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고정선
보름 새 같은 실핏줄
혹여나 터질까 봐
나비 날 듯 흘림 뜨기로
받아 든 앵혈鶯血 방울
된서리 기웃한 밤에
노을 든 몸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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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에 젖는 시간/ 고정선
밤비가
몸의 중심에서
손을 털며 흐르더니
발목 아래쯤 맴돌며
무장 서럽게 운다
물을 일 아닌 것 같아
모른 척 그냥 걸었다
제풀에 그친 밤비가
너는 울 일 없냐며
꿈 밖에 그리운 사람
두고 왔나 묻는다
얹힌 듯 숨이 막혀서
도망치듯 밤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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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오거리에서 술 한잔/ 고정선
오거리를 걷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금기 센 말들이 바다에서 출렁이고
흐릿해 그리운 사람들 먼저 와 있어서
아물지 못해 더 아픈
기억을 만지작거리며
유달산 마루금 따라 바람은 내달리고
설움의 심장 소리가 날깃 치듯 파닥인다
술독 오른 시詩를 먹고
비틀거리는 오거리
추억은 죽었는데 헛꿈 꾸고 있다고
불치로 누웠던 시간 일어서서 웃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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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고정선 시조집/ 노을 든 몸 아득하다/ 고요아침/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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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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