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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철부지의 낙서장 ; 아저씨? 할아버지? 어르신?
철부지승시기 추천 0 조회 15 10.10.26 22:56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어느 날 갑자기 싫어도 나이 먹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 느낌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그것도 내가 직접 깨달았다기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이나 행동으로 그것을 일깨워 주었을 때 정말 기분이 야릇했다. 서글픔이랄까 야속함이랄까 하여튼 착잡한 기분이었다.  

  마침 어제 某대학 평생교육원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가 먼저 내가 겪은 다음의 세 가지 경험을 글로 써서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1."아저씨! 할아버지죠?" 엘리베이터안에서 너댓살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인사를 했다. "그래, 맞다. 할아버지다." 라고 웃어넘겼지만 씁쓸한 뒷맛은 영 개운하지 않았다.

  드문드문 하얀 머리카락이 보이긴 해도 내 머린 아직 새카맣고 얼굴에 주름도 그다지 많지 않아 내심 할아버지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는데 할아버지라니! 그러나 어쩌랴. 애들은 거짓말을 못한다는데. 그 애의 눈에 할아버지로 비쳤으면 할아버지인 게지.

 그래도 할버지가 되는 일은 뒤로 미루고 싶다. 그 애가 한 말 가운데 앞 부분만 생각하자.

아저씨! 그래 난 아직 아저씨이고 싶어. 꼬마야! 다음에 날 다시 만나거든 아저씨라고만 불러줘. 제발.


2.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리 양보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얼마 전 하루에 두번씩이나 자리 양보를 받았다. 아는 선배의 장모님 빈소를 오갈 때 전철 안에서. 갈때는 수원역에서, 올때는 안양역에서. 아직도 어른을 공경하는 이런 기특한 젊은이들이 있구나 싶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인대접을 받는 것 같아 서운함을 떨칠 수 없었다.

 팔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 혼자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이미 할아버지였던 거구나.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너댓살 먹은 아이가 "아저씨, 할아버지죠?" 했던 것처럼.


3. 좋은 말인데도 듣고 나니 기분 참 거시기했다. 남의 아버지나 어른을 높혀 부르는 '어르신'이란 말을 하루에 두 번이나 들었으니 말이다.

 초여름 어느 날 아파트 입구 현관에 나가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가지 않았는데, 3층 젊은 아낙은 우산을 들고 있길래 "이 정도는 맞아도 괜찮겠죠?"하고 말을 건넸더니 "저야 버스를 타러 걸어가야 되니까 우산을 써야 하지만 어르신은 운전하실 거잖아요. 괜찮지 않겠어요." 하며 웃었다.

 그날 아파트 단지내에 수요장이 섰다. 무심코 지나가는데 과일가게 사내가 호들갑이다."어르신! 오늘 광양매실이 끝내 줘요. 사과도 좋구요. 싸게 드릴테니 들여 가세요."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예의바른 사람들이라고 칭찬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팔팔한 5학년을 몰라보는 야속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60세 내외의 사람들이라 내 이야기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여자 분은 아들이 전화로 "엄마가 드디어 할머니 됐어!"라고 며느리의 임신 사실을 알려 왔을 때 그렇게 속상하고 아들이 미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기가 드디어 아빠가 됐다면 될 것을 왜 하필 생각지도 않은 할머니 소릴 강조하느냐는 것이었다.

 "참 고우시네요"란 말에 속상했다거나  "젊을 때 이쁘다는 말 많이 들으셨겠어요."하는 말에 약이 올랐다는 분도 계셨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담담히 받아들이되, 내가 말을 건넬 때는 상대방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아무리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도 한 마디 한 마디 가려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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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0.26 23:28

    첫댓글 좋은 입과 좋은 귀를 잘 닦고 잘 보관 하면서 예쁜 세상 살아가라는 좋은 말씀 감사... 날씨가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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