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이 사실상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총리로 확정지은 가운데,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각각의 논리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배신자론과 CEO 실패론, 민주노동당은 반개혁론, 민주당은 영남독식론이다. 세 정당이 내세우는 반대논리는 개혁, 계층, 지역 등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세 정당은 사실 상 김혁규 총리 지명을 놓고 한-민-민 공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끼는 쪽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원내대표는'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과 공조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 명분은 '배신자'라는 것이지만 민주노동당은 '개혁성'을 문제 삼는 것"이라며 차이를 분명히 하였다.
똑같이 지역주의론으로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도 확연히 다르다. 한나라당의 내심은 김혁규라는 PK 인사를 전면에 내세운 동진정책을 우려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호남소외론으로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유리한 정치적 입지를 잡아보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김혁규 전 지사가 이미 "영남지역을 석권하면 대통령이 큰 선물을 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상당부분 설득력을 갖는다. 더구나 김혁규 전 지사는 현재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선대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김혁규 전 지사의 총리 지명설과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공략은 이미 동전의 양면이 되었다.
청와대 쪽에서는 딱히 왜 이러한 시기에 김혁규 전 지사가 반드시 총리가 되어야하는지 설득력있는 명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내부의 반발 역시 완전히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문희상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의 고유권한은 존중돼야 한다. 인사문제는 사전협의 대상도 아니고 협의대상이 돼서도 안된다. 정책 문제는 당정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지만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당도 문제제기할 것이 있으면 청문회를 통해서 해야 한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부의 소장파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정장선, 안영근 당선자 등은 "청와대가 당 초 다수당에 총리추천권을 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우리당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청와대의 독주체제를 경계했다.
열린우리당의 소장파들은 야 3당이 지적하지 못한 논리로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노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책임총리를 강조했고, 그러기 위해서 국회의 다수당이 총리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까지 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노대통령의 공약은 탄핵과 더불어 개혁진영 내에서 총선 필승론으로 활용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면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넘어가니 사실 상 개혁정권은 끝난다는 것이다. 노대통령과 청와대 쪽은 이 공약에 대해서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노대통령의 입을 자청하는 구 개혁언론 현 어용언론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리하자면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총리지명은, 총선을 앞두고 거대 권력에 빌붙기 위해 지역주민을 배신한 사람, CEO총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 반농민과 반노동자 정책에 앞장선 사람, 영남의 지역이기주의를 부채질하는 사람, 거기다 대통령의 다수당 총리 지명 공약을 훼손한 사람을 억지로 내각의 수장으로 올려보내겠다는 뜻이 된다. 사방팔방에서 비판을 해도 그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논쟁의 여지도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혁규 총리 지명건에 대한 수레바퀴식 비판은 앞으로의 정국향방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한-민 공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은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당에 더 큰 타격을 주었다. 그간에 이어온 한-민 공조의 성격은 대개 의회 권력을 위한 밥그릇 투쟁과 관련이 있었다. 서청원 의원 석방가결안, 정치개혁법, 그리고 탄핵까지,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성을 결정하는 문제들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러한 밥그릇 투쟁과 관련된 한-민 공조보다는 이라크 추가파병동의안, 한-칠레 FTA와 같은 명확히 정책적인 문제들에 대한 한-열 공조가 훨씬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도 한-열 공조라 비판하지 않았다. 조중동이야 원래 그렇다 쳐도,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같은 곳도 그대로 넘겨주었다. 서청원 하나 몇 주 간 감옥밖으로 나온다고 마치 나라가 무너질 듯 게거품을 물었던 언론이 최강의 전투병력이 이라크로 돌격하는데 합의한 한-열 공조에 입을 다물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김혁규 총리 지명건을 놓고 형식적으로 한-민-민 공조가 벌어지고 있다. 세 정당은 자신들만의 논리로 김혁규 총리 지명건을 반드시 저지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세 정당 중 그 어느 곳도 독자적으로 이를 저지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힘이 필요하고,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힘이 필요하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조는 향후 이라크 추가 파병, 총액출자제한, 정간법 개정 등등 모든 사안에서 벌어질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 때론 한-열 공조도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한-민 공조와는 달리 민주노동당이 명확한 개혁의 기준으로 열린우리당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무작정 한-민-민 공조로 몰아붙이기도 힘들 것이고, 한-열 공조도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청와대와 노대통령 그리고 열린우리당 내의 소장파들은 바로 이 점을 명심해야한다. 지난 총선 전보다 의회환경은 좋아졌지만, 여론 환경은 더 어려졌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머리수만 믿고 여당의 소수의견조차 묵살한다면, 순식간에 외통수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에게는 영남권의 보수층의 시각으로 얻어맞고, 민주노동당에게는 개혁과 진보적 시각으로 얻어맞고, 민주당에게는 햇볕정책과 호남소외론으로 얻어맞기 시작하면 무슨 수로 견디겠는가? 아무리 어용언론들이 지켜주고 싶어도 그들 역시 개혁의 탈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법이다. 방송 또한 탄핵과 같은 큰 사안에서는 이미지의 힘을 낼 수 있으나 지엽적인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방송매체의 특성 상 경마식 중계보도 이상은 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 문화, 경향, 그리고 조중동, 세계, 국민과 같은 모든 언론으로부터 방송의 지원도 없이 무차별 얻어맞고 있다.
그러므로 노대통령은 한-민 공조라는 레토릭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환경에서의 한-민-민 공조의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보기 바란다. 고건총리 내각 제청 강권, 막가파식 김혁규 총리지명과 같이 원칙을 버리고 권력에 기댄다면 샌드위치 비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첫댓글 한-민노당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크죠...... ㅋㅋㅋ
열린 우리당이 낙동강 오리알이 안되려면 야당을 작살 낼 생각보다는 정말 나라를 살리려는 우수한 정책이 나오 줘야 될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융단폭격을 맞기 쉽죠...몸집만 비만시 되면 골격은 골다공증에 걸리게 되고 그럼 몸져 누울텐데.,..
대통령 고유권한은 존중돼야하다니? 그러면 권력 남용은 매를 들어야지 않는가? 문희상씨는노무현에게 강의좀 그만하라고 말려주시지.강의하라고 뽑아논것 아니잖소.근무시간외 하는건 타치안하겟으니 근무시간에는 국민경제나 좀 챙기시라고. 하긴 뭘알아야 면장이라도 하겠으련만.....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