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무호적자)
우리나라의 신분제도의 근간은 그동안 호주중심이었다. 가(家)단위로 호주편제방식인 호주제도는 2008년 1월 1일자로 폐지되었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국민 개인별 가족관계등록부로 작성된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가 국민들에게 알려져 이제 정착단계에 도달했다. 수십 년 사용해왔던 호적등본, 제적등본 용어는 주민들의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호적등본이라는 하나의 증명서에 본인은 물론 가족전체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모두 기재하여 그동안 사용한 것이 호적제도이다. 호적(제적)등본을 발급하는데 제한규정이 없었다. 발급된 호적등본(제적등본)에는 이혼과 같은 민감한 사생활정보가 부당하게 노출되기가 쉬웠다.
2008년부터 시작한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증명서 목적에 따라 5종류 관계증명서(가족, 기본, 혼인, 입양, 친양자 입양)를 개인 위주로 만들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여 발급하였다. 이 제도는 본인 및 본인외의 개인정보는 호주제도 보다 덜 노출된다. 종전의 호주를 기준으로 가(家)단위로 국민의 가족관계를 편제하는 호적제도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가(家)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 분가 등의 복잡한 사무처리 개선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중대하기 위해서정부가 만들은 것이 바로 가족관계등록이다.
그동안 사용되었던 ‘무호적자’, ‘취적허가신청’이라는 용어도 2008년 01월01일부터는 ‘가족관계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 ‘가족관계등록창설허가신청’이라는 용어로 변경되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정부의 공식장부 등에 등재된 적이 없다는 특정상 가족관계등록에 되어 있지 않은 자의 수가 어느 정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 무호적자는 7천~3만명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일보 기사(2015. 5.18.)에서는 무호적자가 5만 명이라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했다,
가족관계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자는 정부에서 최소한의 복지정책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복지혜택을 받지 못했다. 교육기회 및 고용기회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다.
나는 공직생활 중 고덕면, 삽교읍에서 가족관계등록 업무를 보면서 보람 있었던 일들이 많았다.
고덕면에 유년시절 거주했던 1965년생 남성과, 삽교읍 oo리에서 수십 년 거주하는 1916년생 할머니가 한 번도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아 본적이 없다. 출생신고가 되어있지 않아 지금까지 무호적자로 살아왔다.
가족관계등록 창설신청 구비서류에 성장과정상의 특정사실을 소명하기 위하여 고덕면사무소 방문하여 인우보증서를 ○○지방검찰청 ○○지청 ○○○검사님이 직접 작성 해주셨다.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 해주신 ○○지방검찰청 ○○지청 ○○○검사님, 법률구조공단 ○○지원 직원님, ○○ 교도소 교도관님께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은 십지 문을 찍으며 처음으로 갖게 되는 주민등록증에 대한 부푼 기대감 표정을 지으며
“본인이 직접 와야 주민등록증을 주느냐!”
라며, 궁금해 하는 모습 보니 빨리 주민등록증 발급을 바라는 표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 84세 할머니가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기 위해서 친족들과 삽교읍사무소를 방문하였다. 그날은 공교롭게 홍성법원으로 출장 간 날에 일이 발생했다.
십지 문을 찍는 도중에 그분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면서 돌변하여 담당여직원의 손등에다 여러 자국의 손톱자국을 남겼다. 여직원의 손등에 상처가 아물지 않아 현재 흉터로 남아 있다. 아무 불평 없이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준 직원에게 늘 미안하고 이 순간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이들을 사회에서 따뜻하게 맞이하고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정부의 의료혜택을 전폭적으로 받기를 기대해 본다.
예산군도 외국여성과 한국남성이 결혼을 많이 한다.
혼인(이혼)신고, 귀화허가, 성본 창설, 개명 등 업무가 종전에 비해 늘어났다. 순수한 한국인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예산군청에서 복지업무를 보다 보니 무호적자(無戶籍者)를 더러 접한다.
가출, 실종 후 호적이 말소되었거나, 생계가 어려워 영아를 유기하여 출생신고가 안 되어 우리나라의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공직자로서 마음이 아프다.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사각지대인 무호적자를 전수 조사하여 이들 모두가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의료혜택을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