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았던 인천 무의도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은별이가 벌써 시험기간에 돌입,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간다하여 토요일 신새벽 혼자 떠났습니다. 약 열흘 전 육상연맹의 해병대 훈련 캠프 취재차 집에서 새벽 4시가 안 돼 회사로 떠난 일이 있습니다. 성정이 강퍅하여 무슨 일인가 예정하고 있으면 그보다 한두 시간 먼저 잠을 깹니다. 그날도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잠들었는데 새벽 3시가 안 돼 눈을 떴고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잠이 오지 않아 이럴 바에는 회사 가서 축구나 보자며 떠난 일이 있습니다.
그때 회사를 6시 조금 못 돼 출발해 인천공항 지나 잠진도 선착장에 이르러 시계를 보니 6시40분 남짓이었습니다. 그때 본 하늘과 바다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항고속도로 달리면서 보던 밤하늘의 아름다움도요.
그날 취재하느라 산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고 특히 보닝턴 경 강연 들으면서 답답했던 마음을 풀 겸 토요일 신새벽 다시 길을 떠난 겁니다.
잠진도에 도착했더니 이번에는 7시15분쯤. 역시 아름다운 하늘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바람이 찰 것 같아 차창 너머로 한참 아름다움을 만끽했습니다. 불과 열흘 전이지만 그때 막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던 시간대인데 이미 썰물로 다 빠져나갔더군요. 이날보다 20분 정도 앞선 시각, 여명을 받아 일렁이던,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던 그 풍광을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첫 배로 들어갑니다. 맨먼저 조용한 선실로 들어가 그때 우리가 구했던 한 목숨이 지금 무얼할까 생각해보는데 곧 왁자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약간은 촌스러운 빨간색 레드페이스 점퍼를 입은 두 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온 어느 딸인지,며느리인지가 연방 떠들어댑니다. 아버님,어머님 모시고 여기저기 좋은 데는 다 모시고 다닐게요.호홋.어쩌구 저쩌구.
세상에 둘도 없는 불효자는 슬그머니 선실을 내려와 뱃머리가 무의도에 닿기를 기다립니다.들른 식당에서 한참 굴밥을 비비느라 여념이 없는데 식당 아주머니끼리 이바구를 풀어놓습니다. 글쎄 이 겨울에 무슨 옷차림이 그렇단 말이냐.어쩌구 등등.
무슨 소리인가 귀기울였더니 이런 얘기였다. 지난 3일 하나개해수욕장 옆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자 시신 하나가 발견됐다. 여자의 차림새가 요상했다.추운 날씨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얇은 티셔츠 하나만 걸친 채였다.유류품을 뒤졌더니 전혀 신원을 증명할 게 하나도 없었고 단지 하나개 해수욕장 입장권 두 장만 달랑 나왔다.
아주머니들은 이런 식으로 추정하더군요. 불륜 관계인 두 남녀가 여기에 놀러왔다. 남자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여자는 요지부동이었다. 한참 다툰 끝에 남자가 여자를 목졸라 죽이고 신원을 밝힐 수 없도록 점퍼 등을 벗겨 차에 싣고 이 섬을 빠져나갔다.
경찰에서 곧 수사에 들어간다고 아주머니들은 얘기했습니다..그리고 말끝에, 그곳 시신이 발견된 곳 근처에 갈 일이 자주 있는데 자꾸 무섭더라. 바닷가 사는 이들이라 그런지 이런 얘기도 주고받더군요. 시신을 보게 될 일이 있으면 아예 뚫어져라 정확히 쳐다보아야 한다고, 그래야 뒤탈이 없다고.
우리는 그저 바쁜 도시생활 속의 번다한 생각을 풀 겸 그곳 섬으로 향하는데 역시 그 섬에는 삶과 죽음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더라, 뭐 이런 얘기가 되겠군요.
아무튼 굴밥을 맛있게 먹고 전에 우리가 가보지 않았던 선착장 바로 뒤쪽의 동산 모양인 당산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7시45분 안팎입니다. 산에 온통 저 혼자인 듯 고고합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그렇게 살가울 수 없습니다. 국사봉 쪽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던 실미도의 자태를 온전히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물이 빠져나가 실미도를 걸어 건널 수 있는 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국사봉 올라가는 길과 이제 마주섭니다.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그곳입니다. 거기서 뭐 힘들 것 없이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여기서부터 호령곡산 정상까지는 여러분도 잘 아실테니 자세히 적지 않습니다.다만 두 가지, 첫째는 천국의 계단 쪽으로 역시 시선이 가더라는 것.둘째는 호령곡산 능선을 오르내리면서 이작도,자월도,선갑도 등 인천 난바다의 섬들을 선명하게 조망했다는 점입니다.
하산길.조금 색다른 코스를 잡았습니다. 호령곡산 정상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을 피하고 반대쪽 하나개 해수욕장 쪽으로 내려가다 바다로 떨어지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갯벌에 내려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한 번 쐬보자는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정상에서 하산길을 시작할 즈음,명박이 비비케이 어쩌구 떠들어대는 6명을 만났습니다. 이런 데 와서 김경준이 어쩌구 하는 인간들 치고 제대로 된 인간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찍어주고 먼저 내려가는 저에게 인사랍시고 건넨다는 게 ‘조심해서 천천히 넘어지세요’ 였습니다. 허접한 인간들.
아무튼 이 코스는 설악이나 지리 같은 큰 산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상당히 거친 내리막길입니다. 웬만한 동앗줄 만큼 굵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데 힘이 들 정도는 아니고 조금 조심하게 되더군요.15분 남짓 만에 바닥에 내려옵니다. 그리고 마치 물이 찬 것처럼 반짝이던 갯벌에 발을 딛자 의외로 굳은 발자국을 남기며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자 바람과의 힘찬 조우 속에 발을 뗍니다. 가없는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후벼파지만 조금 견딜만 하니 봄바람처럼 향긋함이 묻어납니다. 좋다.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황망하게 뻗은 갯벌을 혼자 걸어 하나개 해수욕장 앞으로 향합니다. 멀리 지평 넘어 하얀 포말을 일렁이며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들이 파도라는 것을 깨달은 건 한참 만의 일입니다. 마치 일제히 말을 달려 진군하는 기병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천국의 계단 세트를 지납니다. 여기 어디인가 싶었지만 이 세트는 여전히 인조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며 바닷바람을 온전히 맞고 있습니다.
해수욕장 입구에 이르렀더니 버스가 올 시간은 먼듯 합니다.작은무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이 곳 승객이 전화를 걸 경우에만 이곳에 들렀다가 다시 큰무리 선착장으로 향하지요. 하지만 봄볕 넉넉한 이날을 조금 더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걷습니다. 한참을 걷습니다. 강아지도 짖고 일상에 바쁜 주민들의 생활도 들여다보고, 하릴없이 질주하는 자동차의 볼썽사나운 꼬라지만 없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국사봉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예의 자연산 굴 까서 파는 할머니에게 킬로당 1만원에 굴을 사서 들고 터덜터덜 걸었더니 배가 막 떠나려 합니다. 서둘러 배에 오르니 12시45분. 산행 및 도보까지 포함해 모두 5시간 걸렸습니다.
잠진도에서 우럭회를 떠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식구들 불러내 맛있게 먹었습니다. 자연산 우럭 매운탕감까지 얻어와 오늘 아침까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 자랑이고
해야 할 일 합니다.
2007년 마지막 정기산행을 공지합니다.
산행
12월 15일 오전 9시
서울 구기동 이북5도청 앞(어디인지 다들 아시지요)
코스는 승가사 쪽으로 올라 불광동 방면으로 내려옴
점심은 행동식 각자 지참(오후 3시쯤 송년회 시작되니 밥 먹기가 조금 어중간해서리)
송년회
같은 날 오후 3시
재로네 가게
안건 : 연말 회비 결산(총무)
2008년 산행 계획(대장)
선물 교환(책 같은 거 보다 조금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사해 준비했으면)
산행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재로네 가게로 오시면 되겠음
요즈음 갈수록 참여 열기가 식는 것 같습니다. 산행 인원도 시간이 흐를수록 줄고 있습니다. 따라서 송년 모임에는 가급적 모든 회원들의 얼굴을 서로 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첫댓글 전부참석
나는 세상에 별 부러운 게 없는데 혼자 차몰고 여행했다는 얘기는 늘 부러워...차도 잘 못 몰고 지리도 잘 모르고 차편이나 이런거 알아봐가지고 여행계획을 세우는거는 정말 엄두도 안 나고...언젠가 한번은 차 갖고 무작정 나갔다가 길을 몰라서 헤메느냐고 여행인지 풍광인지 아무 것도 못보고 이정표만 보고 온 적도...아무튼 부럽다...혼자 다니면 다른 사람도 관찰하고 세상도 느끼고 자연도 느끼고 그럴 수 있어 좋을 건디...난 암만해도 못 할 것 같다...송년모임은 갈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네...애들 시험기간하고 겹쳐서...고딩들 시험이 바로 그 다음주라...ㅠㅠ...다들 보고싶은디...
꼭나와라
알아, 니 자랑 잘들었고, 근데, 부럽긴 하다. 돼지엄마 말맨치로. 나는 간다. 울엄마가 그때까장 퇴원을 할지 안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두달이나 빼먹엇으니 이번엔 가야하고, 마지막에 가믄 일년 내내 간 걸로 되지 않나? ㅋㅋㅋ 암튼 그날 보자...다들!!!
그날봐요
떡, 이번엔 안 되고 다음을 기약함다.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많이 손상되어 오십평생 첨으로 드뎌(?) 깁스를 했답니다. 방앗간 드나들 처지가 못되네요.ㅠㅠ 살던 곳은 팔려고 내놓고 일하기 유리한 쪽으로 이사를 하는 중인데 발이 이러니 여러모로 차질이 많구만요. 딸은 새끼발가락 뼈를 다쳐 여태 목발 집고 다니다가 이번 주에 깁스를 푸는데 모녀간에 웃기는 짬뽕이지요. 같이 기념촬영이라도 해얄까봐요.ㅎㅎ 컴불아~ 12일 동기 망년회 아무래도 안 되겠당. 미안혀. 담엔 꼭 갈께.^^
쾌차기원
어찌하여 그런 일이... 빨리 낫길 바란다.
우짜다가 그리 되셨남요? 조심하시지 않고...딴 데는 괜찮으신건가요? 얼렁 나으세요, 할 수도 없고....시간이 가야 낫는 증상이라서....추운데 건강조심 또 조심하소서...
마지막 정기산행도, 송년회도 참석한다. 근디, 송년회가 3시 부텀 시작한다는 게 영 꺼름칙하다.
그냥오삼
토요일날 약속이 있어서 산행은 못하고, 뒷풀이 모임만 가려던 참이었는데...3시부터면... 제 예상 도착시간이 5시 전후가 될 거 같은데.... 파장 타임 아닌가요?
피크타임
형못말려
미리 장담하다 또 일 생길라...(조심스럽네요 ^.^) 참석합니다.
출장갔다 오늘 와서 답변이 늦었다.참석합니다~~
참석환영
마음뿌듯
이심전심
내일 뒤풀이 장소로 직접 가야 할 거 같습니다. 쉐줄이 갑자기 꼬였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