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이스피싱을 당하셨어요.
하아...
저희 아빠가.
뭘 깔고 뭘 하고 이런걸 전혀 못하시는 분이라.
모르는 문자 보지말아라. 파란색 영어 누르지말아라. 주민등록증, 비밀번호 알려주지말아라. 만
말씀 드렸었어요.
그런데.
권 OO. 제 이름으로 문자가 들어왔네요.
아빠는 저란 의심자체를 안하신거에요.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던거에요.
문자의 제가 얘기합디다.
아빠~ 핸드폰이 고장나서 파손보험을 들어야하는데
아빠 계좌에서 3만원만 뺄수있어 라고..
제 이름이 찍히니까,
자기 폰에 내가 [큰딸]이라고 저장된것도 생각못하고
내가 곤경에 처했나부다 생각하시고선
열심히 돕기 시작합니다.
그놈들이 보낸 URL을 눌렀고,
거기서 뭘 설치해서 10자리 숫자를 보내라고해요.
그런데,
저희 아빠는 그걸 전혀 못하시거든요.
그 문자에서 계속 애타게 말씀하세요.
oo야 어디야, 류서방한테 부탁할까,
아빠는 못하겠어요, oo야 이거 못하겠어.라고..
그놈들은 전혀 대꾸하지 않고,
계속 화면을 캡쳐해서
동그라미를 치면서,
이거 보여? 여기 찾았어? 이걸 눌러야해. 라고.
계속 몰아칩니다.
사람이, 마음이 쫓기기 시작하니까
이걸 해결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드나봐요.
아빠가... 그 어려운걸 2시간만에 해내시네요..ㅠ
살면서 참을성이라곤 거리가 머신 분인데
평생의 참을성을 그날 다 쓰셨더라고요... ㅠㅠ
화가 엄청 많은 분이신데
평생의 화를 그날 다 참으셨더라고요... ㅠㅠ
하아....
10자리 숫자를 알려줬고,
주민등록증을 찍어 보내라해서 보냈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해서 알려주고,
비밀번호를 알려달라해서 알려줍니다.
제가 물어봤어요.
계좌번호랑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할때는 이상하지않았냐고...
그랬더니,, 그 담말이 이상하게 슬펐어요.
못하겠는데 자꾸 하라고 하니까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는데 하라니까
이 시간이 너무 힘들었는데,
주민등록증 사진 찍으라니까 이건 쉽네.
계좌 알려주라니까 이건 쉽네.
비밀번호 알려주라니까 이건 쉽네.,,
너무 어려운거 하라다가
쉬운거 하라니까
이제 다했다 다행이다.... 싶으셨대요..
그 말이 진짜 감정 복잡했어요.
그놈들이,
핸드폰 옆에 두고 잠깐만 기다려~ 라고 하는데
아빠가 그 말을 너무 잘 들으셔서..
저는 그 일 터지고 다음날 알았어요.
아빠가 혼자 살고 계시거든요.
그 먹통된 핸드폰을 가지고서
하루를 그냥 기다리신 거에요.
그냥 마냥 기다리셔서,
저희는 다음날 저녁에야 알았어요.
아빠 이름이로 폰이 4개나 개통됬어요..
지독한 놈들... ㅠ
부랴부랴 은행에 전화해서 계좌를 막았는데
이미 2원 남기고 다 빠진 후였구요.
아빠가 우리은행에 통장이 2개 있었는데
하나만 알려줬으니 나머지 하나는 괜찮을거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셨지만..
그 나머지 하나까지 싹 다 털렸습니다.
은행에서 급한거 막아주고
할일을 문자로 보내주더라고요.
은행에서 뭐를 받아서
경찰서에서 뭐를 받아서
다시 은행에서 뭐를 하라고....
다 필요없어요.
그냥 은행가서 보이스피싱 당했다니까 알아서해주고
그거 들고 경찰서 가니까
알아서 해주고
다시 은행 가면 알아서 해줍니다.
물론 경찰서에서 뭐 써야하고요
다시 은행가서 일처리하는데 2시간반 걸립니다.
이 나쁜 놈들한테 약오르는게
돈도 돈이지만.
아빠 폰 글자가 엄청 크거든요.
한눈에 뭘 읽기가 힘들어요.
그랬더니 이놈들이 글자 크기도 줄이게 해요.
아빠가 계속 못하겠다고 도와달라는데
끝까지 사람을 몰아쳐요.
2시간의 문자를 보는데
화가 나다가 나중엔 맘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이걸 해결할라고 다니다가
느낀게 3가지가 있어요.
1. 계좌 비밀번호는 모두 다르게 설정하자.
(비밀번호가 달랐다면, 돈 더 많았던 그 통장은 지킬수있지않았을까 싶어요.)
2. 핸드폰 메모에 중요한걸 남기지 말자.
(10자리 숫자를 넘기는 순간
핸드폰 원격제어앱이 깔려요)
3. 부모님 댁에 유선전화를 놔드리자.
(그 답답했던 순간에 유선전화가 있었다면
분명 누구한테든 전화했을거고,
그랬다면 주민등록증 계좌 비번까지 넘어가지 않았을것같아요.
아빠는 오로지 통신수단이 핸드폰이어서
제부까지 떠올렸지만 묵살당하니까
그냥 따라서 한거니까요..)
저처럼 부모님이 뭘 못하시까~하지마시고,
자식이름으로 문자가 오면
다른 전화로 반드시 전화하시라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우리 회원님들도,
계좌 비밀번호 다 다르게 변경하시고,
핸드폰 메모에 중요한거 남기지마세요~
어느정도는
수첩에 중요한거 적던 그 옛날 아날로그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것 같아요.
다시한번,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저희, 할수있는것까진 방어해보아요.
보이스피싱에 당해선 안되요...
첫댓글 세상 나쁜놈들 너무많아서 착한사람들 까지 의심받는 세상이죠 항상 부모님 지켜드리고 조심조심 해야하는 세상이 왔네요 아침에 좋지못한 소식을 들어서
저도 마음이 무겁네요
부모님한테는 자식 이름 하나에 끝인듯요…. 아침부터 가슴 먹먹하고 슬퍼요 ㅠㅠ
2원 남긴거 열받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아버님 마음 많이 상하셨겠어요 잘 달래드리세요 ㅠㅠ 맘이 아프네요
아버지가 기운이 없으셔서 눈치 살피고있어요 ㅜㅜ
아우 ㅠㅠ어떻게 해요. 엄마에게 문자 피싱간 적 있는데 모르는 문자는 다 지워버리라 했어요. 보이스피싱 나쁜 넘들!!!!!
글만읽어도 속상ㅠㅠ
진짜 나쁜놈들 다 없어졌으면😡😡😡
어머남 안 당하셔서 다행이에요!!!!!!
나쁜놈들이 진짜 너무 많아요ㅠㅠㅠㅠㅠ
어휴 제가 다 속상하네요ㅜㅜ
중간중간 글 읽으며 울컥 하는 마음도 있고.아부지 얼마나 애타게 하셨을지 생각하니 참 속상해요.
기운없으신 아부지 어여 털어버리시고,쾌차하셨음 좋겠어요.
명보님도 애많이 쓰셨어요.ㅜㅠ
사건반장 양반장이 제 이름을 불러준 이후로. 전 괜찮아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