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니 채워지더라
오늘은 갈치, 내일은 고등어. 설날 남긴 냉동실 나물 녹여 비빔밥 해 먹고,
떡국 떡 꺼내서 어묵 넣으면 문구점 떡볶이로 변신하고,
신 김치에 냉동 돼지고기 넣고
버터 한 스푼 넣어 푹 끓이면 오모가리 김치찌개 되고,
탕국 데워 밥 해동 시켜 말아 먹으니
제사밥 먹는 것 같고, 보
름찰밥 해동은 밥 하루 안 해도 되는 공짜 삶이 되고,
콩, 조, 밤등은 영양밥으로 변신하고,
곶감, 유과, 약과는 심심풀이 간식 되고, 인절미 녹여서 콩가루 무치니
고소한 찰떡이 되고, 절편 녹여 후라이팬에 구우면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꿀 찍어 먹어봐. 작년 가을 깊숙이 모셔둔 송이는
아들 오는 날 별식이 되고, 꽁꽁언 불린 미역으로
쌀 뜨물 넣어 담백한 미역국도 끓이고,
제사 때 쓴 북어포는 무우 빚어 넣고 계란 풀어 해장국 끓이고,
명란 젖 얼린 것으로 계란찜도 하고,
새우 젖 넣고 잘생긴 무우에 쪽파넣어 봄 깍두기 만들고,
묵은지 두어 번 씻어 찬밥에다 달래장 살짝 얹어 먹으면 입안에 봄이 한가득,
돌덩이 같은 시래기 꺼내어 멸치 육수에 콩가루 무쳐 국 끓이면(무우도 한칼 넣고)
콩가루가 몽글몽글 입안으로 절로 넘어간다.
냉동실 발가벗고 나니 은행 갈 일 별로 없고 한 달 생활비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부자 된 기분이다.
바깥나들이 안 하니 카드비가 3분의 2가 줄고,
목욕탕 안가고 집에서 샤워만 하니 목욕비 줄고,
아침저녁으로 씻던것 하루 한번도 귀찮아서 안 하니 수도요금 줄고,
머리 자주 안 감으니 샴푸 린스 꼭지가 마르고, 손
자 녀석 운동화 1주일에 한 번씩 씻는 것
한 달이 되어도 씻을 일 없고, 세수하면서 속옷과
가벼운 옷 주물러 빨면 세탁기 돌아갈 일 없고,
손자 녀석 학원 안 가니 학원비 나갈 일 없고,
어쩌다 운동 나가면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거지같이 나가도 누가 날 알아볼 리도 없고 부끄럽지도 않다.
통닭이 먹고 싶으면 전국에서 시켜줘도 대구에서 집 턱 앞에 배달되는 세상이니
코로나만 아니면 좀 답답해서 그렇지 비우고 나니 얻는것도 많음을 깨달았다.
혼자 즐기는 법도 배우고 각자 위생을 챙기면서 희망을 가지면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시간대에 나가서 햇볕 좀 쪼이고 가벼운 운동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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