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LPG차는 장애인, 국가유공자, 택시, 렌터카 등 일부 대상에만 허용되어왔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친환경 연료지만, 정유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작정 수요를 늘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원유를 가공해 완제품으로 해외에 되파는 국내 정유산업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경유, 등유, 휘발유, LPG 공급과 수요를 적절히 맞춰 국내 소비를 맞추는 한편, 연료 수입은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수송연료 정책은 적극적인 산업의 논리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휘발유차보다 오염물질 배출 적은 LPG차
하지만 미세먼지가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르자 정부의 수송연료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 19일 국회는 일반인에게 LPG차를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누구나 LPG 승용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LPG차가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덜 발생시킨다는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LPG차 구매 전면 허용 시 2030년까지 휘발유차와 경유차 수요가 일부 전환돼 연간 자동차 배출 유해물질 중 질소산화물은 4,900t, 미세먼지(PM2.5)는 48t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한편 LPG차 전면 허용 소식이 발표되자 LPG 중고차에 대한 고객 문의도 늘고 있다. 연료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연료값이 휘발유의 60%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구입할 수 없었던 차령 5년 미만 중고 세단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이에 지난 3월 20일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는 3월 한 달 동안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용자의 관심이 집중된 LPG 승용차 순위를 공개했다.
5위, 르노삼성 SM6 (2015~현재)
르노삼성 중형차 SM6가 LPG 중고차 인기 순위 5위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의 주도하에 개발된 SM6는 유럽 감각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거듭났다. 르노-닛산의 최신 앞바퀴굴림 플랫폼 CMF(Common Module Familly)를 채택하여 주행성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SM6 LPG는 도넛형 가스봄베가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위치한 덕분에 휠체어, 자전거, 가구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싣기 어려웠던 기존 LPG차의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 2.0L LPe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m를 발휘합니다. 중고차 시세는 1,300만~1,750만원(2016~2017년식 SE, LE 기준)을 형성하고 있다.
4위, 기아 뉴 카렌스 (2006~2013)
기아 카렌스는 예전부터 일반인이 구입할 수 있던 LPG차다. 지난 1997년 처음 등장해 작년에 단종되기까지 총 3세대가 존재한다. 그중 4위에 오른 뉴 카렌스는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한 2세대 모델로 단종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례적인 인기다.
뉴 카렌스는 내수용으로만 머물렀던 1세대와 달리 미국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소형 MPV로 로체와 플랫폼을 공유한 덕분에 이전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했다. 또한 형식승인을 받기 위한 3열 시트에서 벗어나 성인이 앉아도 무리가 없는 진짜 7인승 차로 만들어졌다. 아울러 획기적으로 개선된 인테리어 품질은 중형차에 견주어도 무리가 없다. 단종 한지 시간이 꽤 지난 까닭에 뉴 카렌스의 중고차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저렴한 차는 100만원대부터 최고 9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연평균 주행거리 2만km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2년식 13만km를 주행한 뉴 카렌스는 현재 500만~600만원에 거래된다.
3위, 기아 더 뉴 K5 (2013~2015)
기아 K5는 기아자동차 디자인 혁신의 신호탄이었다. 완벽한 비례감과 뛰어난 스타일로 등장과 함께 모든 중형차의 롤모델이 되어왔다. 또한 해외에서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3위에 오른 기아 더 뉴 K5는 1세대 K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됐다. 차령이 5년을 넘은 까닭에 일반인 이전 가능한 차 중에선 가장 최근 연식에 속한다.
외관에서 이전 모델과의 차이점을 살피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한 전면부, 면적을 확대한 리어램프 등이 있으며, 실내에서는 센터페시아 버튼과 기어 레버가 달라졌다. 엔진은 세타2 2.0L LPI를 탑재하여 최고출력 157마력, 최대토크 20.0kg.m를 발휘한다. 이는 가솔린 모델대비 9마력이 낮지만, 현재 판매하는 2세대 K5 2.0 LPI보다 4마력 높은 수치다. 자가용 고객을 상대로 출시한 ‘왼발 장애인’ 모델의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면, 2013년~2014년식 기준 1,300만~1,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위, 현대 LF쏘나타(2014~2017)
2014년 3월부터 출고를 시작한 LF쏘나타는 그동안 일반인 이전 가능한 LPG차가 없었지만, 규제가 풀리는 다음 주부터는 누구나 살 수 있게 된다. 개성 강한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후기형 뉴라이즈보다 훨씬 무난한 디자인도 인기의 비결로 판단된다. LF쏘나타는 YF쏘나타의 플랫폼을 이어받았지만, 서스펜션 설계 변경을 통해 문제로 지적되어온 고속주행 안정성을 크게 개선했다.
실내공간도 동급 중형차 가운데 가장 넓은 편에 속하며 내장재 품질도 우수하다. 어느 것 하나 단점이랄 것 없는 무난한 성격으로 중형차의 모범생이 되어왔다. 엔진은 앞서 언급한 더 뉴 K5와 동일한 세타2 2.0 LPI지만 최고출력은 151마력, 최대토크는 19.8kg.m로 소폭 차이가 난다. 자가용 고객을 상대로 출시한 ‘왼발 장애인’ 모델의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면, 2013년~2014년식 기준 1,200만~1,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위, 현대 그랜저 HG (2012~2016)
그랜저는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승용차 가운데 가장 많은 매물이 나와 있고 찾는 이도 많다. 합리적인 가격에 풍성한 편의장비를 갖춘 것이 가장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LPG 모델은 준중형차 수준의 유류비로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아직 단종 된지 오래되지 않은 점도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엔진은 V6 3.0 LPI를 탑재하여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기아 K7과 함께 LPG차는 출력이 부족하다는 기존의 선입견을 깬 모델로 차고 넘치는 출력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도 스트레스 없는 주행이 가능하다. 한편 이와 같은 이유로 중고차 시세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모른다. 연간 주행거리 2만km 내외의 2013년식 모델은 1,200만~1,6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구입 전에 앞서 트림과 용도이력 꼼꼼히 따져봐야
한편 LPG 승용차는 렌터카와 택시로 판매되는 비율이 높다. 따라서 중고차로 구입하기 전에 렌터카나 택시로 사용한 이력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LPG차는 렌터카 사양, 택시 사양, 자가용 사양 세 가지로 그 종류가 다양한 까닭에 중고차 딜러가 실수로 사양을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려는 모델의 정확한 트림을 직접 살펴야 한다.
자가용 모델(왼발 장애인)은 택시 트림 및 렌터카 트림과 내장재와 편의장비 면에서 차이가 크다. 렌터카, 택시 트림은 고무 매트며, 매트를 들췄을 때 내장재 바닥이 플라스틱이다. 반면 자가용 모델은 직물 매트에 카펫 재질 내장재 바닥을 사용한다. 또한 택시 및 렌터카는 시트가 PVC 인조가죽을 사용해 비교적 질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