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경, 주거지원 23-19, 자립세미나 ③ 송정리에 사는 강자경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자경입니다. 송정리에 삽니다. 곧 결혼할 겁니다.”
양산 무궁애학원에서 주최하는 자립지원 세미나가 열리는 날이다. 마지막 순서로 강자경 아주머니가 발표한다.
긴장한 직원과 달리 강자경 아주머니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늘 그 자리에 서 왔던 분처럼
맛깔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당신의 이름과 사는 곳, 꿈을 이야기한 뒤에는 그간 자취 과정을 말씀해 주신다.
혼자 살고 싶어 혼자 살게 되었고,
첫 자취집에서 좋은 주인 할머니를 만나 주인집에서 노트도 챙겨 주고 잘 해주셨다는 이야기,
그렇게 지내다 자취집에 쥐가 나왔고, 더 지내기 힘들어 송정리로 이사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처음에는 밥도 할 줄 몰랐지만, 최희자 선생님과 전담 직원,
단기사회사업 함께했던 실습생 송지우 학생이 도와준 덕분에 지금은 요리를 아주 잘한다고 자랑하셨다.
댁에서는 매일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지금껏 혼자 잘 산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은 후, 강자경 아주머니 자취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한다.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영상을 보니 영상이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처음 아주머니와 발표를 어떻게 할지 의논했을 때, 강자경 아주머니는 인터뷰식으로 하고 싶다셨다.
자료도 사진 자료를 요청하셨다. 그런데 연습과 의논을 거듭하며 그 방식을 바꾸었다. 이유는 이러하다.
직원이 질문하거나 사진 자료를 활용하니 아주머니가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뜻 꺼내기 어려워하셨다.
아주머니가 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기 보다 질문과 자료에 맞는 답을 해야겠다 생각하신 듯했다.
오히려 어떤 질문이나 자료 없이 아주머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더 자유롭고,
강자경 아주머니답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질문과 사진은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주머니가 이야기할 거리를 더 잘 떠올릴 수 있게 돕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실전에서는 그 이야기를 아주머니 나름대로 정리해 자유롭게 말씀하시도록 돕기로 했다.
동영상은 강자경 아주머니께서 세미나에서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지난날 강자경 아주머니 자취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생각났다.
강자경 아주머니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영상 내용이 딱 떨어진다.
영상 속 나레이션을 강자경 아주머니가 직접 하셔서 더 뜻깊다. 자립지원 세미나 취지와도 잘 어울린다.
강자경 아주머니 뜻과 방식에 따라 도왔더니 어려움이 없다.
강자경 아주머니가 당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멋지게 전하셨고, 직원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강자경 아주머니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지만,
세미나에 참석한 당사자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당사자들이 자기 안에서 비롯된 의문, 어떤 뜻을 전할 때는 직원을 비롯한 누구의 도움도 거의 필요치 않았다.
그분들의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통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구직하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어떻게 했어요?
강자경 아주머니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한 정주현 씨가
더숨99지원센터의 박석훈 씨의 구직 사례를 듣고 질문했다.
오랜 시간 구직하고 있는 정주현 씨가 박석훈 씨 이야기에 매우 공감한 듯했다.
세미나 이후에 두 분이 잠깐 이야기 나누었는데,
박석훈 씨가 정주현 씨에게 알바몬 사이트를 활용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있다며
사이트 가입을 도와주었단다.
⦁지금은 원룸에 살아요, 아파트에 살아요? 방이 몇 개예요? 나도 아파트에 살고 싶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자립하고 싶어요. 당신들 환경이 부러워요.
이번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박시현 선생님과도 잠시 세미나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박시현 선생님은 당사자의 이런 이야기가 아주 실제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월평의 이민철 씨가 박상재 아저씨를 보며 구직과 자취의 뜻을 품게 된 것처럼,
당사자들이 서로의 모습을 통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것이 의미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려 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이건 실무자에게 중요한 이야기이지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싶어
말을 더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혼자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함께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건 어떻게 생각해요?
당사자도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데 놀랐다.
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것이 더 좋은지 그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이런 의문을 품는다는 것만으로도 당사자들이 시설 밖에서, 더 좋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다수의 생각에 변화를 일으키게 하지 않을까.
사례발표를 준비한 네 개의 시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표한 것도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발표에 어떤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당사자가 표현하고 싶고 표현할 수 있는 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었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며 당사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지
함께 묻고 의논한 것만으로도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세미나라는 자리의 격을 생각하며 준비한 것이라, 당사자들의 마음가짐도 조금은 남다르지 않았을까.
당사자의 자기표현, 자기결정권, 의사소통, 묻고 의논하기에 관해
실무자뿐만 아니라 당사자들도 스스로 더 깊이 생각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처음 참석하는 자립지원 세미나, 보고 느낀 것들의 감각이 희미해지기 전에 그 의미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 신은혜
세미나 가기 전 아주머니 김정숙미용실에서 머리와 화장도 하셨다면서요.
세미나 발표 준비와 세미나 참석 준비까지 잘 거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신아름
시설 입주자가 발표하고 시설 입주자가 듣는 세미나가 막연했고 궁금했습니다.
3시간 동안 각자 자기 이야기를 열심으로 발표하는 분들과 자기 이야기로 진지하게 듣는 분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 많았습니다. 이런 자리가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강자경 아주머니가 자기 이야기를 잘 나누시더군요.
핵심만 꼭 집어 듣는 사람이 잘 알아듣고 공감하게, 재미있게 발표하시더라고요.
아주머니 삶을 응원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