 첫 승리를 신고한 후 통산 5승을 거두고 있다.
공을 가장 멀리 날려보내는 스포츠
골프는 무게가 45.93g이고 직경이 42.67mm인 공을 클럽이라 부르는 막대기로 쳐서 108mm 크기의 홀 안에 넣는 경기이다. 각 홀은 선수들이 출발장소인 티잉구역(Teeing Area)에서 스트로크를 하면서 시작돼 골프공이 퍼팅그린 안에 있는 홀에 들어갈 때 또는 규칙에 따라 그 홀이 끝난 것으로 규정될 때 끝난다. 정규 라운드는 전후반 9홀씩 총 18홀로 구성되는데, 모두 합산해서 가장 적은 타수(스트로크와 벌타의 합)를 기록한 플레이어가 우승하게 된다.
골프의 유래와 관련해 로마 제국부터 중세 유럽, 심지어 고대 중국까지 다양한 기원설이 존재한다. 사실 막대기로 공을 치는 것은 그다지 유별난 일은 아니기 때문. 통설은 중세 스코틀랜드 지방의 양치기 목동들이 넓은 초원에서 돌멩이를 양몰이에 사용하던 지팡이로 힘껏 쳐서 토끼 굴속에 넣는 놀이가 골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콜린 모리카와. ⓒ R&A Championships(www.theopen.com)
골프는 구기 스포츠 중에 다른 종목들과 상당히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대다수 구기종목들과 달리 골프는 정지해 있는 공을 때리면 되는데, 사용하는 기술도 골프 클럽을 휘둘러 공을 맞히는 스윙이 유일하다. 스윙 한 가지를 갈고 닦은 후 정지된 골프공을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추면 되니 엄청나게 쉬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세계 정상급 프로선수도 가끔 이상하리만큼 공이 잘 안 맞는 슬럼프가 찾아올 정도로 어려운 스포츠 종목이다.
골프는 인간이 즐기는 스포츠 중 공을 가장 멀리 날려보내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골프 선수들이 강하게 날리는 드라이버 샷은 보통 300야드(273.4m)를 날아간다. 하늘을 수놓으며 호쾌하게 날아가는 야구의 홈런 타구의 평균 비거리가 120m 내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골프공의 비거리는 야구의 장외 홈런보다도 2배 이상 멀리 날아가며 사실 비교할만한 스포츠조차 없다.
실제 골프 경기에서는 골프공을 멀리 날리면 날릴수록 더 유리해진다. 장타를 날릴 수 있으면 공을 더 빨리 그린에 올려 타수를 줄일 수 있다. 또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증가하면 스윙 크기가 작은 짧은 클럽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짧은 클럽을 잡게 되면 정확성이 높은 컨트롤 스윙을 할 수 있어 스코어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골프공을 남들보다 더 멀리 날려보내는 장타는 아마추어들뿐만 아니라 프로 골퍼에게도 선망의 대상이 된다.
골프공과 클럽의 혁신적인 발전
골프공이 장거리를 날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표면을 뒤덮고 있는 분화구 같은 모양의 딤플(Dimple) 때문이다. 골프를 치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표면이 매끈한 새 공보다 자주 사용해서 표면에 상처가 많은 낡은 공이 더 멀리, 더 똑바로 날아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표면이 매끈한 형태보다 딤플이 있는 골프공이 더 멀리 날아가는 이유는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공기와 부딪히면서 생기는 마찰 때문이다. 공기를 가르면서 공이 날아가면 공의 뒤편에서는 기압이 낮아져서 결국 공을 붙잡는 힘으로 작용하는데, 딤플이 있으면 작은 소용돌이들이 생겨나 공기 흐름이 더 원활해 져서 공의 뒤편에 생기는 저기압이 줄어든다. 미국골프협회에 따르면 딤플이 있는 공은 없는 공보다 평균 30m 이상 더 날아간다고 한다.
한편 골프 클럽으로 공을 때리면 공과 부닥치는 페이스 면이 누워있어서 분당 3천 회 이상 백스핀이 걸린다. 백스핀이 걸려서 빠르게 회전하는 공이 공기를 뚫고 날아가면, 공의 위쪽은 진행 방향과 스핀 방향이 같아 압력이 낮아지는 반면 공의 아래쪽은 진행방향과 스핀방향이 반대여서 압력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공은 높은 압력에서 낮은 압력으로 힘을 받게 돼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떠오르는 힘을 받게 된다. 이를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라 하는데 골프공이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에 반해 위로 뜨려는 양력으로 작용해 골프공은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골프공에 딤플이 있으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갈 때 표면에 난류를 발생시켜 공기가 공표면을 따라 더 오래 흐르고 공을 잡아끄는 뒷부분 저기압이 줄어들어 더 멀리 날아간다. ⓒ Bloom Business Jets
골프 클럽의 발전도 비거리 증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은 14개 이하인데, 공을 멀리 보낼 때 사용하는 ‘우드 클럽’(Wood Club), 공을 그린에 올리는 등 짧은 거리에서 사용하는 ‘아이언 클럽’(Iron Club), 그리고 그린에서 홀에 공을 넣을 때 사용하는 ‘퍼터’(Putter)로 구성된다. 이 중 공을 가장 멀리 보낼 때 사용하는 것이 흔히 ‘드라이버’(Driver)라 불리는 1번 우드이다.
드라이버에서 공과 부딪히는 헤드는 초창기에는 나무로 만들다가 강도를 높이기 위해 메탈을 사용했는데, 1990년대부터는 티타늄을 사용하고 있다. 티타늄은 강한 탄성 덕분에 공이 더 멀리 날아가고 가볍기 때문에 기존보다 헤드 사이즈를 더 크게 만들어도 스윙에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다. 헤드가 커지면서 공에 맞춰야하는 면이 더 커지고 심지어 빗맞은 타구의 방향성까지 보장해준다.
드라이버에서 그립과 헤드를 연결해주는 샤프트의 발전도 비거리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샤프트는 클럽 헤드에 에너지와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예전에는 가볍고 탄성이 좋은 히커리 나무를 사용했는데, 샤프트의 강도가 강하면 비거리에 유리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스틸 샤프트를 사용했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우주항공 소재로 개발한 카본 섬유가 대중화되면서 198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카본 그래파이트(Graphite) 샤프트가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금속 샤프트의 중량은 100~130g 정도인데 그래파이트 샤프트는 57g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결국 똑같은 힘으로 클럽을 휘둘러도 약간 더 빠르게 휘두를 수 있게 되는데, 공 스피드가 평균 4% 증가하고 비거리는 평균 5야드가 증가한다.
비거리 증가에 새로운 규제로 맞서
골프공과 클럽 기술이 계속 발전해도 결국 공을 날려보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스윙기술이다. 골프의 스윙 동작은 클럽을 뒤로 들어 올리는 백스윙(Back Swing)으로 시작된다. 백스윙 동안 상체로부터 저장된 회전에너지는 백스윙 탑(Back Swing Top) 단계에 도달한 후 다운스윙(Down Swing)으로 전환돼 신체 분절의 연속적인 동작을 통해 임팩트 시 볼에 전달된다. 골프의 스윙은 백스윙 동안 몸통의 회전으로 코일처럼 감긴 몸을 푸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골프공을 멀리 날려보내기 위해서는 스윙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체중 이동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무게중심이 뒤쪽 발(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발)로 이동했다가 왼발 끝 부분으로 되돌아가면서 큰 힘을 내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무게 중심이 백스윙 과정에서 73~79% 정도 오른발로 이동되고, 임팩트 동작에서는 오른발에 5~19%만 지지되고 나머지는 왼발로 이동된다고 한다.
임팩트(Impack)는 공과 클럽 헤드가 충돌하는 순간으로 공은 헤드의 충격중심에 부딪혀야 한다. 이 때 왼쪽 손목과 손등은 의도하는 샷 방향과 수직으로 있어야 하며. 임팩트 순간에는 손목과 팔의 힘을 빼 클럽헤드가 아무런 거침없이 공을 맞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골프공의 비거리와 방향은 임팩트 순간 클럽 헤드의 속력과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클럽 헤드의 속도는 프로의 경우 초속 70m, 시속 250km 이상에 달한다고 한다.
유러피안 투어, PGA 투어, LPGA 투어 등에서 골프 드라이버 샷의 평균 비거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미국골프협회(USGA), 영국왕립골프협회(R&A)『2020 Distance Report』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올해 2월 발표한 ‘2020 비거리 보고서’(2020 Distance Report)에 따르면, 평균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가 유러피언 투어는 2003년 286.3야드에서 지난해 301.9야드로 15.6야드나 늘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2003년 277.9야드에서 지난해 288.4야드로 10.5야드 증가했고, LPGA 투어도 249.6야드에서 253.1야드로 3.5야드 비거리가 늘어났다.
골프 선수들이 예전보다 더 멀리 공을 보내면서 골프 코스가 기존에 갖고 있었던 전략적이고 도전적인 요소들이 무력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PGA 투어 등이 열리는 유명 골프장은 코스를 점점 더 길게 만드는 등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골프협회는 더이상 비거리 증가를 막기 위해 드라이버 최대길이를 기존 48인치에서 46인치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비거리의 지속적인 증가를 가져오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꼭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