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하고 드레스덴 국립가극장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 겨울 설악
저것이 누구네 숲인가 나는 안다.
숲의 주인은 저 건너 마을에 살고 있다.
그는 보지 못한다.. 눈에 덮힌 그의 숲을
바라보기 위하여 여기 머물러 서있는 나를.
내 조랑말은 의아해 하리라.
근처에 농가 한 채 없는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
일 년 중에도 가장 어두운 저녁에
내가 여기 머물러 서 있음을.
조랑말은 방울을 한 번 딸랑 하고 흔든다.
무엇인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듯이.
그밖에 소리라곤 울부짖는 바람소리
눈싸라기 흩날리는 소리뿐.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다.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이 시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the woods on a snowy evening)>입니다. 프로스트는 우리 고등학교 시절에 달달 외우던 시 <가지 않은 길>로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시인입니다.
이 시는 눈앞에 벌어지는 미대륙이 여기서는 광활한 설원으로 그려지고 조랑말을 탄 나그네의 길은 그대로 대자연을 가는 한 점 외로운 인생길을 부각시켜 주고 있습니다.
'약속'이라니 도대체 어떤 약속이었을까요. 눈앞에 벌어지는 이 정겨운 감회를 뿌리치게 하고 그의 발길을 재촉하는 '약속'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그것은 어쩌면 하잘 것 없는 세속적인 것인지도 모르고 아니면 인생의 어떤 커다란 덩어리인지도 모릅니다.
포근한 잠자리가 그리울지라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 숟갈의 탕국물이 그리울지라도, 아니면 따스한 여인네 젖가슴이 몸서리치게 그리울지라도 그에게는 그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입니다.
진종일 눈길을 헤치고 나가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질 무렵 산마루에 올라서면, 눈앞에 희끗거리며 또 신설이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데나 텐트를 치고 들어 앉았으면 하는 생각이야 왜 나지 않을까마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에 내다 보이는 멀고 가까운 산줄기며 발 아래 뿌옇게 눈발 속에 서리는 골짜기를 굽어보는 맛이 차마 발길을 떼어놓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한발자국이라도 더 옮겨야 함은 오늘의 산행 뒤에 내일의 길이 연속되고 그리고 어쩌면 앞길은 아직도 영원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