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휴진, 그 헛발질의 기록.
2020.09.07 10:00
1. 코로나는 코로나고, 휴진은 휴진이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정부정책에 대한 파업은 정당성, 절박함 외에 국민적 호응이 있어야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민심을 얻으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의사들은 타이밍부터 잘못 맞췄다.
일단 정부가 "증원"을 발표하자마자 병원을 뛰쳐나왔으므로, 그 본의가 무엇이었건 간에 국민들 눈에는 "밥그릇 투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의료정책 중대사라는 국민적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 개인의 사적이익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게다가 하필 전광훈과 광신도들의 난리로 코로나 확산이 심화되던 때였다. 아무리 방역업무에서는 휴진하지 않았더라도, 국민들 눈에는 감염병 사태를 간과하고 밥그릇만 챙기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정책에 반대 성명 정도만을 내고, 휴진 시점을 2~3주만 미뤘다면 여론은 달랐을 것이다.
2. 덕분이라며 덕분에 ☆☆
다음은 의대생들이 헛발질을 도왔다. 사실 덕분에 챌린지는 실패한 정부캠페인이었다. 참여율은 저조했고, 뉴스에 자주 언급되긴 했으니 국민들에게 방역의료진과 공무원들이 개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그런데 의대생들이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한 것이 보도되면서부터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민심이 악화된 이유는 첫째, 대중은 의대생들이 방역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모르겠다.) 왜 너네들이 그런 말을 해? 딱 이런 상황.
둘째, 덕분에 챌린지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공무원을 비롯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이웃들에게 까지 응원을 보내는 의미였기 때문에 마치 그 응원을 의사들이 독점한듯한 메시지가 고깝지 않았던 것이다.
셋째, 덕분이라며 라는 비꼬는 듯한 조롱성 문구가 비호감인 것에 더불어 엄지를 아래로 하는 수어도 저주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기사까지 나오니 의대생들이 아주 시건방지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결국 의대생들이 민심에 불씨를 당긴 것인데, 이는 이후 의대생들이 국시취소운동을 벌일 때 국민 누구도 호응하지 않고 욕만하도록 만든 원인이 되었다.
3. 응급실 퇴짜 환자 사망 사건 ☆
응급실을 찾지 못한 환자가 결국 죽음에 이른 사건이 터졌다. 현대 사회는 위험사회이므로, 국민들은 누구나 자신이 언제든 질병이나 사고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 그래서 응급의료체계에는 유독 관심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의사들의 휴진 중 응급실 사망 사건이 벌어지니, 이제 더이상 의사 휴진문제는 의사들만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며, 국민들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집단 행동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때 의협이 생각을 깊게 했다면 사망사건에 사과하고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관리했어야 했는데, 의사들은 이 사건 자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공방을 벌였고, 이는 결국 책임회피의 모습으로 비춰져 의사들 참 뻔뻔하다는 미운털만 박히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아직도 사과는 없다.
4. 제 무덤 제가 파는 엘리트주의 ☆☆
덕분이라며 챌린지와 같은 맥락에서, 의사들은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상황인데, 국민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짓을 벌인 것이다.
휴진 중에 여유가 있으니 댓글작업을 집단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좌표가 찍힌 것으로 보이는 기사에는 의사(의대생)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댓글들이 우르르 달렸지만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내용들이었다.
바람직하게는 정부정책의 잘못된 점을 의사의 전문성을 살려서 상세하고 알아듣기 쉽게 적었어야 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정책자료를 들고와서 설명하다 발리고, 법률안 해석을 들고와서 설명하다 발렸다. 또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시와 경멸적 어조로 '국평오(국민평균오등급)' 운운하며 "너네가 의료를 아느냐,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는 식의 비아냥을 곁들여 민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기름을 부은 건 의협의 수족인 연구기관에서 '전교 1등 의사'론으로 여론전을 벌인 사건이었다. 전교가 300명이면 299명은 1등이 아니라는 간단한 산수도 못하는듯 보였다. 심지어 휴진 중인 의사 중 절반 이상은 전교 1등을 못해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사들이 이상한 엘리트주의에 빠져 현실을 왜곡해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피켓 시위 문구 역시 어설펐는데, 대표적으로 '의사가 부족해 정말 아픈데 진료받지 못한 적 있나요'같은 헛소리를 당당하게 써들고 있었다는게 우스웠다. 치료, 수술을 몇 달을 기다려서 해야하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듯 했다. 브로커까지 있는 일인데.
결과적으로 '잘난척 하는 것에 비해 모자란 사람'이라는 비호감 이미지가 굳어졌고 의사를 편들기도 창피한 구도가 되어버렸다. 업무복귀명령을 위반한 의사들에 면죄부를 주면 안된다는 여론도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5. 정치 프레임의 함정 ☆☆☆
결정적으로 의사들은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 시키려 한 바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아마도 GB가 정치색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벌어진 실책으로 보여진다.
시작은 공공의대 음서제 의혹이라는 가짜뉴스에서 시작되었는데, 여기에 지역특혜 의혹을 덧붙이면서 민주당과 문정권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게다가 북한에 의사를 강제로 보낸다는 색깔론적 가짜뉴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것이 큰 잘못인 이유는 이 전까지 국민들은 개별적으로 의사들 너무한다는 인식 정도만 하고 있었는데, 정치쟁점화 되면서부터 소위 대깨문이라 불리는 정치세력이 적극적으로 의사들을 까기 시작했고, 그렇게 반격의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자 여기에 그동안 의사들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직역들, 간호사나 한의사, 약사 등이 가세하고, 엘리트 주의를 혐오하는 층과 조롱하고 까는걸 즐기는 네티즌들 까지 합류해 '의사 외 나머지'라는 전선이 형성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론이 좋지 않자 보수 야당은 발을 빼고 휴진 중단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전직 의사 출신의 단물 다 빠진 야당 정치인 한 명만 편들어주는 지경이 되어, 의사들은 그 가족, 반정부적 일베와 극우 할배들 정도만 한 패로 남게 되었다.
의사들이 이런 불리한 구도 속에서 아무리 여론전을 펼쳐보려고 해도 사정 다 아는 직역들이 반격하니 가짜뉴스가 바로바로 잡히고, 여타 정책이나 법률 영역에선 싸울 지식이 부족하니 승산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6. 마르지 않는 의새끼의 흑역사 ☆
덧붙여 반격측에서는 의사들이 지난 날 벌여놓은 각종 과오들을 찾아 끄집어냈고, 이제 의사들은 오히려 불법 리베이트부터, 수술실 마취 성폭행, 영업사원 대리수술까지 각종 의료계 부조리 지적을 막아가면서 정책에 반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여기서 또 잘못한 것이, 이런 부조리들을 개선시키는 정책과 법안들을 몇가지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질을 시작했으면 정치질답게 주고받는게 있었어야 했는데, 의사들에게 불리한 것은 단 한 개도 허용될 수 없다는 이기주의적 모습을 보이니 이제는 노답인 집단으로 인식되게 된 것이다.
7. 집단적 광기, 확증편향 ☆☆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확증편향에 빠진 것이 가장 무섭고 한심한 모습이었다.
인문학적 교양이나 법정책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면서도 자신들은 학교 다니며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굉장히 똑똑하다고 스스로 자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정책도 엉뚱한 자료로 반론해버리고, 법안도 상상적으로 해석해버렸다. 그렇게 가짜뉴스를 만들어내서 그걸 자기들끼리 돌려봤다. 아무도 지식이 없으니 아무도 오류를 검증해내지 못했고, 다들 그걸 믿고 결속력만 다졌다.
결국 외부에서 오류를 짚어줘도 근원적으로 불신하고 믿지 않는 확증편향적 사고에 갇혀버렸고, 그것 때문에 집단적으로 발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들이 민주화 투쟁하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투쟁 중이라고 여기는듯한 몽상적 태도도 엿보인다. 정부의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한 전공의를 경찰이 병원에 진입해 강제연행 했다는 가짜뉴스가 카톡으로 전파된 사건만 봐도 그들의 상황인식 수준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확증편향적 태도, 광기다.
8. 끝나지 않는 의사들의 헛발질
일견 의사들이 얻은 것 하나 없이 끝난 휴진사태 아닌가 싶으면서도 여전히 반항끼 있는 의사들은 휴진을 연장하고, 의대생들은 국시를 안본다며 개기고 있으므로 이 사태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모르겠다. 출구전략을 짜내지 못하는지 내부 회의 중 전공의가 의대교수를 폭행한 뉴스까지 나오는 상황.
의협의 정부여당과 합의문은 코로나 안정세가 될 때 시즌2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바보가 그때 천재가 되진 않을 것이다. 헛발질은 계속 되겠지.
그리고 이번 사태로 떨어진 의사들의 위상은 좀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쏟아낸 무수한 조롱들, 멈추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출처: m.dcinside.com/board/medicalscience/505960
첫댓글 잃은게 많을 의로거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