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호 물놀이에 미리 지치고(물노리→가리산,등골산,△410.2m→두촌초교)
가리산 제2봉, 제3봉

溪路幾回轉 골짜기 길 몇 번을 돌아
中峰處處看 산봉우리 여기저기 바라보노라
苔巖秋色淨 이끼 낀 바위에는 가을빛 맑고
松籟暮聲寒 솔바람 소리, 날 저물어 더욱 차구나
隱日行林好 해 가린 숲길은 걷기에 좋고
迷煙出谷難 자욱한 안개에 골짜기 벗어나기 어렵네
逢人問前路 사람을 만나 길을 물으니
遙指赤雲端 멀리 붉은 구름 끝 가리키네
―― 정재 박태보(定齋 朴泰輔, 1654~1689), 「수락산 허리를 넘으며(踰水落山腰)」
▶ 산행일시 : 2019년 10월 13일(일), 맑음
▶ 산행인원 : 3명
▶ 산행시간 : 6시간 55분
▶ 산행거리 : GPS 도상 12.2㎞
▶ 갈 때 : 버스 타고 전철 타고 상봉역에 가서, 전철 타고 춘천역에 가서, 버스 타고 소양
댐 선착장에 가서, 배 타고 물노리 선착장에 가서, 트럭 타고 물노리 양지말로 감
▶ 올 때 : 두촌 버스승강장에서 시내버스 타고 홍천터미널로 와서, 고속버스 타고 춘천터
미널로 와서, 고속버스 타고 동서울터미널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00 - 상봉역 출발
07 : 22 - 춘천역
07 : 57 - 소양댐
10 : 07 - 물노리(勿老里)
10 : 16 - 양지말, 산행시작
11 : 24 - 597.2m봉
12 : 03 - ┣자 갈림길
12 : 10 ~ 12 : 55 - 가리산 주릉 아래, 점심
13 : 10 - 가리산 주릉
13 : 43 - 가리산 제1봉(加里山, △1,050.7m)
13 : 57 - 가리산 제3봉, 제2봉
14 : 16 - ┫자 갈림길, 왼쪽은 물노리 가는 길
14 : 44 - ┣자 갈림길, 가삽고개, 918.1m봉
14 : 54 - Y자 갈림길, 왼쪽은 영춘기맥 원동고개(4.0km) 가는 길
15 : 18 - 등골산(900.9m)
16 : 22 - 485.4m봉
16 : 48 - △410.2m봉
17 : 11 - 두촌초교, 산행종료
19 : 54 - 홍천터미널
20 : 50 - 춘천터미널
22 : 05 -동서울터미널
1. 산행지도(영진지도, 1/50,000)

2. 산행 고도표

▶ 가리산(加里山, △1,050.7m)
처음에는 약간 들떴다. 5년 전 이맘때 더산 님과 나 둘이서 물노리로 가서 가리산을 오르려
고 여기에 왔다가 간발의 차이로 배를 놓친 적이 있어 설레기도 했다. 우리 태운 배가 대양처
럼 넓은 소양호의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느릿느릿 지나가는 호수 주변의 후봉
을 비롯한 뭇 산들의 적상이 화려하여 배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들락날락하였다.
소양호 수반에 놓인 주변의 고산준봉들이 상봉역 전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적힌 신경림의
시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의 3연 풍경 그대로다.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는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승객은 우리 셋을 포함하여 6명이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물노리까지 40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배는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물노리 방향을 외면하고 곧장 간다. 메아리대장님이 선
장실로 들어가서 어떤 사정인지 알아보았다. 오전 08시 30분 항차에는 먼 데부터 들르고, 오
후 15시 30분 항차에는 가까운 데부터 들른다고 한다.
그러니 물노리는 아직도 40분이 더 걸린다고 한다. 이때부터 심기가 불편해졌다. 선장의 답
변이 선뜻 수긍하기 어렵거니와 실은 장년의 승객 한 분이 선장과 내내 다정하게 얘기 나누
더니만 가장 먼 조교리에 그 승객을 내려주었다. 그 뒤로 두 곳을 더 들렀다. 선장 맘대로 운
항이다.
이때부터 소양호의 풍경이 시들해졌다. 여태 정겹게 통통거리던 배의 기관소리가 텅텅거려
여간 시끄럽지 않게 들리고, 뱃전에 부는 가을바람은 차갑기만 하고, 간혹 보이는 수초 두른
가두리 어장이 호수 오염원으로 보이고, 반짝이던 호수 물빛은 너무 눈부시어 시계를 가리고
눈 돌리게 한다. 동승한 물노리에 사신다는 한 아주머니도 전에 없는 운항방식에 분개한다.
1시간 37분이나 걸린 10시 07분에 물노리에 도착한다.
물노리 아주머니는 남편 분이 트럭 몰고 선착장에서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양지말
이 집이라고 한다. 선착장에서 양지말까지 2km 가까이 되는 거리이다. 트럭 짐칸에 태워달
라고 부탁하여 시간을 절약한다. 때늦은 산행시작이다. 당초에는 물로천 건너 가리산 서릉의
영춘기맥으로 이어질 장릉을 오르려고 했는데, Y자 갈림길(왼쪽은 궁병골로 가고 오른쪽은
가리산 주등로인 절골로 간다) 가운데 능선을 오르기로 한다.
양지말에서 물로천 들여다보며 들녘을 걷다 허름한 다리 건너고 Y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 언덕배기 약간 오르면 주등로 벗어난 산자락에 잘 다듬은 무덤이 나오고, 그 위쪽으로
잡목 숲과 거미줄을 헤치면 인적 흐릿한 산길이 보인다. 역시 산에 드니 생기가 돈다. 언제나
처럼 나중에는 지칠지라도 산행시작만큼은 씩씩하다.
3. 소양댐에서 바라본 멀리 삼악산

4. 소양호

5.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6. 소양호 주변

7. 소양호 주변, 후봉(574.4m)

8.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9.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10. 소양호 주변의 무명봉들

봉봉 가파른 오르막을 길게 올랐다가 완만하게 짧게 내리고 다시 길게 오르기를 반복하며 고
도를 높인다. 잰걸음하며 좌우사면을 연신 곁눈질로 스캔해보지만 키 큰 나무 아래 풀숲이
드물고 잡석이 깔려 있어 내심 기대했던 능이나 송이 혹은 더덕 등이 자생할 환경이 전혀 아
니다. 동네 주민일 부부 등산객을 만난다. 등산화가 아닌 고무장화를 신은 것으로 미루어 약
초꾼이리라, 나 또한 눈에 부쩍 힘주고 노송 아래는 물론 주변을 살피지만 빈 눈이다.
622.0m봉 넘고 야트막한 안부에서 오른쪽 골짜기를 거슬러 오는 잘 난 주등로와 만나고 등
로는 탄탄해진다. 조금 더 오른 등로 옆에 널찍한 공터가 나와 점심밥 먹는다. 소슬한 가을바
람이 일어 라면이 맛 나는 계절이다. 반주는 두루 님이 어제 북설악 신선봉 산행에서 아껴서
가지고 온 더덕주와 메아리 대장님의 계룡산 탁주라 주변의 붉은 단풍보다 더 얼근해진다.
그늘에 들면 서늘하고 햇볕에 나오면 따갑다. 수렴에 가린 가리산 북벽이 위압적이다. 저기
를 직등해야 하는가 하고 손맛 다셨는데 아쉽게도 등로는 골 건너로 한참을 벗어난다. 가파
른 사면을 긴 한 피치 오르면 ┳자 가리산 주릉이다. 곧 가리산 턱밑에 이르고 암벽을 왼쪽으
로 돌아 제1봉을 향한다. 너덜 지나 슬랩 오름 길에 부산에서 왔다는 일단의 등산객들과 마
주친다.
쇠 난간 잡고 철제 발판 딛고 바위 슬랩을 기어오르면 가리산 주봉인 제1봉이다. 큼직한 정
상 표지석 옆의 삼각점은 1등 삼각점이다. 내평 11, 1988 재설. 여기를 강원도 제1의 전망대
라고 한다. 박무가 끼여 원경이 흐리지만 설악산, 가리봉, 오대산 등 고산준령을 집어낸다.
산 이름인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한다.
정상 표지석과 함께 선 인증사진 찍느라 줄을 선다. 앞사람과 서로 인증사진을 찍었으나 우
리의 것은 초점이 맞지 않고 혹은 신체 일부가 잘리어서 버렸다. 가리산 북벽을 내려 2봉, 3
봉을 향한다. 이런 데는 설벽 또는 빙벽으로 변하는 겨울에 와야 짜릿한 손맛을 느껴 더욱 재
미있다. 가파른 암벽 암릉의 연속이다. 걸음걸음이 강원도 내륙을 조망하는 경점이다.
11. 멀리 가운데는 가리산

12. 가리산 남릉 기상관측소(997.2m), 그 뒤는 공작산

13. 앞 왼쪽은 등골산, 멀리는 가마봉, 소뿔산 연봉

14. 앞 골짜기는 가리산자연휴양림, 멀리는 가운데 백우산, 매봉

15. 멀리 가운데는 오음산

16. 가리산 제2봉, 제3봉

17. 가리산 정상에서

18. 멀리 가운데는 대룡산(?)

19. 앞 능선은 가리산 서릉 영춘기맥
▶ 등골산(900.9m)
가리산 연봉의 암봉을 다 내리고 등골산을 향하여 동진한다. 등로는 신작로다. 이제는 쉬면
서늘하고 걸으면 덥다. 줄달음한다. 그러는 중에도 가을빛이 울긋불긋 모여 있는 풀숲을 지
날 갈 때면 등로를 벗어나 누비기도 한다. ┣자 갈림길 안부는 가삽고개다. 오른쪽은 가리산
자연휴양림으로 간다. 918.1m봉 넘고 Y자 분기하는 능선의 오른쪽은 등골산으로 가고 왼쪽
은 영춘기맥 원동고개 (4.0km)로 간다.
쭈욱 내린 안부의 ┣자 갈림길(오른쪽은 자연휴양림으로 간다)을 지나고부터 등로는 한결
조용해진다. 완만한 긴 한 피치 오르면 아무 조망 없는 키 큰 나무숲속 등골산 정상이다. 등
골산도 Y자 능선 분기한다. 홍천강 선평교에서 맥을 놓는 오른쪽 능선은 예전에 우리가 지나
기도 했지만 능선 양쪽 바로 아래로 대로가 가기에 혹시 가다보면 그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
들 수가 있어 아예 탈출로를 차단하여 미답인 왼쪽 능선을 간다.
그 잘난 등로를 안부마다에서 봉우리마다에서 나누어주다 보니 별로 남은 게 없다. 잡목과
풀숲, 가시덤불에 묻힌 쭉정이 인적을 쫓는다. 발로 풀숲 더듬어 길 찾는다. 키 작은 잣나무
는 다듬지 않아 잡목보다 더 사납다. 시종 앞장서서 등로를 인도하는 메아리 대장님은 종이
지도에 눈 박고 간다. 봉마다 직등하여 주변 산세를 자세히 살피고 내린다.
우리가 붙든 능선은 끝까지 당당하다. △410.2m봉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산초
나무 앞세운 가시덤불숲은 계속된다. 44번 국도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리가 점점 크게 들
리고 민가가 가까워지자 등로가 풀리기 시작한다. 개활지 무덤 내려 말라 시들고 비틀어진
고추밭을 지나 두촌초교 후정이다. 음수대가 있어 땀에 전 낯 씻는다.
<부기>
두촌초교 앞 자은리 버스정류장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리다 이 동네 주민이 보여 버스사정을
알아보았더니 조금 더 올라가면 두촌면 버스승강장이 나오고 홍천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닌다
고 한다. 그랬다. 금방 버스가 온다. 홍천시내에 들어서고 우선 목욕을 해야겠기에 차창 밖으
로 목욕탕을 찾았다. 우리가 자주 가던 세방목욕탕은 불이 꺼졌다.
홍천터미널 0.5km 전에 목욕탕이 있다는 것을 인터넷 검색하여 찾아내고 미리 버스에 내렸
는데 너무 일찍 내렸다. 1km나 더 걸었지만 그 목욕탕도 영업을 마쳤다. 하는 수 없이 터미
널 근처의 순대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춘천 가는 버스를 탔다. 어찌된 일인지 동서울 가는 버
스는 모두 매진이라고 한다. 오늘은 유달리 교통운이 없는 날이다.
20. 가리산 제1봉

21. 앞은 가리산 제2봉

22. 가리산 제1봉

23. 등골산 가는 등로 주변

24. 코스모스, 두촌초교 앞길에서

25. 코스모스, 두촌초교 앞길에서

26. 코스모스, 두촌초교 앞길에서

27. 독말풀, 두촌 버스승강장 화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