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폐쇄한 보도국에 머물러있던 보도본부장 권재홍은 밤 10시쯤 회사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시용 기자’ 채용에 항의하는 후배 기자들이 권재홍을 찾아나선 지 5시간 만이었다. 청경 40여명이 권재홍의 양측에 길게 도열해 길을 텄다. 보도국장 황헌은 경호원처럼 곁에 따라붙었다. 기다리던 보도부문 조합원 150여명이 다가갔지만, 권재홍은 후배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청경들에 둘러싸인 채 정문에 대기하던 검은색 에쿠스 차량에 곧바로 올라탔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이를 막는 청경들과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마치 비리 범죄 혐의로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고나오는 중대비리 피의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비리 피의자처럼 끝내 묵묵부답 후배들을 외면하고 차량에 올라탄 권재홍에게 보도부문 조합원들은 “‘시용 기자’ 채용에 한마디 해명이라도 하라”고 요구했다. 박성호 기자회장은 “봉변을 당하게 만들자는 게 아니니 차 창이라도 내리고 직접 설명해달라”고 예의를 갖춰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권재홍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통화를 하거나 애써 시선을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차창 안에서 누군가에게 “노조 애들이 퇴근 저지 농성 중”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동안 짙은 분장 아래 숨겨뒀던 앵커 권재홍의 뻔뻔한 맨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권재홍은 1년 전 어느 수상 소감 자리에서 “뉴스데스크를 만드는 모든 선후배 동료들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적이 있는데 이제 김재철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그와 함께 할 선후배 동료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경찰에 신고, 화면 채증까지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경찰에 병력을 요청했다. 실랑이가 벌어진 지 10분 만에 영등포경찰서에 ‘본부장이 퇴근하려는데 노조원들이 막고(가두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형사 당직반과 여의도 순찰차 1대를 출동시켰고, 기동대 투입도 준비했다. 언론사 보도 책임자가 회사 안으로 경찰을 불러들여 후배 기자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겠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시용 기자’ 채용을 권재홍과 황헌이 먼저 요구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장면이었다. 한쪽에선 노무팀이 고용한 VJ가 몰래 현장을 채증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관심에서 멀어진 보도국장 황헌은 머쓱하게 회사 정문을 걸어 나갔다. 밤늦게 회사 앞마당에 모인 조합원들 사이에선 “떳떳하게 한 마디 말도 못하는 저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들이 그동안 기자 선배로 행세해왔냐“는 씁쓸한 수근거림들이 맴돌았다.
첫댓글 엄기영 2탄인가...
에이 엄기영은 최소한의 언론인으로써의 자존심은 있는 사람이죠 mbc노조도 정권초기 엄기영사장이 그나마 mb의 폭풍을 막아준 사람이라고 고마워하더군요 비록 정치판에가서 완전히 망가졌지만 사람자체로써나 언론인으로써는 좋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뭐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손석희씨를 100분토론에서 몰아낸 자리에 들어갔던 사람도 저사람 아니었나요?
뭐 땜빵을 헀죠.. 그리고 지금은 황헌이라는 앵무새가 하고 있구요
저 사람 저번에 뉴스도중에도 뛰쳐나가던데 뭔가 문제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