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月25日을 맞이하는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
19]어느 강아지의 사정 ㆍ글 : 김져니
글 * 그림: 김져니
짖고, 울부짖고, 구르고.
사람이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듯, 사실 우리도 사람의 말
을 알아듣지는 못한다.
그저 오랜 연륜과 눈치로 알아차리는 것뿐이다. 감정을 나누는
데에 꼭 언어가 필요한 것일까?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
지로부터 내려온 의사소통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진심 어린 마음이다. 나는 텍스터와 수년
간 감정을 교류하며, 우정을 쌓아왔다.
그렇다, 우리는 둘도 없는 가장 가까운 친구다.
다만 요즘 내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텍스터가 우리 우정
에 배반하는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바, 텍스터는 '고양이파' 라기보다는 '강아지파'에 속하는데,
요즘 들어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텍스터에게서 고양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노릇이다. 분명 일요일는 늘 나랑
보내던 텍스터인데 말이다!
하루는 한참을 나사 풀린 사람처럼 창밖을 바라보고 있길래
혹시 말 못 할 고민이 생긴 것인가 해서 가까이 다가가 바라
보니, 텍스터가 창밖을 바라보며 웃고 있지 않은가. 나는 텍스
터답지 않은 생소한 모습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오
지 않는다.
또 한 번 이런 적이 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귀가한 텍스
터가 소파 위로 나를 부르더니, 한 여인의 사진을 들고서는 무
어라고 말을 했다. 나는 이게 '이렇게 생긴 여인이 오면 짖어'
라는 뜻인지, '이렇게 생긴 여인에게는 꼬리를 흔들어줘'라는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주 오랜만에 가진 '텍스터와 소파
시간'이 행복했으므로 최대한 꼬리를 흔들며 나의 마음을 표
현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어느 금요일 저녁이었다. 일
찍 귀가한 텍스터는 전매특허 새우크림 리조또를 만들고 있
었고, 나는 리조또 냄새를 맡으며 저녁 시간의 여유를 만끽하
고 있었다.
'띵동'
그때, 조용했던 우리 집에 손님이 왔다. 텍스터는 허겁지겁 현
관으로 달여가 문을 열었고, 사진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여인
이 그를 껴안았다.
"오, 텍스터,"
문제는 손님이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 곱슬머리
여인의 다리 밑으로 쓰윽 누군가 등장했던 것이다.
그렇다. 나의 짧은 강아지 인생은 그 문이 열리기 전과 후로 나
뉠 것이다. 드디어 신께서 나와 텍스터 사이에 쌓아온 오랜 우
정을 시험에 들게 하였고, 나는 그 작고, 새침하게 생긴, 그녀
를 만나게 되었다.
귀엽게 생긴(망할!)그 고양이를!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사람들을 위하여
글 한 편 中에서...P98~107
2023年12月30日,土曜日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