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뱃속에 다 똥을 차고 있으면서 안 그런척 한다.
아랫배가 불룩하게 튀어 나온 것을 똥배라고 한다. 예전에 못 먹고 살 때는 그게 무슨 벼슬인양 사람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면서
여덟팔자 걸음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먹을게 없어서 뱃가죽이 허리에 붙어 있을 때 가든에서 갈비 실컷 뜯고 나오면서
이쑤시개로 잇빨을 쑤시면서 누가 좀 봐주기를 바라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검은색 세단을 향하여 발길을 돌리던 때도 있었다.
나는 그 당시에 해군에서 제대를 하고 송출선원으로 배를 탔는데 첫배가 똥배였다.
여기서 말하는 똥배는 많이 먹어서 아랫배가 튀어나온 그런 배가 아니라 오래된 노후선을 말한다. 예전에는 똥배가 많았는데
선령이 20~30년은 보통이었다. 배가 오래되면 철판에 녹이 슬어 오래되면 구멍이 생기고 짐을 싣거나 하면 구멍으로 침수가
생겨 가라앉기도 한다. 내가 탔던 배에 비치되어 있던 라이프보트(구명정)에 오래되어 바닥에 구멍이 생겼는데 검사관이 와서
검사할 때 통과되지 않으면 출항이 금지되므로 임시 눈가림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해 감쪽 같이 속여 넘어간 일도 있었다.
더 어릴 때인 시골에 살 적엔 추수가 끝난 논에서 아이들이 모여 공차기를 하고 놀았다. 공이라고 해 봐야 요즘처럼 생긴 축구공이 아니라 동네 어느집에서
대사가 있을 때 집에서 키우던 돼지를 잡았는데 그 때 얻어온 돼지 오줌통에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거나 짚으로 꼰 새끼줄을
공처럼 똘똘 말아서 만든 것이었다. 논바닥엔 벼포기를 벤 그루터기가 남아 있어 그라운드가 아니라 장매물경기장이나 다름없었다.
골대도 양쪽에다 큰 돌을 두 개 주워다 놓으면 됐었다. 검정 고무신을 싣고서 공을 따라 몇번 뛰어 다니면 곧장 발에 땀이 나서
공을 차면 신발이 공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똥볼을 몇번 띄우고 나면 뭉쳤던 새끼줄이 느슨하게 풀려 공모양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되어 휴식시간으로 들어갔다.
나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축구경기 중계뿐만 아니라 TV 자체를 아예 보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전인 우리나라팀과 시리아팀 간의 경기가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2:1로 승리했다고 인터넷 뉴스로 나와 있었다. 축구든 무슨 경기든 외국팀과의 시합에서 승리했다면 기분이 좋다. 친구중에는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카톡에다 '축구는 역시 골이다. 손흥민이 결국 해냈다. 황희찬의 결정적 3번의 슈팅이 하늘로 높이 날아버리더라. 만약에 패배했다면 황희찬의 똥볼이 국민들을 한탄하게 했을거다'라고 적었다. 프로가 똥볼을 찬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아직 덜 여문 선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