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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52
씬1. 어느 보일러실 안 (전회 마지막 장면)
(강모가 들어선다. 후래쉬를 비치는데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만... 그 모퉁이.. 검은 복면이 숨을 죽이고 숨어 있다.
강모, 그쪽을 비추더니 의심 없이 다른 쪽을 비춰본다. 아무도 없다는 듯이 밖으로 나가는 강모..
검은 복면.. 안도하며 깊은 한숨.. 복면이 입구 쪽에서 바깥을 살피려는 그 순간...
복면의 얼굴에 후래쉬가 비쳐지며 강모가 멱살을 잡는다. 화들짝 놀라는 검은 복면...
강모, 그 복면을 확 벗기는데 공장장이다)
강모 : (놀라서) 당신.. 또 뭐야?
공장장 : ..
강모 : 또 뭐 훔치러 왔냐구..!!
(공장장.. 뒷주머니에서 도면 한 장을 꺼내더니 펼쳐 보인다)
공장장 : 만보건설... 보일러 신기술입니다.
강모 : ..!! (놀라는데)
공장장 : 이걸.. 여기다가 몰래 가져다 놓으려고 들어온 건데..
(강모, 확 낚아채더니 후래쉬를 비추며 본다. 서서히 놀라며 희열로 변하는 강모의 표정에서..!!)
씬2. 보일러 공장 내
(분해된 보일러 부속품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곳..
영출이 크게 놀란 모습으로 공장장이 복사해 온 신기술 도면을 보고 있다. 소태도 영문은 모르지만 같이 보면서 덩달아 놀라서...
공장장이 한쪽에 기대 앉아 있고.. 강모가 그 옆에 있는데...)
영출 : 가, 강모야.. 우리 살았다.. 이거면, 우리.. 보일러 멋지게 개발 할 수 있어, 강모야..!
(강모, 공장장을 본다. 공장장, 그 시선을 받고는 마음이 찹찹한 듯 고개 떨군다)
씬3. 해장국집 안 (이른 아침)
(공장장이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는 후룩후룩 해장국을 떠먹는다.
강모,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빈 술잔에 소주를 따라주는데..)
공장장 : ... 솔직히... 아들놈 보기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사장님이 우리 민수 살려줬는데..
도저히 어려움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강모 : ..
공장장 : 언젠 보떼 기술을 훔치더니.. 이젠 만보쪽 기술을 훔쳐내고.. 이래저래.. 난 도둑질만 하는 놈이에요.
그게 너무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강모 : 민수는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죄를 짓는 사람은 많아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공장장 : .. (본다)
강모 : 우린 김 선생님이 가져다 준 기술로 더 값싸고 품질 좋은 보일러를 개발 할 겁니다.
그걸로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편하게 지낸다면.. 김 선생님이 하신 일.. 부끄럽지만은 않을 거예요.
공장장 : ... (보면)
강모 : .. (미소 지으며)
씬4. 유치원 부근 모처
(공원쯤.. 민우가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다. 문성중이 우주의 손을 잡고 다가오고..
우주, 민우를 보자 반갑게 아저씨.. 부르며 달려온다.
민우 : 우주 잘 있었니?
우주 : 네에...
민우 : (성중에게) 원장님한테 얘기 잘 하셨죠?
성중 : 예, 회장님. 두 시간 정도, 충분히 시간 벌어놨습니다.
민우 : 우주 밥 먹었니?
우주 : .. (고개 가로젓고)
민우 : 아저씨도 배고프니까 밥 먹으로 가자.
(민우, 우주를 목에 태우더니 성큼성큼 걸어간다. 성중이 따라가고.. 우주, 신나서 민우의 머리카락까지 잡은 채..)
민우 : 야, 너 안 놔? 떨어뜨린다?
(민우와 우주, 장난을 치며 가고 나면..
일각의 승용차 안... 필연과 고재춘이 민우 쪽을 보고 있다)
필연 : .. (못마땅하게 보다가) 시카고에서 친자 확인 결과가 언제 온다고?
재춘 : 삼일 후면 도착 할 거 같습니다.
필연 : ... 사무실로 돌아 가.
재춘 : 민우, 안 만나보십니까?
필연 : 내버려 둬. 지 아들과 저럴 시간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승용차, 출발하고..)
씬5. 한정식 집 방안
(다양하게 잘 차려진 밥상... 민우와 우주, 성중이 식사중이다.
민우,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우주를 먹이면, 우주 넙죽 넙죽 받아먹고.. 민우, 그런 모습이 흐뭇한데...)
민우 : 맛있니?
우주 : 네..
(민우, 밥을 뜨다가 문득 생선을 본다. 잠시 호기심이 발동하고..
우주를 힐끔 보고는 생선살을 발라서 밥숟가락 위에 얹어서 우주에게 가져간다)
민우 : 자.. 아, 해.
우주 : .. (생선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민우 : (기대하며, 살피듯) 왜?
우주 : 생선 싫어요.
민우 : ..! (환하게 웃고는 콩장을 가리킨다) 이거 싫어, 좋아?
우주 : .. (고개 가로젓는다)
민우 : 그, 그럼.. (계란말이 가리키며) 이건?
우주 : 좋아요.
민우 : (신나서, 두부를 가리킨다) 그럼 이건?
우주 : (고개 가로젓고)
성중 : 신기합니다. 아니, 어떻게 식성이 회장님하고 똑같은지..
우주 : 아저씨, 이거 줘요..
(우주, 손가락으로 장조림을 가리킨다. 민우, 밥에 장조림을 얹고는...)
민우 : 우주야.. 아빠라고 불러 봐.
우주 : .. (내키지 않게, 본다)
민우 : 한 번만 불러 봐. 자.. 아빠..
우주 : ...
민우 : 그럼, 이거 안 준다? 먹구 싶지? 어서 불러 봐. 아빠..
우주 : 아빠..
민우 : (좋아서) 그래, 아주 잘 했어, 우주야.
(먹여주는 민우.. 맛있게 받아먹는 우주가 너무 사랑스럽고...)
민우 : 앞으로, 우리 둘이 만날 땐 아저씨라구 하지 말고 아빠라고 불러. 할 수 있어?
우주 : (본다)
민우 : 그럼, 다신 우주 보러 안 온다? 아빠라고 부를 거야?
우주 : .. (고개 끄덕이면)
민우 : (새끼손가락 내밀며) 자, 약속..
(우주, 손가락을 걸고 민우와 약속한다. 성중이 흐뭇하게 보며..)
씬6. 조필연 사무실 안
(오실장이 와 있다. 필연과 차를 마시며..)
오실장 : 이강모와 황정연을 미행해봤지만, 전혀 소득이 없어.
필연 : ... 결국은 못 찾아냈다는 말이구만.
오실장 : 자네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네..
필연 : (듣기도 싫다) 자네들 반응이 미적지근해서, 이미 타겟을 바꿔놨어.
오실장 : 타겟을 바꾸다니?
필연 : 비자금 장부의 실체가 있다면, 어디서 들고 나올지 생각해 봐.
오실장 : 야당 쪽을 말하는 건가?
필연 : 이런 시국에 할 일들도 많을 텐데, 자넨 그냥 자네들 할 일 해. 야당 쪽은 내가 알아서 뒤져 볼 테니.
오실장 : 쉽지만은 않을 거야. 그쪽도 감시나 사찰에는 이골이 나 있거든.
필연 : 정보부 공작에는 그렇겠지. 내 방식은 달라.
오실장 : ..? (보는데)
씬7. 일식집 방안
(황태섭이 앉아 있다. 술상이 봐져 있고.. 남루형 형색으로 정식이 들어선다.
태섭, 정식을 보면, 정식, 눈치 보듯 다가와 앉고..)
태섭 : ... 술 한 잔 할래?
정식 : 아뇨, 제가 따라 드릴게요. (술을 따른다)
태섭 : .. (받으며, 정식을 살피고) 얼굴이 많이 안됐구나. 그래, 노갑순가 뭔가 하는 사채업자 밑에 왜 기어들어 간 거야?
정식 : 빚이 좀 있어서 일 해주러 갔는데, 거기도 정연이 때문에 쫓겨났어요. 정연이한테 투자자들을 다 빼앗기는 바람에..
태섭 : .. (한숨)
정식 : 아부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당장 사천만원 못 갚으면 그 놈들한테 맞아 죽어요, 아버지.
태섭 : 한심한 놈.. 마, 그러기에 왜 노름은 해서 패가망신이야?
정식 : 저두 잘 살구 싶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람답게 살라구 했는데.. 이젠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
태섭 : ... (안쓰럽게 본다)
정식 : 저, 사천만원만 해주시면.. 진짜 사람 될게요, 아버지.. 예? 정말이에요.
태섭 ; 너.. 그 돈 해 줄 테니.. 아버지 따라 다닐래?
정식 : 예?
태섭 : 노름 같은 거 다신 하지 말구, 그냥 내 밑에서 있어.
정식 : 아버지도.. 정연이 엄마한테 용돈 타 쓰시잖아요.
태섭 : 근데, 이자식이.. 나, 곧 정계로 진출하게 될 거야.
정식 : (짐짓 놀라는 척) 저, 정계요? 국회의원 되신다구요?
태섭 : 내 밑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배우구.. 좋은 사람들도 좀 알아 놓구 그래.
노름이나 하면서 세월 축내는 것보단 훨씬 사람답게 살 수 있어.
정식 : 고맙습니다, 아부지.. 저, 잘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태섭 : .. (안쓰럽게 본다)
정식 : 아부지.. 술 한 잔 받으세요. (술 따른다)
태섭 : (받으며) 니 엄마가.. 널 두고 어떻게 세상을 떴나 싶다...
정식 : .. (본다, 이내 싸늘해지는 눈빛)
씬8. 보떼 보일러 공장 안
(여느 때보다 더욱 활기차게 돌아가는 공장안.. 강모가 영출, 소태와 함께 기술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때, 시덕이 기술이사와 함께 다가온다. 마스크를 쓴 양이사의 얼굴에 작은 화상자국이 나 있고..)
강모 : 양이사님? 왜 벌써 나오셨어요?
기술 : 소식 듣구, 좀이 쑤셔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어서... 실험일지 어딨습니까?
영출 : 아무튼 양이사, 못 말린다니까?
강모 : 오늘 신도시 지역난방, 사업자 면담이 있어요. 나오신 김에 시청에 제출할 서류 좀 검토해 주세요.
기술 : 아예 제가 따라 가겠습니다.
강모 : .. (미소)
씬9. 만보건설 회장실 안
(민우가 보일러 실험 결과서류를 보고 있다. 흡족한 표정.. 공장장과 연구소장이 와 있고..)
민우 : 이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한강건설 소식은 들어온 게 있습니까?
소장 : 며칠 전에 사고가 터졌는데, 그 사이에 문제점을 해결하진 못했을 겁니다.
성중 : 시간 다 됐습니다. 시청으로 가시죠, 회장님.
민우 : .. (자신만만한 표정)
씬10. 시청, 회의실 안
(강모와 민우가 마주 앉아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섭고..
그 옆으로 각각 남영출과 기술이사, 연구소장과 공장장이 각각 자료들을 손에 들고 앉아 있다.
한명석이 주재하고 있고..)
명석 : 일전에, 조회장님이... 가스사고 원인을 알고 있다고 신문에 기사를 냈었죠? 그 원인이 뭡니까?
민우 : .. (여유 있게, 강모를 보며) 경쟁회사 앞이라, 그 문제는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강모 : (차갑게) 가스가 원인입니다.
민우 : ..! (놀란다)
강모 : 보떼 보일러 기계 자체는 결함이 없었지만, 유럽에서 사용하는 가스와 한국에서 사용하는 가스의 질이 달랐던 겁니다.
명석 : (고개 끄덕이며) 충분히 그럴 수가 있겠군요.
민우 : (강모에게, 공격적) 난방시, 바닥 파이프가 파괴 되는 현상은 어떻게 해결하실 거죠?
강모 : .. (본다)
민우 : (대답 못하자, 여유만만) 우린 이미 팽창탱크를 부착해서 그 문제를 다 해결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특허 신청도 마쳤고요.
강모 : (씩 웃고) 만보건설에서 만든 팽창탱크는... 개방형이더군요. 우린 밀폐식입니다.
민우 : ..!! (놀란다)
소장 : ..! (놀라는데)
강모 : 잘 아시겠지만, 개방형은 공기 속에 유입된 산소로 배관부식이 쉽게 됩니다.
또한 오버플로어로 배관계에 열손실이 발생하게 되죠.
좌중 : ..
강모 : 우린 이런 점을 보완해서 밀폐형을 개발했습니다. 곧 우리도 특허권이 나올 거구요.
민우 : (노려보며) 밀폐형이 개방형보다 약 세배 가까이 단가가 비싸다는 건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강모 :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방형은 수명이 십년인 반면에 밀폐형은 반영구적입니다.
(민우와 강모, 서로 팽팽하게 쳐다보는데...)
명석 : 두 분 다, 개발진행 상태가 아주 좋군요.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이번 신도시 개발공사에 합작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강모, 민우 : .. (서로 마주보며)
명석 : 조회장 생각은 어때요?
민우 : ... (강모를 한번 보고는) 회사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도...
강모 : (OL) 우린 싫습니다.
민우 : .! (본다)
강모 : 굳이 손을 맞잡아야 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명석 : 그 문젠 나중에 다시 한 번 논의하기로 하죠. 오늘은 이만 끝내겠습니다. 수고들 하셨어요.
(다들 일어선다. 강모가 일어서서 서류가방을 챙기는데..)
민우 : 나랑 얘기 좀 하지.
강모 : .. (본다)
씬11. 동 옥상, 혹은 모처
(강모와 민우가 마주하고 있다)
민우 : 난 이번 신도시 사업.. 너와 합작을 할 용의가 있어.
강모 : .. (본다) 저의가 뭔데?
민우 :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면에서도 서로한테 도움이 될 테니까.
강모 : 우리 미주 때문이라면, 당장 꿈 깨.
민우 : ..! (굳어진다)
강모 : 너란 놈을 내가 모를 줄 아냐? 절대 목적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는 놈이 아냐.
민우 : 솔직히 나... 이강모, 너한테 용서 구하고 싶은 생각.. 미주 때문이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강모 : 근데?
민우 : 미주를 위해서라면... 나, 못할 게 없어. 네 놈이 빌 길 원하면... 무릎 꿇고 빌 수도 있다.
강모 : ...
민우 : 그래... 니가 더 원한다면.. 내 아버지도 언젠간... 너와 미주한테 용서를 구하도록...
강모 : 그만 지껄여, 조민우..!
민우 : ...
강모 : 정말로 니가 우리 가족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절대, 미주 욕심 낼 수 없어.
민우 : ... (본다)
강모 : 언젠가 얘기 했을 거야. 미주 근처에 얼씬거리면, 내 손에 죽는다고.. 그 말이나 명심해라.
민우 : ... 지금 네가 가진 그 복수심 때문에.. 미주가 불행할 거란 생각 못해 봤냐?
강모 : ..? 무슨 뜻이야?
민우 : 시간 줄 테니까, 잘 한번 생각해 봐.
강모 : 그럴 필요 없어. 너와 니 아버지.. 절대 용서할 생각 없으니까..
(강모, 싸늘하게 돌아서서 간다. 이를 보는 민우의 표정이 복잡해지고..)
씬12. 청와대, 집무실 안
(뒷모습의 대통령에게 뭔가 지시를 받는 오병탁과 조필연.. 진지한 눈빛이다. 그 뒤로 보이는 봉황 마크...)
씬13. 동, 밖
(오병탁과 조필연이 걸어 나온다. 각기 다른 이유로 표정이 굳어져 있는 두 사람...
오병탁의 손에 작은 서류철이 들려져 있고..)
병탁 : 결국 이번 하명, 내 손에 피를 묻혀야만 되는 일이 아닌가?
필연 : 내키지 않으시면, 제가 대신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병탁 : (차갑게) 자네 임무는 날 보좌하는 일이야. 함부로 월권할 생각 말게. (간다)
필연 : .. (노려본다)
씬14. 로열클럽 전경 (밤)
태섭 : (E) 부실기업이라니요?
씬15. 동, 밀실 안
(오병탁과 민홍기, 황태섭이 있고...)
태섭 : ..!! (놀라서) 정부에서, 부실기업을 정리한단 말씀입니까?
홍기 : 말이 부실기업이지, 그거 말 안 듣는 기업, 손을 보겠다는 거 아닙니까?
병탁 : 이미 대기업을 포함해서 몇몇 기업들이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어.
태섭 : 조필연이 이 일에 관여를 하고 있습니까?
병탁 : 결정은 내가 하지만, 퇴출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은 조필연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거요.
홍기 : 기업들한테 정치자금을 받아낸 장본인이니.. 그쪽에 관해선, 대통령도 신뢰를 하겠지요.
태섭 : 큰일입니다... 조필연, 그 작자.. 자기 입맛대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겁니다.
병탁 : 그렇지 않아도 자기가 손에 피를 묻히겠다고 나서더군.
일언지하에 거절하긴 했지만.. 조필연 입김을 아주 무시 할 수는 없어요.
태섭 : .. (생각한다, 불길하고)
필연 : (E) 곧 재계에... 상상을 초월한 강력한 피바람이 불거다.
씬16. 요정집 방안
(민우가 와 있다, 조필연과 만나는 자리... 재춘이 있고..)
필연 : 비록 반쪽짜리 칼날이지만... 내 손에도 칼자루가 쥐어졌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냐?
민우 : .. 퇴출이 결정된 기업도 있나요?
필연 : 국제상사.
민우 : ..!! (놀란다)
필연 : 어른한테 미운 털이 아주 단단히 박혔어. 자업자득이지. 아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되고 말 거다.
민우 : .. (술을 마신다)
필연 : .. (술 따르며) 난 이번 퇴출기업리스트에 한강건설을 집어넣을 거야.
민우 : ..! (본다)
필연 : 이강모, 오병탁의 신뢰를 받고 있어. 민우 니가 독식을 해도 시원찮을 신도시 개발 사업권을
이강모 따위한테 넘겨줘서야 되겠냐?
민우 : .. 아버지 혼자 결정하시는 거, 아니라면서요?
필연 : 그러니까 니가 나서야 돼.
민우 : (본다)
필연 : 그 놈이 개발 중인 보일러 사업부터 막아. 오병탁의 신뢰를 꺾어 놔야만 나도 할 말이 있어.
그래.. 보일러공장에 아예 불을 질러버리는 게 어떻겠냐?
민우 : 이렇게까지 이강모를 견제하시는 거.. 혹시 복수가 두려우신 겁니까?
필연 : 복수라니?
민우 : 이강모 아버지... 누가 죽였는지, 다 알고 있어요.
필연 : ..!! (놀란다)
재춘 : 민우, 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민우 : 아버지 욕심 채우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이 돼야만 하는 겁니까?
필연 : ... (노려본다) 너 역시... 이강모를 죽이려고 한 거, 벌써 잊은 거냐?
민우 : ... 그것 때문에.. 지금 얼마나 내 자신이 싫은 줄 아십니까?
필연 : ... 뭐?
민우 : 내가 지은 죄.. 내가 감당할 겁니다. 아버지도 더 이상 죄짓지 마세요.
지켜보는 것만도.. 괴롭다 못해, 아주 신물 납니다. (나간다)
필연 : 너, 거기 안 서...!!
(필연, 일어서서 쫓아나가려는데 재춘이 다급하게 잡는다)
재춘 : 참으십시오, 의원님.
필연 : 저놈, 지금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라구..!!
재춘 : 민우가... 우주라는 아이 때문에 많이 약해진 거 같습니다. 곧 정신 차릴 겁니다, 의원님.
필연 : ... 미국 일은 잘 진행되고 있지?
재춘 :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필연 : 저 놈한테 그 결과가.. 아주 끔찍해야 돼.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재춘 : 그만 가시죠.
필연 : 이미주란 애는 요즘 뭐해?
재춘 : 서울시에서 올림픽 홍보 비디오를 찍고 있답니다.
필연 : 뭐? 그건 또 누구 결정이야?
씬17. 시청, 부시장실
(미주와 선화가 와 있다. 한명석과 차를 마시며..)
명석 : 홍보 비디오, 가편집본 봤어요. 아주 좋던데요. 우리 서울시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미주 : 고맙습니다, 부시장님.
명석 : 근데, 요즘 차수정씨, 통 TV에서 볼 수가 없던데..
미주 : .. (본다)
명석 : 아니, 제가 뭐 TV를 자주 보는 건 아닌데..
선화 : 수정이, 방송출연 금지 당했어요.
미주 : (만류한다) 선화야..
명석 : 무슨 말이에요?
미주 : 아니에요, 부시장님.
명석 : 말해 봐요. 방금, 방송출연 금지라고 했어요?
미주 : 곧 해결 될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명석 : 노래 가사가 문제가 있는 것두 아니구.. 수정양이 출연 금지를 당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이때, 홍비서가 들어선다)
홍비서 : 부시장님.. 조필연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미주 : ..!! (놀란다)
필연 : (들어서며) 안녕하셨습니까, 부시장님.
명석 : 조 의원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필연 : ..!! (미주를 보더니 표정 굳는다)
미주 : 저 그만 가볼게요, 부시장님.
명석 : 그럴래요? 홍비서, 모셔다 드려.
미주 : 괜찮아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미주, 잠시 필연과 시선을 마주치더니 밖으로 나간다. 필연, 못마땅하고..)
명석 : 앉으시죠.
씬18. 동 밖, 복도
(미주가 선화와 함께 굳어진 얼굴로 나온다.)
선화 : 근데 니가 말했던 사람이, 저 사람 맞지, 그치?
미주 : .. 어.
선화 : 저사람, 혹시, 홍보 비디오도 못 찍게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냐?
미주 : .,.!! (그 말에 놀라서 돌아보는데)
씬19. 동, 부시장실
(명석,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는다. 굳어진 표정...)
명석 : 그러니까.. 차수정양을 서울시 홍보대사에서 빼라 그겁니까?
필연 :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굳이 저런 아이를 쓸 필요가 뭐가 있겠소?
명석 : 요즘 바쁘신 걸로 아는데.. 이런 일에도 관여할 시간이 있습니까?
필연 : 하나만 물어 봅시다. 누가 차수정을 선택한 겁니까.
명석 : 저도 하나만 여쭙죠. 수정양 방송출연을 금지 시킨 거.. 조의원님이 하신 건가요?
필연 : ..! (굳어진다) 그 계집이.. 그런 것까지 상의하나 보군요. 대체 부시장과 차수정이 무슨 관계길래..
명석 :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조의원 같은 분이, 일개 신인 가수의 앞길을 막는 거.. 납득할 수가 없군요.
필연 : 그래서.. 차수정을 못 빼겠다는 겁니까?
명석 : 서울시 행정은 내 소관입니다. 의원님 간섭, 별로 달갑지 않아요.
필연 : 이봐요, 부시장.. 이런 사소한 일에..
명석 : (OL) 사소한 일이라, 더 양보 못하겠습니다. 그만 돌아가시죠.
필연 : .. (노려본다)
명석 : .. (지지 않고, 보는데)
씬20. 레스토랑 안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는 강모.. 다른 쪽 테이블에서 30대의 젠틀한 남자와 정연이 앉아있고..
강모, 잠시 정연쪽을 보다가 다른 자리에 앉고)
강모 : 나중에 주문하죠.
웨이터 : 알겠습니다. (간다)
강모 : .. (정연쪽을 보는데)
(정연쪽 테이블... 정연, 사업 투자에 관한 자료를 펼쳐들고 열심히 설명해 보지만 남자의 관심은 정연에게만 있다.
빤히 정연만 쳐다보는 남자..)
정연 : 최회장님께선, 제 사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씀하셨어요.
(계약서를 펼치며) 이건 계약서구요. 오늘 구체적인 투자 금액을 정해 주시면... (보면)
남자 : .. (빤히 보고 있다) 아버지 말씀대로 미인이시네요.
정연 : 네? (시선 부담스럽고) 제 투자 설명... 다 듣긴 하신 건가요?
남자 : 전 하버드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경영수업 한지는 이제 이년째구요.
정연 : ... (본다)
남자 : 솔직히 투자 건은 귀에 안 들어오지만, 정연씨는 맘에 드네요. (양복 윗주머니에서 만년필을 빼든다) 계약서 주세요.
정연 : (계약서를 접는다)
남자 : ..? (보면)
정연 : 전, 제가 하려는 이 사업에 큰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함부로 투자자를 받고 싶진 않네요.
남자 : 이보세요, 황정연씨.. 나, 하바드..
정연 : (OL)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 나오신 거 알아요. 한국에 오신지 이년 되셨구요.
남자 : (불쾌해서) 매너가 없으시군요.
정연 : 최회장님한텐 제가 따로 연락드릴게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남자 : .. (썩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정연 : 최전무님?
남자 : ..? (본다)
정연 : 나가는 문, 저쪽이에요.
(남자, 머쓱해서 반대쪽으로 나간다.
지켜보던 강모, 씩 웃더니 정연 쪽으로 다가가고... 정연, 후우.. 한숨 내쉬는데.)
강모 : 고객을 저렇게 내쫓아두 돼?
정연 : (본다) 강모야?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강모 : 천회장님 여기서 만나기로 했어.
정연 : 그럼.. 그분 딸두 오겠네? 수연씬가?
강모 : .. (앉고) 근데 누구야?
정연 : 골든 그룹 둘째아들.
강모 : 아, 전에 후원회때 최회장이 말했던... 꽤 준수하던데?
정연 : 회사는 골든 그룹인데.. 아들은 쫌 그래.
강모 : 골빈 그룹이네?
정연 : (풋, 웃는다)
강모 : 아무리 그래도, 말 한마디에 그 많은 투자액을 날리는 건 좀..
정연 : 다시 찾아오게 돼 있어.
강모 : ..?
강모 : 경영권을 두고 첫째 형하고 경쟁중이야. 내가 최회장님한테 어떻게 말할지, 신경 많이 쓰일 거야.
강모 : 와, 황정연, 대단한데?
정연 : 우리 엄마... (하다가) 아니, 유사장님이 그러셨어. 돈에도 심장이 있다고.. 돈을 보지 말고 투자자의 마음을 잡으라고..
강모 : .. (미소, 보다가) 약속시간 좀 남았는데.. 같이 뭐 좀 먹을까?
정연 : (일어서며) 됐어. 나 지금 또 투자자 만나러 나가봐야 해.
(나가는 정연... 표정, 어두워지는데.. 강모, 그런 정연의 뒷모습을 보며..)
씬21. 황태섭 사무실 안
(영국이 신문을 보고 있다. 정식이 영국의 눈치를 살피다가 답답해서.. )
정식 : 말씀 좀 해주세요. 아버지, 지금 누구 만나러 가신 건데요?
영국 : 알 거 없다니까?
정식 : 정말 이러시기예요? 아니, 이럴 걸 왜 저보구 아버지 밑으로 들어오라고 한 거예요?
영국 : .. (신문 보며) 대학생이 또 시위하다가 죽었네?
정식 : .. (한숨, 이내 눈빛 변하며)
씬22. 남산, 혹은 모처 일각
(한쪽에 승용차가 서 있고.. 태섭과 성모가 만나고 있다. 찬성이 승용차 밖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망을 보고 서 있고..)
태섭 : 풀려난 건 알았지만... 감시가 심할 것 같아서 연락을 안했네.
성모 : ... 요즘 야당의원들을 만나고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태섭 : ... (본다)
성모 : 6인 위원회가 구성됐다고는 하지만.. 여당쪽에서 개헌 찬성파를 확보 못하면 다 헛것입니다. 민홍기 의원을 다그치세요.
태섭 : ,.. 왜 진작 말을 안 했니?
성모 : ..? (보면)
태섭 : 강모한테 얘기 들었어. 니가 대수 큰 아들이라구?
성모 : ...! (굳어진다)
태섭 : 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니들이 날 조금이라도 용서해 줄 수만 있다면.. 아니, 용서 그까짓 거 안 해도 돼.
그치만.. 날 속이고 니 아버지 죽인 조필연.. 꼭 내 손으로 없앨 거야.
성모 : 그날... 아버지 돌아가시던 현장에 내가 있었습니다.
태섭 : ..!! (놀란다) 그럼, 그때 차안에 있던?
(E) : 총소리..!!
- 인써트 (1부에서. 편집으로 짧게)
(고목나무처럼 눈을 부릅뜬 채 쓰러지는 대수..
트럭 안... 쇠파이프를 든 성모가 주먹으로 입을 막으며 눈물 고인 채... 성모의 시선으로 총을 쏜 조필연의 모습이 보인다.
성모, 넋이 나간 듯 허둥지둥 대다가 팔꿈치로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만다. 빠앙-- 울리는 경적소리..!!
성모, 화들짝 놀라는데...)
- 다시 현실
태섭 : (눈물고이며) 그랬구나.. 그날.. 그게 성모, 너였어.. 니가 그걸 봤어..
성모 : 아버지를 쏜 조필연이나.. 친구를 죽음으로 이끈 회장님이나... 내 눈엔 다 똑같습니다.
태섭 : 오히려, 친구를 사지로 몰아넣었으니.. 내가 더 나쁜 놈이야.
성모 : (차갑게) 우선, 조필연을 몰락시킬 겁니다. 그런 다음에... 회장님을 용서할지 아니면...
태섭 : .. (본다)
성모 : 복수를 할지는... 그때 가서 정할 겁니다. (밖으로 나간다)
태섭 : .. (눈물 고이며) 그래.. 니들도 고통스럽게 살았을 거야. 복수를 해서 울분이 풀린다면.. 그 죄 값, 다 달게 받아야지...
그래야 나두 저승 가서 편하지.
씬23. 안기부, 성모 방
(혼자 타이핑을 치며 리포트를 작성하는 지연수.. 잠시 멈추고 자릴 보면 비어있는 성모 자리..
연수, 화가 나서 타이프 용지를 확 잡아채는데..)
씬24. 안기부, 어느 방
(지연수가 와 있고.. 박과장이 한 장짜리 리포트를 검사중이다. 윤계장이 있고..)
박과장 : 왜 내용이 이거 밖에 안돼?
연수 : 두 분.. 오늘 하루 종일 외근 하셨습니다.
박과장 : 외근? 이성모하고 유찬성이 너만 떼놓고 나갔다 왔단 말야?
연수 : 예.
박과장 : (화나서) 너 이딴 식으로 리포트 작성하면 합격 취소시킬 수도 있어?
연수 : 시정하겠습니다.
박과장 : 앞으로 무조건 따라 붙어. 만나는 사람, 시간, 장소, 정확히 알아서 작성하라구.
연수 : 알겠습니다.
박과장 : 나가 봐.
연수 : .. (인사하고 나간다)
윤계장 : 쟤, 믿을 수 있을까요?
박과장 : 어리버리한 게 나. 그래야 이성모가 눈치 못 챌 테니까.
씬25. 선술집 안
(성모와 찬성이 있고..)
성모 : (술 마시다가, 놀란다) 무슨 말이야? 부실기업을 정리하다니?
찬성 :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오병탁의원과 조필연이 그 임무를 맡았답니다.
성모 : 좀 더 자세히 알아 봐. 기업리스트에 어떤 회사가 들어가 있는지도 알아보구.
찬성 : 알겠습니다. 근데.. 조필연이 그 임무를 맡았다면 한강건설이..
성모 : ..! (낮게) 조용..!
(연수가 들어선다. 뿔이 나 있고..)
찬성 : 너,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연수 : (자리에 앉는다) 술 주십시오.
성모 : 마, 니가 감히 상관한테 명령질이냐?
연수 : 이과장님.. 아니, 아저씨 때문에 오늘 리포트 점수 빵점 맞았습니다. 다음부턴 외근하실 때도 저, 따돌릴 생각 마세요.
찬성 : ... (피식 웃고)
성모 : (술 따라주며) 야, 지연수.. 넌 안기부 왜 들어온 거냐?
연수 : (본다)
성모 : 내가 보기엔, 피아노 학원을 차리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연수 : (술 홀짝 마시고) 피아노 못 칩니다.
성모 : 권총을 잘 쏘는 것도 아니잖아.
연수 : 저도 여기 흥미 없어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찬성 : 무슨 말이야?
연수 : 울 아버지 군인이시거든요. 딸만 셋이라 한명은 꼭 여군이라도 보낸다구 그래서..
찬성 : 그래서? 군대 가기 싫어서 여기 왔다구?
연수 : 네.
성모 : 불쌍한 애구나. 대충 있다가 신랑감이나 잘 찾아 봐.
연수 : (한숨) 여기 남자들, 다 별룹니다.
성모 : 뭐?
연수 : 두 분, 장가 못가셨죠? 척 봐두 알아요.
성모 : 근데, 이게 버릇없이..
연수 : 한잔 주십시오, 아저씨.
성모 : .. (피식 웃고는 술 따르는데)
씬26. 어느 주택가 골목 (밤)
(잔뜩 취한 연수를 성모가 부축해서 데려 간다)
성모 : 야, 지연수..! 똑바로 좀 걸어 봐, 임마... 니네 집 어디야?
(연수, 취해서, 게슴츠레 주변을 둘러본다. 이때, 약간의 불량기가 보이는 청년 세명이 지나가는데..)
연수 : 뭘 꼬나 봐, 짜식들아..
청년 : (발끈해서) 뭐? 저게 증말..
연수 : 왜? 꼽냐? 한판 뜰래?
성모 : (말리며) 야, 야.. (청년들에게) 미안합니다. 얘가 많이 취해서..
(청년들, 투덜대며 가고 나면..)
성모 : (엄하게) 야. 지연수..! 너 똑바로 안서?
연수 : (게슴츠레 보더니 억지로 정신 차리고) 넵..! (부동자세, 그러나 비틀)
성모 : 너, 여기서 집 찾아갈 수 있지?
연수 : 찾아갈 수... 있습니다.
성모 : 뒤로 돈다, 실시.
연수 : 실시.. (뒤로 돈다)
성모 : 집 찾아 간다, 실시.
(연수, 비틀거리며 직진으로 가기 시작한다. 성모, 그제야 혹 하나 뗀 듯 한숨 내쉬며)
성모 : 찬성이 이 자식, 선배를 두고 도망을 쳐?
(성모, 돌아서서 가려다가 연수 쪽을 보는데..
연수, 눈을 반쯤 감은 채 비몽사몽... 계속 직진으로 가고 있다. 그 앞에 개천이나 계단쯤의 낭떠러지..)
성모 : (화들짝 놀라서) 야, 지연수..!!
(성모, 뛰어가서 겨우 잡는다. 연수, 눈을 반쯤 감은 채 이미 정신이 없고..
성모, 인상을 구기며 어쩔 수 없이 등에 업는데..)
씬27. 공원 벤치
(연수를 눕히는 성모... 난감하고 괴롭다. 한숨 내쉬는데.. 연수, 추운지 몸을 움추린다.
성모, 보다가 양복 상의를 벗어서 덮어주는데.. 물끄러미 연수를 보는 성모.. 웃음이 풋 터지고.. 춥다, 몸을 비비며..)
- 동, 시간 경과
(추워서 잠에서 깨는 연수.. 여기가 어디지? 어리둥절하다가 보면 성모가 몸을 움츠리고 잠들어 있다.
자신의 몸에 덮여 있는 양복.. 약간의 고마움과 미안함... 조심스럽게 흔들어서 깨우며..)
연수 : 저.. 아저씨..
(성모, 습관처럼 벌떡 잠에서 깬다. 연수를 보더니 한숨 내쉬고..)
연수 : 어떻게 된 겁니까?
성모 : 니네 집 어디야?
연수 : (앞에 보이는) 조 집이요.
성모 : (더 화난다) 코앞에 두고...
연수 : 죄송합니다.
성모 : (양복 입으며) 얼른 들어가서 자, 임마.
연수 : 추우시면.. 커피 한잔 드시구 가시던가요.
성모 : 잠깐 가까이 와 봐.
(연수, 뭔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오면.. 성모, 딱밤으로 이마를 힘껏 때린다. 연수, 아얏..! 작은 비명)
성모 : 너, 내일 죽었다고 복창 해. (간다)
연수 : (이마가 아픈 듯 만져보다가, 미소)
씬28. 유치원 앞 (낮)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민우가 차에서 내리더니 우주를 들어서 내려준다. 우주 손에 전회의 그 곰 인형이 들려져 있고..)
민우 : 우주. 다음에 보자?
우주 : 네..
민우 : 내가 뭐라고 부르랬지?
우주 : 아빠..
민우 : 다시 대답해 봐...
우주 : (활짝 웃으며) 네, 아빠..
(우주, 얼른 유치원으로 뛰어 들어간다. 민우, 웃으면서 보다가 승용차에 타는데..
막 출발하려는데 카폰이 울린다. 성중이 수화기 들고..)
성중 : 예... (놀란다) 예? 알겠습니다. 수고했어요. (수화기 놓고) 방금 특급 항공우편으로 친자확인 결과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민우 : ..!!
씬29. 만보건설 회장실 안
(초조하게 서성이는 민우.. 성중이 항공 우편물을 들고 급히 들어선다)
성중 : 유전자 감식 결괍니다.
(민우, 마음 급하게 봉투를 끌러서 내용을 확인하는데..
영문으로 된 감식 결과.. 민우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진다.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
성중, 이상해서 급히 결과를 빼앗아 보는데..)
성중 : ..!! (크게 놀라며) 회장님? 우주가.. 회장님 아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민우 : .. (어질하다. 책상에 손을 대고)
성중 : 제가 시카고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민우 : 됐어요.. 그만 두세요.
성중 : .. (마음 아프고)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시기가 회장님과 만나고 있을 때랑...
민우 : 그만 두라구요..!!
(성중, 안타깝게 보다가 인사하고 나가다.
민우, 책상 위를 확 쓸어버린다. 분노로 씩씩대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오기 시작하고..)
필연 : (E, 웃음소리)
씬30. 조필연 사무실 안
(필연이 웃고 있다. 고재춘이 와 있고..)
재춘 : (걱정스럽게) 민우가 아이를 꽤 좋아한 것 같던데..
필연 : (웃음 그치고) 이왕 받을 충격이면... 그놈의 영혼이 아주 싹 뒤바뀔 정도로 강한 게 좋아.
재춘 : 아이는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필연 : ...
재춘 : 아무리 그래도, 의원님의 친손준데..
필연 : 빼앗아와야지.
재춘 : 예?
필연 : 귀한 핏줄을 천한 손에 맡길 순 없어. 기회를 봐서... 빼돌려야지.
씬31. 구두 매장 안 / 진열장 밖
(민우가 우두커니 서서 매장 안을 바라보고 있다.
매장 안.. 몇몇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미주.. 상냥하게 웃는 얼굴이다.
사인을 얻은 몇몇은 구두를 고르거나 신어보고 있고..
선화가 민우를 보더니 미주를 툭툭 치며 밖을 가리킨다. 미주, 민우를 보더니..)
미주 :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까지만 할게요.
선화 : 돌아가세요. 다음에 또 해드릴게요.
(팬들이 흩어지면 민우가 들어선다. 미주에게 다가가고..)
미주 : (주변 의식하고) 여기서 이러지 말고, 돌아가세요.
민우 : 내 차에 가서, 잠깐 얘기 좀 하지.
미주 : 선화야, 사무실로 가. (돌아서는데)
민우 : (그 손을 확 잡는다) 내 차로 가.
(미주, 빼내려는데 민우가 더욱 꽉 잡고.. 그들을 보는 몇몇 시선들..)
미주 : (당혹해하며, 낮게) 알았으니까... 이손 놔요.
민우 : .. (손 놔주고)
씬32. 동 밖, 일각
(승용차에 타는 민우와 미주...)
미주 : 시간 없어요. 빨리 얘기 끝내요.
민우 : (차 시동을 건다)
미주 : ..! (놀라서) 뭐하는 거예요?
(민우, 그대로 차를 출발시킨다. 선화가 매장 안에서 뛰어나오며.. 수정아..! 부르는데..)
씬33. 한적한 모처
(급하게 다가와 서는 승용차.. 민우, 차에서 내리더니 미주를 격하게 끌어내린다.
미주, 내리더니 그 손을 잡아 빼고는 노려본다)
민우 : 여까지 오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어.. 이대로 같이 죽을까... 아니면 널 놓아버릴까...
미주 : ..
민우 : 증오할까, 사랑할까, 버릴까, 괴롭힐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구, 미친놈처럼.!
미주 : ... 그래서, 어떡하려구요?
민우 : 난.. 난 널 안보면 행복하지 않아.
미주 : ... 보면 불행해져요.
민우 : 집안 끼리 원수라서? 그게 대체 뭔 상관인데..!
미주 : ... (노려보는데, 눈물이 고여 오고)
민우 :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나하고 떠나.
미주 : 우리가 정말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 아버지가 내 아버질 돌아가시게 한 거...
당신 말대로 아무 상관없이 평생 모른 척하고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민우 : 그래서 내가 내 아버질 버리겠다잖아.. 내 가족을 버리겠다구..!! 뭐가 더 필요한데?
미주 : 민우씨..!
민우 : 난, 니가 어떤 상태이든.. 다 받아 줄 수 있어. 니가 설사 다른 사람의 아.. (이를...말을 잇지 못하고)
미주 : 당신도 당신 아버지랑 똑같아. 이기적이고 잔인해.
민우 : (표정 독해진다) 그래.. 나, 우리 아버지 아들이야. 내가 못 가질 거면...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살았어.
미주 : ..!
민우 : (차갑게) 내가 뭘 어떻게 하든.. 날 원망하지 마... 날 이렇게 만든 거 이미주, 너야.
(민우, 차를 타버리고 간다. 남겨진 미주... 이내 안타깝게 보는데..)
씬34. 유치원 앞
(조필연과 고재춘이 유치원 쪽으로 간다. 그 입구.. 아이들이 나오고 있고.. 삼삼오오 엄마의 손을 잡고 선생님과 인사하며..
파출부의 손을 잡고 걸어 나오는 우주...
필연이 그 앞에 서자 우주, 얼굴을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필연, 우주에게 미소를 보이는데..
파출부가 눈치 채지 못하고 우주를 데려가고.. 자꾸 돌아보는 우주...)
필연 : (우주를 보며) 난 저 녀석을 아주 잘 키워보고 싶어.
재춘 : 하지만 민우한텐 친아들이 아닌 걸로 되어있는데..
필연 : 미국에 보내면 돼.
재춘 : 미국이요?
필연 : LA쪽에 한번 알아 봐. 한인들 많은 곳 말고, 이왕이면 잘 사는 동네로 잡아서 대리모를 구해.
재춘 : ..
필연 : 거기서 최고의 교육을 시킬 거다. 한 이십 년쯤 지나서 데려오면 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재춘 : 예, 의원님... 근데, 언제까지..
필연 : 당장 하란 말야..!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오래 둘수록 나빠.. (눈빛) 미국에 거처가 마련되는대로... 아이를 빼앗아와야지.
씬35. 보일러 공장 안
(강모와 시덕, 영출, 소태, 경자, 기술이사가 기계들을 점검 중이다. 기술이사에게 설명을 들으며..)
강모 : 이사님, 신제품이 개발되면 외국에 수출할 판로도 뚫을 수 있을까요.
영출 : 수출도 하게?
강모 : 가능하다고 봐요. 온돌식 가스보일러.. 분명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충분한 아이템이에요.
이사 : 프랑스 보떼 본사와 협력하면 유럽진출이 가능 할 겁니다.
강모 : ... (뭔가 설레는 느낌)
씬36. 식당 방안
(공장 인근의 단골집... 작업복 차림의 강모와 영출, 기술 이사, 소태와 경자, 시덕이 모여서 막걸리를 먹고 있다)
강모 : 자, 최신형 온돌식 보일러 개발을 위하여!
좌중 : 위하여..!!
(좌중, 건배하고 마신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강모 : 현재 만보건설 상황은 어때요?
기술 :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개발 중인 보일러보다 성능이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영출 : 걱정할 거 없다니께? 이제 시제품만 나오면, 게임 끝나 부러.
강모 : 시제품 나오는 대로, 분양모집과 함께 보일러 홍보에 들어갈 겁니다.
시덕 : 홍보는 어떤 방식으로 할 건데?
강모 : 아파트 분양 광고와 보일러 홍보를 동시에 할 거니까, TV광고로 할려구.
영출 : 그거 돈 많이 들잖어?
소태 : 지금 돈이 문제에요? 이번 분양에 신도시 개발 사업권이 왔다 갔다 하는데..
시덕 : 그럼, 시에프 모델두 미리 정해놔야지.
경자 : (손 번쩍 쳐들고) 내가 할게요, 사장님. 내 평생소원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건데.... 나 정말 잘 할 자신 있어요.
영출 : 경자야.. 제발 좀 참아 줘.
경자 : 내가 뭐 어때서요? (일어서서, 몸매 뽐내며) 제가요, 이래뵈두 명동에 서 있으면 다들 쳐다보구 난리에요.
소태 : 아, 누가 또 우리 경자씨 술 멕인거야? (주저앉히며) 제발 좀 앉아요, 경자씨..
강모 : 모델은 벌써 정해놨어.
경자 : 벌써요? 누군데요?
강모 : 차수정.
(좌중, 놀라며 떠드는 소리.. TV밑의 녹음기에서 녹음테입이 돌아가고 있다)
씬37. 만보건설 회장실 안
(민우가 카세트 테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다. 성중이 있고..)
강모 : (E) 모델은 벌써 정해놨어.
경자 : (E) 벌써요? 누군데요?
강모 : (E) 차수정.
시덕 : (E) 야, 그거 좋다. 차수정이면 최고지.
강모 : (E) 참고로, 모델료는 무룝니다.
소태 : (E) 무료? 야, 암만 여동생이래두 너무 한거 아니냐?
경자 : (E) 차수정이 강모오빠 여동생이에요?
소태 : (E) 몰랐어요? 야, 진짜 눈치두 없네..
(민우, 카세트를 끈다. 심각해 있고..)
성중 : 차수정양이.. 우리 시에프를 거절하더니 끝내 한강건설로 갔군요.
민우 : ...
성중 : 한강건설에서 이대로 보일러 개발을 성공시킨다면.. 이번 수서지구 아파트 분양, 우리가 패배하고 말 겁니다.
민우 : (생각한다, 눈빛을 번뜩이며) 문 이사님..
성중 : 예, 회장님.
민우 : 만약 내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성중 : 글쎄요. 제가 조필연 의원님 방식을 잘 몰라서..
민우 : 곧바로 급소를 공격합니다.
성중 : 예?
민우 : 룰이나 규칙 따윈 안중에도 없죠. 물론 양심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가책을 받을 일도 없구요..
그냥.. 적을 죽이는 겁니다.
성중 : ... (살짝 겁에 질려서)
민우 : 우선 두 가지만 준비하세요. 보떼 보일러 현지 공장 내부 설계도와.. 최소 3범 이상의 전과자가 필요합니다.
성중 : 저, 전과자요?
민우 : 예... 다른 범죄는 안됩니다. 꼭 방화범이어야만 합니다.
성중 : 바, 방화범이요? 그럼..? 보일러 공장에 불을..?
민우 : 제가 말씀 드렸죠? 제 아버지 방식이라고..
필연 : (E) 그 놈이 개발 중인 보일러 사업부터 막아.
- 인써트
필연 : 오병탁의 신뢰를 꺾어 놔야만 나도 할 말이 있어. 그래.. 보일러공장에 아예 불을 질러버리는 게 어떻겠냐?
- 다시 현실
민우 : 어서 가서 준비하세요.
성중 : 예, 회장님...
(성중, 인사하고 나간다. 다시 카세트의 플레이버튼을 누르는 민우..)
강모 : (E) 모델은 벌써 정해놨어.
경자 : (E) 벌써요? 누군데요?
강모 : (E) 차수정.
시덕 : (E) 야, 그거 좋다. 차수정이면 최고지.
강모 : (E) 참고로, 모델료는 무룝니다.
민우 : (들으며, 혼잣말) 날 이렇게 만든 거.. 너야, 이미주.. 니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씬38. 로열클럽 전경 (밤)
씬39. 동, 룸 안
(태섭과 경옥이 술을 마시고 있다. 경옥, 취기가 올라 있고.. 술 마시는 경옥의 손을 태섭이 잡아서 만류하며..)
태섭 : 경옥아, 너, 너무 마시는 거 아냐?
경옥 : 왜요? 제가 취할까 봐요?
태섭 : 너, 벌써 취했는데 뭐.
경옥 : .. (본다) 우리.. 다 버리고 어디 멀리 가서... 같이 살래요?
태섭 : .. (본다)
경옥 : (피식 웃고) 맞아.. 처음 당신 만났을 때도.. 이 말을 내가 먼저 했어.
태섭 : 너 요즘.. 사업 많이 힘든 거 안다. 차라리 정연이한테 다 물려주고..
경옥 : 정연이한테.. 이런 상황을 알리라구요? (씁쓸하게) 우리 정연이한텐.. 절대 어려운 내색.. 보이면 안돼요.
(이때, 노크소리.. 정연이 들어선다)
태섭 : 정연이 왔냐?
경옥 : (얼른 머리 만지며 정신 차리고) 어서 와요.
정연 : 보고 드릴게 있어서 왔는데.. 사장님, 술 많이 드셨어요?
경옥 : 아니, 괜찮아요.
정연 : (자리에 앉더니 서류를 내민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제 2금융 인허가신청서에요.
태섭 : .! (놀란다) 벌써, 준비가 다 끝났다는 거냐?
경옥 : .. (펼쳐들고 본다, 놀라는 표정)
정연 : 이번에 유치한 총 자본금은 사백억이 조금 넘어요.
태섭 : 사백억?
경옥 : (놀라서)
정연 : 사외이사로는 전 재무부장관이셨던 임종택 장관이 맡아주실 거구요. 회사 이름은 해피 신용금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제 2 금융 인허가, 확실히 받아낼 수 있을 거예요.
경옥 : ..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태섭 : 이봐 경옥.. (하다가) 유사장, 지금 우는 거야?
경옥 : (얼른 눈물을 훔친다) 갑자기.. 백파어른이 생각나서요..
정연 : 고맙습니다, 유사장님.. 사장님이 뒤에 든든히 안계셨다면.. 저, 혼자서는 절대 이뤄내지 못했을 거예요.
경옥 : .. (정연을 보는데, 다시 눈물이 난다) 수고했어요, 정연양..
정연 : 그럼.. 저도 한잔 주실 거죠?
태섭 : 그래, 먹자..! 오늘 우리 셋이서 실컷 마셔보자..!! 자, 내가 한잔 따라주마. (술을 따라주고)
정연 : .. (받으며 경옥을 보는데)
경옥 : .. (눈물을 닦아내며)
태섭 : 그만 좀 울어. 자, 해피신용금고와 우리 세 사람을 위해서 건배..!
(세 사람, 건배하고 마신다. 정연, 경옥을 보는데.. 경옥, 대견한 듯이 정연을 보고..)
씬40. 정연집 앞, 골목 (그 밤)
(태섭과 정연이 다가온다)
정연 : .. 다 왔어요. 그만, 돌아가세요, 아버지.
태섭 : .. (본다) 내 딸, 아주 대단하구나. 그 어려운 걸 혼자 다 이뤄내고...
정연 : ... (보다가) 아버지.. 아까 유사장님... 좋아하신 거 맞죠?
태섭 : ... 좋아하다 뿐이냐? 아까, 운거.. 그거 너 때문에 운거야. 너무 기쁘고 대견해서.
정연 : 저 사실은... 그거 때문에 더 이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엄마.. 웃는 모습 보고 싶어서요.
근데.. 오늘은 계속 울기만 하시네요?
태섭 : .. (안아준다) 정연아..
정연 :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저, 잘할 자신 있어요, 아버지.
태섭 : 그래.. 너 믿는다. 잘 해낼 거야, 내 딸..
(태섭이 정연을 다독이며.. 그 일각, 정식이 적개심어린 눈초리로 두 사람을 노려보는데...)
씬41. 일식집 방안
(민우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이때, 문성중이 낡은 점퍼 차림의 사내 두 명을 데리고 들어선다)
성중 : 이분들입니다.
민우 : 앉아요.
(방화범 1, 2, 어려워하며 앉는다. 민우, 말없이 상 위에 공장 내부도를 펼쳐 보는데.. 두 사람, 도면을 보며..)
민우 : 보떼 공장 내부설계도에요. 급소가 어딥니까?
방화 1 : ..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지적한다)
민우 : (흡족하게) 맞아요. 거기가 바로.. 연료 가스탱크가 있는 곳이에요.
성중 : .. (긴장)
민우 : 일을 성공시키면 두 사람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겁니다.
세탁소를 하던, 슈퍼마켓을 하던.. 여기보단 훨씬 잘 살 수 있을 거예요.
방화 1, 2 : ... (시선 마주치며)
씬42. 보일러 공장 앞
(승용차가 서 있고.. 강모와 시덕이 서울로 돌아가려는 중이다. 영출과 기술이사가 남고.. 공장 직원 몇 명이 배웅하는 자리..
이때, 경비과장과 두 명의 신입 경비가 다가온다. 방화범 1, 2다)
기술이사 : 못 보던 얼굴들이네?
경비과장 : 새로 경비과에 입사한 사람들입니다.
방화범 1, 2 : (인사 꾸뻑하고)
강모 : (기술 이사와 악수하며)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영출 : 며칠 있으면 시제품 나오니까 금방 완성시키구 갈게.
강모 : 밥 잘 챙겨드시구요.
영출 : 여기 식당 밥 맛있어, 걱정 마.
(강모, 승용차를 타고 떠난다. 방화 1, 2의 눈빛이 매섭고..
승용차 안.. 강모, 사이드 미러로 방화 1, 2를 보지만 별로 의심하지 않고..)
씬43. 미주 아파트 안
(앞치마까지 두른 미주... 현관문을 열어주면 강모가 들어선다. 그럴듯한 밥상이 차려져 있고..
미리 와 있던 성모가 밥상 앞에 앉아 있다)
강모 : 언제 왔어, 형?
성모 : 아까부터 기다렸어. 배고파 죽겠네.
강모 : 뭐가 이렇게 진수성찬이야?
미주 : 생각해보니까, 우리 오빠들, 밥 한번 제대루 해준 적 없는 것 같아서.
성모 : 미주, 얘..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미주에게) 솔직히 말해 봐. 뭐가 필요한 거야?
미주 : 맛있게 먹기나 하셔. 얼른 국 떠올게. (간다)
성모 : 축하한다, 강모야. 보일러 일, 잘된다면서?
강모 : (반찬 하나 집어 먹으며, 미소) 두고 봐, 형.. 신도시 아파트, 내가 다 평정해 버릴 테니..
성모 : .. (웃어 보이고)
씬44. 요정집 전경 (밤)
씬45. 동, 방안
(필연과 민우가 마주하고 술을 마시고 있다)
필연 : 니가 어쩐 일로, 나한테 술을 다 사달라고 하는 거냐?
민우 : .. (마신다)
필연 : (다 알지만) 니 눈매가 저번하고 다르구나? 무슨 일 있었냐?
민우 : 부실기업 리스트는 어떻게 됐어요?
필연 : 지금 오병탁 의원과 작성중이다.
민우 : 몇 개나 퇴출 되는 됩니까?
필연 : 뭐, 대략 삼십 개쯤 될까? 근데, 왜?
민우 : 자리 하나 비워두세요.
필연 : ... (본다. 의미심장한 눈빛) 한강건설이냐?
씬46. 공장 안 (밤)
(후래쉬를 들고 순찰을 도는 방화범 1, 2... 비어있는 공장 안..
두 사람,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더니 각각 다른 쪽으로 헤어진다)
씬47. 어느 지하실 안
(들어서는 방화 1... 굳게 닫힌 철문 앞에 선다. ‘접근금지’ ‘폭발 주의’ 등등의 가스 위험표시가 붙어 있고..
방화 1, 준비해 온 열쇠로 자물쇠를 끌른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씬48. 그 안 / 밖
(들어서는 방화 1... 큼지막한 가스관 밸브를 돌려서 연다. 소리를 내며 새기 시작하는 가스...
방화 1, 능숙한 솜씨로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을 밸브에 매더니 줄을 늘어뜨리며 밖으로 나온다.
그 철문 밖... 나오는 방화 1... 라이터로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는 급히 그곳을 빠져 나오는데...
불꽃을 일으키며 철문 안쪽으로 타들어가는 도화선..)
씬49. 미주 아파트 거실
(강모와 성모, 미주가 맛있게 식사중이다)
미주 : 찌개 어때? 맛있어?
강모 : 진짜 맛있다. 맨날 사먹다가 오랜만에 이런 밥 먹어 보네.
성모 : 미주야, 나 한 그릇 더 줘.
미주 : 알았어, 오빠.. (급히 일어서면)
강모 : 일어난 김에 TV나 좀 켜 봐.
미주 : 작은 오빤 어릴 적부터 맨날 시켜먹기만 해.
(미주, TV를 켜는데.. 뉴스가 나온다)
뉴스 : 방금 들어온 속봅니다. 용인에 있는 보떼 보일러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미주 : 오빠? 여기 오빠네 공장 아냐?
성모 : 가, 강모야..?
(TV속 화재현장... 자료화면으로... 강모, 믿기지 않은 얼굴로...)
씬50. 요정집 방안
필연 : (크게 웃으며)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불이 나고 있단 말이냐?
민우 : 예... 하나도 남김없이.. 잿더미가 되고 말 겁니다.
씬51. 미주 아파트 거실
(화면속의 화재현장... 강모, 넋이 빠진듯이 보다가..)
강모 : 안돼.. 안돼..!!
(밥상을 박치고 벌떡 일어선다. 성모와 미주가 잡으며..)
성모 : 강모야..
미주 : 작은 오빠..
(강모, 비명 지르며 포효한다. 차갑게 웃고 민우의 얼굴이 반씩 갈라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