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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울<6>
"널 사랑하는데 내겐 육신도 뛸 심장도 없어 그래서 미안해"
강원도 속초 한적한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마을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평온해 보이며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마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락이 차가 들어오는 오는 걸 보고 한 중년에 남자가 다가왔다. 어둡고 그늘진 얼굴빛을 하고 있어 딱 보기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당신이 퇴마사입니까?"
"네!!!연락 주신 분인가요?"
"네....제가 연락했습니다."
"어딥니까?"
"마을 뒤쪽으로 1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오래된 나무가 있는데 거기입니다"
"알겠습니다."
락은 마을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살짝 긴장한 민서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락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수아와 은비는 아무 느낌 없는 듯 마을 풍경을 둘러보며 마치 외갓집에 놀러 온 마냥 신나 보였다.
잠시 걸어가다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춘 락은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느낌이 오는 듯 곁에 있던 민서도 으스스한 듯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찬바람이 분다."
"지금 우리 곁으로 영혼이 지나갔으니까"
"뭐? 귀...귀신이?"
"민서야 넌 귀신이 무섭니?"
"그럼...수아 넌 안 무서워?"
선뜻 대답을 못하는 수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듯 해 보였다.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듯 망설이더니 그런 민서를 보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민서야...귀신은 먼저 사람에게 해코지 안 해 그러니 너무 무서워하지 마"
"알았어...너 락이 옆에 있으면서 다 터득 했나봐?"
"그거야...그럼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끊인다고 하더라"
두 사람에 대화가 하도 어이가 없는 은비는 락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느 샌가 락은 저 만치 멀어 지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사라지는 늦은 오후 마을 뒤쪽에 있는 오래된 큰 느티나무가 떡하니 서있었다. 오후지만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 했고 더욱 오싹한 느낌으로 민서는 긴장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귀신 눈을 속일 수가 없지 않은가?
락이는 아무 말 없이 나무를 올려다보고 한 동안 시선을 고정한 채 한 곳만 바라보았다. 수아와 은비도 나무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민서도 시선을 따라 굵은 나무 가지를 보았다.
민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퇴마사인 락은 심각한 듯 미간을 약간 구겼다. 그리고는 한 마디들 내뱉은 말 한마디..
"목매달아 죽었네"
"그게 보여?"
"안 보이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겠냐?"
"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개나 소나 다 보이면 지옥이지...보고 싶냐?"
"아니..."
"일단 밤에 와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여기에 없어"
*
속초 근처라서 인근 마을에 바닷가가 보였다. 많은 피서객들로 바닷가는 넘쳐 있었고 여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몸매 자랑하듯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밝아진 민서는 그저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보는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 웃으며 사람 구경하기 바빴고 수아와 은비는 옷을 갈아입겠다며 사라졌다.
"락아 우리도 바다에 들어갈래?"
"싫어!!!"
"왜?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면 손해잖아"
진담인지? 농담인지 락은 민서에게 또 다시 말을 툭 뱉었다.
"바다에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물귀신들 있다 조심해"
"뭐? 물귀신?"
"한 둘이 아닌데 도대체 몇 명이야?"
겁을 먹은 민서는 혼자서라도 물놀이를 하려 했지만 락이 말 듣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의기소침해져있는 민서의 모습을 보고 락이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물속에 안 들어가?"
은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본 민서는 순간, 눈이 커지고 입을 떡 벌어져 반쯤 넋이 나간 듯 보였다. 하지만 락의 시선은 곱지가 않았다.
늘씬한 키에 환상적인 S라인 몸매를 뿜어내고 있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원색에 비키니 수영복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주위 남자들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민서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은비는 그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눈에 보이는 건 락이 모습만 눈에 들어 올 뿐 이였다. 예상대로 밋밋한 반응을 보이는 락을 보자 당연한 듯 피식 웃고 말았다.
"네 뒤에 달고 온 똥자루는 누구냐?"
"뭐? 똥자루"
수아였다. 은비와 다르게 수아는 꽃무늬가 화려하게 들어간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차마 은비 앞에 나설 수가 없어 뒤에 숨어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상적이 몸매에 비하면 가냘프고 보잘 것 없는 몸매라서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우와~~귀엽다"
"정말?"
"그래...너무 잘 어울린다."
"다행이다 무지하게 창피했는데"
"남자들이 귀엽다고 하는 말 믿지 마...차마 예쁘다는 말 못해서 그냥 해주는 말이니까"
"뭐야?"
"그 말에 좋다고 실실 웃기는 그 거 입으니까 땅에 더 붙어다는 것 같잖아"
"야!!!이락"
"에잇~~눈알 썩었네"
"넌 입에 이마에 붙었냐? 말 좀 예쁘게 가려서 하면 어디 덧나?"
"난 거짓말 안 한다"
"이게 진짜...!!"
"락이 녀석 입바른 말 못 하는 거 알고 있잖아...그러니 네가 참아"
"네가 민서를 봐서 참는다...하긴 너도 벗으면 볼게 없지...민서는 몸이 좋아 보이는데 넌 배에다 빨래해도 되겠더라"
"뭐야?"
"왜...?내가 너 벗은 거 한 두 번 봤니? 근육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몸매 어디 힘이나 제대로 쓰겠냐?"
"이게 말이면 다 줄 아나?"
"너나 말 똑바로 해 숙녀한테 그런 말 가려가면서 하는 거야"
"숙녀 같은 소리하고 있네 똥자루만 한 게"
"이게...진짜!! 그래 오늘 결판 내 보자...누가 이기나"
"수아야 참아"
"락아!!"
민서와 은비는 서로 으르릉 거리는 두 사람을 말리느냐 진땀을 빼고 있다. 서로에게 한 마디씩만 양보하면 되는데 부딪히기만 하면 쌈닭 모드로 바뀌는 두 사람 통에 조용할 날이 없다. 겨우 두 사람을 떨어트리고 락은 은비와 수아는 민서가 함께 각자 흩어져 버렸다.
*
화를 식히고 있는 락이 앞에 은비는 차가운 음료를 내밀었다. 맥주를 마시듯이 한 번에 마시고는 깡통을 구기고는 던져 버리려고 했지만 이내 멈칫하다 말고 깡통을 모래사장에 내리치고 있었다.
"그렇게 화가나?"
"너 같음 화 안 나겠냐?"
"그거 알아?"
"뭐?"
"애정에 반대말이 분노라는 거?"
"미쳤냐?"
"그러게 심장이 없는 나도 알겠는데 넌 왜 몰라?"
"그런 말 하려거든 가라"
"참..신기해 그렇게 싸우면서도 한집에서 살고 있는 것 보면"
"그렇지 않아도 당장 쫓아 낼 생각이다"
"그럼 내가 대신 들어와 살아도 될까?"
"네가 오늘 미친 말만 골라서 하는 구나"
"풋!!! 미치지 않으며 제대로 살 수 없거든"
잠시 락은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이외 할 수 없는 그녀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물어볼까? 생각하다 이내 접은 락은 바다 끝 수평선을 보며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
수아 역시 열을 식히고 있었다. 부글부글 끊어 오르는 것을 삭히기 위해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모래사장에 글씨를 쓰기 시작 하는데 '나쁜 놈 재수 없는 놈' 임금이 귀는 당나귀라고 외치고 싶어도 못 외치는 수아는 그저 답답할 뿐 이였다.
민서는 부랴부랴 맥주 두 캔을 사들고 수아 곁으로 뛰기 시작했다. 열을 식히려면 맥주만 한 게 없지 않는가? 혼자서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니 민서는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셔"
"고마워"
"괜찮아졌어?"
"어...조금"
"아까 락이가 한 말 신경 쓰지 마 성격 알지?"
"알아....근데 화나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그래도 화나"
"화나는 거 당연해 그래도 락이가 한 말 진심 아닐 거야"
"네가 락이를 얼마나 안 다고?"
"직업이 만화가라서 난 사람 구경하는 게 취미거든 표정 하나하나 보면서 그림에 옮겨 그래서 그 사람 얼굴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지"
"네가 돗자리 펴야겠다."
"그런가?"
"나도 모르게 싸우게 돼 진심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욱 하는 성격 때문 인가봐?"
"조금만해서 욱하기는"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너 마시자 짠~~~"
"시원하다"
"민서야...고마워..네게 매일 신세만 지네"
"나중에 몰아서 갚아"
"알았어 꼭 갚을게"
다시금 수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떻게 보면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운 민서는 특유의 보조개 눈웃음 지어 보일 때면 따라 웃게도 되지만 락이 얼굴과 겹쳐 보였다. 사시나무 떨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행동에 민서는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
썰렁한 분위기에 마을회관에 모인 네 사람과 마을 사람 몇 사람이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동네 총각들이 사고로 3명이나 저승길 동지 삼아 데리고 간 듯이 며칠 간격으로 사고가 일어나고 있었다. 동네 어른 신들은 마을에 우환이 깊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니 굿을 하자며 무당을 부르기 원했고 그로 인해 락이가 이곳을 내려오게 된 것이다.
"전 굿을 하지 않습니다."
"예? 굿을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아까 오후에 본 남자가 깜짝 놀란 듯 물어왔다.
"네..."
"그럼 부를 필요가 없는데...어쩐 디야?"
"대신 마을에서 혼령을 몰아 낼 수는 있습니다."
"그...그럼 우리 마을이 정말로 귀신이 씌었다는 게 사실입니까?"
"처녀귀신이 던데 동네에 처녀하고 관련 된 일이 있었나요?"
순간, 멈칫한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분명 마을에 사정이 있었던 게 맞는 듯해 보였다. 어느 누구하나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고 서로 눈치 보느냐고 눈만 살살 돌릴 뿐 이였다.
"이유를 알아야 혼령을 몰아 낼 수 있습니다"
"저.....그게..."
"무슨 일인가요? 처녀가 그 나무에서 목을 맨 사연이?"
또 다시 마을 사람들은 놀라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맞아요...순자가 그 나무에서 죽었어요."
"이유가 뭡니까? 옷이 풀어 헤쳐 있던데 혹시....?"
"이렇게 된 이상 제가 말해 드리지요 몇 달 전에 마을에 땅을 산다고 서울에서 남자 둘이 왔었는데 땅을 보겠다며 동네에서 며칠 묵었어요. 그 총각 중에 한명이 순자를 술 먹고 겁탈을 해서 그 충격으로 매칠 시름시름 앓더니 목을 맨 것 같아요...아!!!물론 그 남자 지금 감옥에 있고요"
"그런 자식들은 싹~ 다 죽어야해"
듣고 있던 은비가 온 몸을 떨며 분노의 찬 눈으로 소리쳤다. 자신 또한 같은 처지라 그냥 넘어 갈 수 없었듯 보였고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가만히 있어 그 외 다른 이유는 없나요?"
"네...없어요"
"그래요 다른 기운도 느껴지는데"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행동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는 다시 락은 물어보았다.
"정말 다른 이윤 없습니까?"
"네? 예...."
"알겠습니다...마을 분들도 저와 같이 그 나무로 같이 가시죠"
"우리들도요?"
"네..."
안녕하세요....소울 6편을 들고왔습니다...
완연한 가을에 날씨도 좋고 마음도 둥둥 떠다는 것 같아 베시시 웃고 있네요...^^
회사에서 눈치보며 글을 올립니다...아주 짜릿해요...^^
오늘도 행복한 오후 보내세요...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첫댓글 속초 마을의 사연이 무엇일까요 락은 또 어떻게 이 문제를 풀려나
싱글님 늘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다른소설과 다른게 흥미로워요, 여행을 하면서 일어나는일이어서 그런지 헤헷, 왠지 마음사람들 뭔가를 숨기고 있는거 같은데 락이가 다 풀겠죠? 담편도 기다릴께요-
액션 가면님 반가워요....그렇게 생각해주다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