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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선 암 사 |
| 1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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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들머리 | 2.26km | 12:41 | 47 | |
비 로 암 | 1.56 | 13:15 | 34 | |
장 군 봉 | 2.10 | 14:42 | 87 | 40분 점심 |
연 산 봉 | 3.22 | 15:33 | 51 | |
송광굴목치 | 1.06 | 15:48 | 15 | |
송 광 사 | 3.97 | 16:38 |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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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14.17m | 04:44 | 04:04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간단하게 몸을 풀고 선암사로 향합니다.
경운 원기스님이 살아생전 쓰셨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발간한다는 내용?
산고집散稿集의 뜻을 유추해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문화제 관람료를 내고 들어서니,
오래된 절답게 고목이 반겨줍니다.
우측으로 부도군을 지나자,
조계산 선암사가,
선종과 교종 등 양종의 대본산이라는 글이 씌어진 비석 뒤로 또 부도군이 나오는군요.
큰 절 답게 훌륭한 고승들이 많이 배출된 모양입니다.
장승을 지나니,
아취형의 무지개 모양을 한 다리가 나옵니다.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이 다리는 보물 400호의 승선교인데 그 뒤로 보이는 상선루는 이렇게 다리 아래로 보아야 제 맛이라고 하는군요.
홍교虹橋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이 승선의 선仙을 선녀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 해석을 하고,
이 강선루 역시 선녀가 내려온 누각 운운云云하는 호사가들이 있는 모양인데 신성한 절집 앞에서 웬 선녀?
그냥 신선이라고 새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선녀는 금강산으로 보내야지....
조계산에서 발원한 이 선암사천은 상사호로 흘러든 다음 순천동천이 되어 남해로 들어가게 됩니다.
똑 같은 조계산의 물이라 해도 송광사 방향으로 흐르는 물과 이 선암사로 흐르는 물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이따 송광사의 물을 보면서 다시 보도록 하죠.
그 선암사천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삼인당三印塘이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삼인이란 "모든 것은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제행무상諸行無常),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으니(제법무아諸法無我), 이를 깨달으면 열반에 들어가게 된다(열반적정悅槃寂靜)라는 말이라고 하는데,
긴 알 모양의 연못 안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입니다.
못 당塘 자를 쓴 삼인당이라는 이름도 세련되거니와 뭔가를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이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경내로 들어서려는데 좌측에,
하마비가 보이는군요.
선암사의 특이한 점은 일주문이 담장과 함께 이어져 있다는 점이고 사천왕문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들어가는 일주문 현판에는 조계산 선암사로 표기되어 있는 반면,
들어가서 안쪽에서 나오면서 보면 이 일주문에는 '청량산 해천사'라는 또 다른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이 현판으로 미루어 보아 이 조계산의 원래 이름은 청량산이었으며 이 절집의 이름도 해천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선암사가 예전에는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하여 골머리를 앓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풍수지리학 상으로 볼 때 이 위치가 산강수약山强水弱인 곳이라 산 이름을 청량산이라 하였고 절집 이름은 해천사海川寺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설說의 근거는 잠시 후에 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범종루를 통과하여 좌틀하면,
좌측으로,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가 있습니다.
답답하고 무언가 가슴에 묻은 응어리를 풀고 싶을 때.
그리고 나 아닌 누군가에게 실컷 하소연 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붙잡고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하고 싶을 때 시인 정호승님은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면 무작정 선암사로 가라고...
그 선암사로 가서는 뒷간이라고 씌어진 해우소로 가서 혼자 실컷 울라고 합니다.
그러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산길에서 소나무가 반겨주고 아까 본 범종루의 목어가 그대를 시위侍衛해 주듯 따라올 것이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근심을 털어줄 것이고 그리고 그 번민들은 새와 함께 날아갈 것이라고....
그런 선암사로 가라고 합니다.
행여 그 뒷간에 가서 소변이라도 본다면 그 소변과 같이 그 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남모를 고통.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
내 사랑이 전해지지 않아 증오로 변질되어 되돌아오는 데서 오는 고통.
그런 고통이 눈물이 되어 다 없어질 것이니 실컷 울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그런 충동이 일 때면 선암사로 언제라도 가라고....
선암사 仙巖寺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解憂所)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그 해우소 앞 목조건물인 심검당을 보는데 처마 밑에 뭔가 씌어져 있습니다.
그렇군요.
水와 海.
이 글자가 아까 말씀드린 풍수지리학 상의 불의 기운을 누르기 위하여 물로써 방비를 했다는 그런 내용입니다.
선암사의 목련은,
이 고매古梅와 함께 아주 유명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특히 선암사 매화 즉 선암매는 고매古梅라고 하여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300년이 넘은 매화나무라고 합니다.
화엄사 홍매紅梅와 함께 유명한 데 아쉽게도 지금은 다 져버렸습니다.
지나는 길에 조사전을 둘러보고.....
영정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음...........
정말 아름답습니다.
소나무와 동백꼿과의 조화.
그리고 매화나무.
..............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하여 좌측에 쪼그려 앉아 있는 사진쟁이......
자, 이제 산행도 해야죠.
장군봉 즉 조계산의 주봉까지는 2.7km라....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는 거리같습니다.
오늘 산행은 온전하게 순천시 승주읍 안에서 시작을 하게 됩니다.
아쉬움에 절집을 다시 돌아보며 오르는데 좌측으로,
마애여래입상을 봅니다.
우측으로 삼나무 밭을 지나면,
바로 대각암이 나오고,
그러고는 곧 이어 삼거리가 나옵니다.
직진하면 장군봉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지만 저는 좌틀하여 비로암을 들르기로 합니다.
점심은 장군봉에서 먹기로 하였으니 저는 좀 돌아서 올라 거기서 일행들을 만날 요량입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에 위치한 비로암에 들른 이유는,
이 비로암이 선암사의 모태가 된 암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지인스님은 안 계시고 다른 암자의 스님과 금당이라는 처사님이 말씀을 나누고 계셔서 저도 물 한 모금 얻어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눕니다.
여기서 왼쪽으로 올라 배바위 ~ 장군봉으로 오를 수도 있었으나 혹시나 일행들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측으로 진행을 하여,
지도 #1의 '나'의 곳에 있는 장군봉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장군봉으로 오르는데 유유님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올라가다 아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폈다는 것입니다.
하는 수없이 선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수밖에....
내려가는 도중 사진작가인 조명환 선배님을 만나게 됩니다.
선배님도 저와 비슷한 이유로 오늘 조계산을 찾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지난 번 성황리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진전을 열기도 하셨었고....
700여 m를 내려가 지도 #1의 '다'의 곳에서 대원들을 만나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야관문님이 주시는 야관문주와 황성주 선배님께서 주시는 막걸리.
시원하고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40여 분 맛나게 점심을 먹고 자리를 텁니다.
그런데 사실은 오늘 밤 토요무박 산행으로 진도지맥 2구간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행을 마치고 대원들과 함께 귀경을 하다 죽전에서 내려 백두사랑 대원들과 합류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오늘 행락객들로 인한 교통 체증으로 정시에 죽전에 내리기가 쉽지도 않을 거 같아 저는 송광사에서 출발하는 광주행 버스를 타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은 시간은 3시간 정도.
대원들과 함께 발을 맞추자면 버스 막차 출발 시간이 17:40을 맞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원들께 이런 사정을 전하고 대원들을 추월하여 진행합니다.
아까 뛰어내려 가면서 보았던 절터입니다.
향로암터 라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거 옆에는 샘터까지 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비로암 갈림 삼거리입니다.
삼거리를 지나니까 향로암터에서 점심을 드시던 여성대원 3인을 만나게 되는군요.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 장군봉으로 함께 오릅니다.
좌측 뒤로 깃대봉이 보이고...
훌륭한 조망터에서 이 조계산의 뿌리 호남정맥을 봅니다.
정맥의 끝에 높이 솟아 있는 고동산을 봅니다.
철탑이 랜드마크가 되는군요.
조금 전 올라온 선운사 사하촌 정경.
그 뒤로 상사호가 보이는데 너무 개스가 껴서 뿌옇게 보여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러고는 조계산 장군봉에 오릅니다.
이 조계산 장군봉에 오르면서 송광면을 만나게 되는군요.
정상에는 여전히 케른 한 기가 자리를 잡고 있고,
여기서 1등급 삼각점(순천11)과,
정상석을 확인합니다.
조계산의 뿌리를 봅니다.
주지하다사피 호남정맥은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의 경계에 있는 조약봉(주화산)에서 분기한 줄기입니다.
이 줄기는 남진하여 만덕산, 강천산, 내장산, 무등산, 제암산, 일림산 등을 빚고 약372.5km를 진행하여 이 조계산을 세웁니다.
호남정맥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졸고拙稿 호남알프스 1구간을 참조하시면 좀 더 많은 내용을 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조계산은 중국의 영남(嶺南) 소주부(韶州付:현재 광동성)에 있는 조계산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晉나라 무후의 5대 후손인 조숙량(曹叔良)이 육조(六粗)대사 혜능를 흠모해 보림(寶林)의 옛터인 쌍봉(雙峯) 아래 대계(大溪)벌에 절을 지어주니 대사가 그 은혜를 못 잊어 조숙량의 성인 '조'에 쌍봉 대계의 '계'자를 결합하여 조계산이라 이름 지었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조계산의 옛이름은 청량산이었다고 하는데 이 이름을 언제 갖다붙인 것인지....
대원들은 여기서 좌틀하여 배바위를 지나 선암굴목치에서 우틀하여 송광굴목치를 거쳐 송광사로 진행할 것입니다.
그 루트는 일부 호남정맥을 걷게 된다는 의미도 있으나,
저는 우틀하여 접치 갈림길을 지나 연산봉838.7m ~ 연산삼거리 ~ 832.3봉으로 해서 송광굴목치에서 우틀하여 송광사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 멋진 능선을 감상합니다.
더 좌측으로 눈을 돌려보고....
가운데 있는 봉우리가 연산봉(838.7m)이고 그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781.9봉.
그리고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모후지맥의 주봉 모후산입니다.
주암호를 가운데 두고 이 조계산과 마주보고 있는 형국인데 오늘은 좀 그렇습니다.
우틀합니다.
지금부터는 잠시 추억의 호남정맥 길을 걷게 되는군요.
그리고 그 길은 승주읍과 송광면의 면계가 되기도 합니다.
나무데크가 깔려 있고...
토사의 유실을 방지하려고 설치해 놓은 것일 겁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지도 #1의 '라'의 곳인 이 접치 삼거리에서 저는 직진을 하지만 정맥 마루금은 우틀하여 계속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루트는 승주읍과는 작별을 하고 주암면을 만나 주암면과 송광면의 면계가 되기도 하는군요.
제가 정맥을 할 때 이 구간을 비를 쫄딱 맞으면서 추위에 달달 떨며 진행했던 기억이 삼삼해집니다.
직진합니다.
이내 헬기장이 되어 있는 867.5봉에 오르고....
좌측으로 조계산 장군봉을 보며 진행합니다.
지금쯤이면 대원들이 장군봉에 도착을 했으려나?
잠시 후 안내방송용 스피커가 설치된 봉을 지나고,
그림같은 오솔길을 걷습니다.
바로 이 맛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악산岳山에서 주위 풍광을 둘러보는 맛도 즐기지만 이런 호젓한 오솔길 같은 길을 걸으면서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가장 사랑합니다.
올라오느라 흘렸던 땀을 잔바람이 식혀주고 숨을 고르게 해줍니다.
그러고는 지도 #1의 '마'의 곳에서 장박골삼거리를 만납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장막골로 떨어지게 되겠지요.
5분 정도 이런 길을 걸으면 이제 주암면과도 이별을 하고 온전하게 송광면 안으로 들어와 걷게 됩니다.
너무 부드러운 이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게 너무 억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바닥에 다가오는 푹신한 감.
참!
그리고 오늘은 제가 3주간 넘게 고생을 하면서 열심히 치료를 받은 '족저근막염'과 왼쪽 무릎의 고통이 완치했느냐 하는 테스트를 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가까이는 진도지맥을 하면서, 멀리는 갑산지맥과 도솔지맥을 하면서 상당한 고통을 느꼈었던 고통때문에 정말이지 열심히 치료를 받았었습니다.
물론 '술'때문에 치료가 더디어지기도 했지만 끊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니....
머릿속은 아직은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아 환희 속에 뜰떠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촉觸 한 마디가 예민하게 두 발과 왼쪽 무릎을 살피고 있습니다.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오르락내리락 하니 연산삼거리입니다.
우틀하여 진행하면 소위 피아골이라는 너덜지대로 내려가 송광사로 진행이 되는 루트입니다.
좌틀하면 이 지역의 명소 보리밥집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연산사거리에서 직진합니다.
그러면 연산봉이라는 정상석이 자리한 832.3봉으로 오르게 되는데 여기가 연산봉?
김형수님 지도와 동아지도에는 아까 지나온 838.7봉을 연산봉이라 하고 여기는 작은연산봉이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어떤 게 맞는 건지....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고도 표시만 되어 있고....
영진지도에는 무표시.
도립공원이나 지자체에서 표기해 놓은 것을 믿을 수 있나요?
자도 여기가 작은연산봉으로 생각하고 진행합니다.
헬기장이 멋들어지게 조성되어 있는 작은연산봉을 떠납니다.
왼쪽 장군봉 우측의 선암사 사하촌인 죽학리와 상사호.
그리고 조계산 장군봉 아래 흰바위가 보이는군요.
이름하여 배바위.
좀 당겨봅니다.
맞나?
아주 오랜 옛날 큰 홍수때 배를 묶어 두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 모양인데 좀 어설퍼 보입니다.
차라리 호남금남정맥에서 갈라진 천황지맥을 할 때 남원을 내려다 보는 곳에 있던 고리봉의 존재 의미가 차라리 설득력이 있습니다.
즉 풍수지리에서 볼 때 배모양을 한 남원이 물에 쓸려내려 갈 것을 우려해 배 모양의 남원의 선수(船首)를 이 고리봉에 매어두는 역할을 하는 산이라 하여 고리봉이라고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무 얘기나 갖다가 붙이면 되는 것인지...
우측으로 깃대봉에서 용마봉으로 흐르는 정맥의 여맥이 힘 있어 보입니다.
상사호 뒤로 보이는 산줄기가 이 정맥의 깃대봉 부근에서 분기하여 계족산을 지나는 여수지맥입니다.
가운데로 흐르는 호남정맥 줄기.
호남정맥과 우측이 일명 천자암봉757.4m.
천자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고....
작은 봉우리는 사면치기로 진행하고,
지도 #2
그러면 지도 #1의 '바'의 곳에 있는 송광굴목치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조계산에는 굴목치(재)가 두 개가 있는데 송광사 쪽에 있는 것은 송광굴목치, 선암사 쪽에 있는 건 선암굴목치라고 부르는군요.
양쪽을 적당하게 배려하는 교묘한 작명법입니다.
그런데 이 굴목치의 고도가 720m라고요?
뻥을 튀겼어도 한참이나 튀기셨습니다.
조금 전 내려온 봉우리의 표고가 690m정도 였고 지도의 등고선을 보더라도 665m 정도가 적당할 텐데 무려 50m가 넘게 뻥을 치셨으니....
이 정도로 성의 있는 정상석을 세울 정도였으면 조금 더 신경을 쓰셨어야 했거늘....
직진하여 천자봉도 올라보고 천자암 구경도 했으면 좋으련만 버스 시간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우틀합니다.
산객들이 하도 많이 다녀서 길이 반들반들합니다.
지도 #1의 '사'의 곳의 대피소도 지나고....
여기서 발원하는 이 물은 주암호로 흘러들어 보성강으로 흘러든 다음 섬진강으로 합류하여 호남정맥의 끝 광양만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까 보았던 선암사 쪽으로 흐러가는 물과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즉 아까 보았던 선암사천은 순천동천으로 합류하여 남해로 흘러드는 짧은 여정인 반면 이 송광사 쪽 물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암호 - 보성강 - 섬진강 -남해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하게 됩니다.
그 비밀은?
예.
그렇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에 있습니다.
즉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하고 두 개의 산줄기는 물을 에워싼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산줄기는 나를 낳아준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서 반드시 그 맥을 다 한다고 하는.....
지도를 봅니다.
참고도 #1
조계산에서 서쪽으로는 흐르는 물(참고도의 하늘색 화살표)은 결코 호남정맥을 넘지 못하고 모두 북쪽으로 흘러 섬진강으로 합수하게 되고 반면 동쪽으로 흐르는 선암사천(참고도의 연두색 화살표)은 동쪽의 큰 줄기인 여수지맥을 넘지 못하고 남해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만고의 진리.
산자분수령입니다.
그게 곧 산경표의 원리이기도 하고...
그 산경표를 현대적 의미로 계승했다고 하는 것이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입니다.
물론 신산경표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아직 수정 보완하여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은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말씀드리기로 하고....
아까 연산봉 사거리에서 우틀하면 내려오는 루트.
즉 지도 #2의 '아'의 곳에서 피아골 루트를 만납니다.
너무 좋은 길이라 내일 걸을 진도지맥 즉 진도 산줄기와 비견이 됩니다.
모르긴 몰라도 내일이면 엄청난 가시나무와 잡목에 시달리면서 다리와 팔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며 옷은 보풀이 생기게 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찢기도 할텐데 그에 비하면 여기는 너무 사치스럽기만 합니다.
소나무와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계곡의 물에 저런 자리를 펴 놓은 이유는?
혹시 저 맑은 소沼에서 목욕하는 것을 가리는 가림막 역할?
설마....
너무 맑은 물입니다.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한가로운 풍경.
오죽烏竹.
옛 사람들은 검은 것을 흑黑보다는 오烏를 줄겨 사용한 거 같은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오골계烏骨鷄, 오석烏石, 오죽烏竹....
절집이라면 송광사도 한 가닥합니다.
건축을 모르는 저도 음...이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되고....
아취형의 다리는 선암사와 같고....
세월각과 척주당의 의미도 새겨보면서...
안내판1.
안내판2.
조선시대의 절묘한 건축 양식에 감탄도 해 봅니다.
홍교 위의 우화각.
그리고 징검다리....
일주문....
부도전을 지나는데 웬 카메라맨이 저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합니다.
'도사님'이시군요.
오늘 해올산악회와 함께 오셨는데 촉박한 시간때문에 땀나게 걸어왔다고 하시는군요.
산행능력이 출중하신데 무슨 걱정을...
만나서 반가왔습니다.
.................
여기도 하마비....
부도군을 지나,
안내석을 지나면,
입장료를 받는 곳이 나오는데...
이번만큼은 그 입장료가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송광사하면 한자까지도 똑같은 전주 소양면의 송광사가 생각납니다.
얼마전 호남알프스를 하기 위하여 들렀던 송광사에는 벚꽃이 조금 꽃망울을 맺고 있는 정도였는데 아마 지금쯤은 만개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휴게소에서 화심순두부를 먹었는데 송광사 벚꽃놀이 후 먹는 화심순두부 맛은 별미였는데...
실제로 그 동네 사람들은 그것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맛이 없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도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그것을 꼭 먹어봐야 한다니...
사하촌 식당가 맨끝에 복동28인승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군요.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몸을 닦고 5시 발 광주행 버스표를 끊고는 캔맥주 한 통으로 하산주에 갈음합니다.
1시간 정도 후에 내려온 대원들은 맛집 '덕동원'에서 행복한 밥상을 받았다는 사진이 날라오는 데 정작 저는 광주버스터미널에서 만두 한 판을 시켜 먹고 진도행 버스를 타고 갑니다.
노모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씁쓸하지만 유유님이 제 몫을 다 하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첫댓글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를 못 보고 오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