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月25日을 맞이하는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
18]우리 배달부의 임무 ㆍ글 : 김져니
글 * 그림: 김져니
아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산타를 위한 배달부가 있다는 사
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배달부들은 엄격하고 확
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산타가 들어가지 못하
는, 정말 비좁은 집으로 가는 선물들을 담당한다. 이 글을 읽던
중 문득 본인의 집을 한 번 둘러보며, 그림 지금껏 본인이 받
은 선물은 산타가 전달해 준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하며 은근
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독자기 있을지 몰라 언급하자면, 그
보다 더더더 작은 집 있다.
산타의 배달부가 되기 위한 채용 조건은 정말 까다로운 편이
다. 이 조건에 비하면,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는 것쯤은 식
은 죽 먹기라고 봐도 된다. 그나마 이중에 가장 무난한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체형이다. 산타의 배달부는
엄청나게 말라야 한다.
산타는 매년 크리스마스 밤마다 잠자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
달하면서 동시에 그와 함께 일할 만한 친구들을 물색한다. 일
년에 서너 명의 아이를 물색해 두었다가, 그 이듬해 크리스마
스에 선물을 전달하면서 그 아이가 얼마나 빼빼 마를 것인지
예상해 보는 것이다.
내가 그 어느 날 밤의 행운아 중 한 사람인데, 훗날 산타가 알
려주기로는 사 년 정도를 지켜본 결과 나는 앞으로도 빼빼 마
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혹시 나도 살
을 빼면...' 하며 산타의 배달부가 되는 어리석은 희망을 품는
어리석은 독자들도 몇몇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개하는 산타의
까다로운 채용 조건 두 번째는 바로 곱슬머리나 턱수염이다.
이 부분이 조금 까롭기도 한데, 어떻게 잠자고 있는,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아이들에게서 곱슬거리는 턱수염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산타가 이후에 알려준 팀이 하나 있다면, 바로
가족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아이의 방에, 혹은 그 방
과 연결되는 복도에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포함하여 온
가족이 찍은 사진이 한 장씩 걸려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그는
사진 속 아이의 가족들을 슬쩍 살펴보는 것이다. 주로 할아버
지와 아버지가 곱슬머리라면 아이도 역시 곱슬머리일 확률이
높고, 곱슬머리인 사람들은 턱수염도 곱슬거린다. 곱슬거리는
머리와 턱수염은 어두운 밤 산타와 비숫한 실루엣을 남기니,
정말 숭고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분들 중에는 '어머나, 산타라는 사람이
알고 보니, 남의 집 가족사진이나 훔쳐보고 가는 도둑고양이
였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 번
째 채용 조건을 밝힌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산타에게 불명예
를 남길 수는 없으니까.
우리 배달부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매년 산타에
게 받았으면 하는 선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우린 가자고 싶은
선물을 떠올리며 기도를 하는 그런 펑범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산타가 되고 싶었다. 예를 들자면, 나의 어릴 적 기도
내용은 주로 '나중에 커서 산타클로스가 되게 해주세요' 였고,
학교나 교회에서 산타에게 보낼 편지를 쓰는 기회가 생기면 나
는 어떻게 하면 산타가 될 수 있는지 나의 장래를 계획하기 위
한 내용으로 편지를 채우고는 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우
리 배달부들은 모두 채용이 되기도 함과 동시에 진심으로 꿈
꾸던 일을 하게 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아직 말하지 못한 채용 조건들이 있다. 다만, 이 모
든 것들을 누설한다면 산타가 곤란헤질 수 있으니, 이쯤에서
줄이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딱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만일 빼빼 마르
고 곱슬거리는 머리와 턱수염을 기른 사람이 당신 주변에 있는
데, 그가 매년 크리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늘 선약
이 있는 인싸라면, 그를 아주 잘 살펴보자.
왜냐하면 그가 나와 함께 일하는 산타의 배달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사람들을 위하여
글 한 편 中에서...P85~97
2023年12月29日,金曜日
첫댓글 좋은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늘봄님
책속의한줄
좋은글 잘봤습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