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6일 연중 제19주간 (수) 말씀 묵상 (신명 34,1-12) (이근상 신부)
그 무렵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예리코 맞은쪽에 있는 느보 산 피스가 꼭대기에 올라가자, 주님께서 그에게 온 땅을 보여 주셨다. 단까지 이르는 길앗, 온 납탈리, 에프라임과 므나쎄의 땅, 서쪽 바다까지 이르는 유다의 온 땅, 네겝, 그리고 초아르까지 이르는 평야 지역, 곧 야자나무 성읍 예리코 골짜기를 보여 주셨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너의 후손에게 저 땅을 주겠다.’ 하고 맹세한 땅이다. 이렇게 네 눈으로 저 땅을 바라보게는 해 주지만, 네가 그곳으로 건너가지는 못한다.” 주님의 종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그곳 모압 땅에서 죽었다.(신명 34,1-5)
모세의 마지막은 극적이다. 그의 삶은 약속의 땅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멈추었다.
나는 귀한 은총으로 모세의 마지막 시선을 느껴볼 수 있는 느보산 꼭대기에 가본 적이 있다. 그 때 일행 모두는 지금은 요르단에 속한 척박한 땅에서 이스라엘쪽을 바라보았다. 전망대에는 동판으로 헤브론, 유대광야, 예루살렘, 쿰란, 예리고, 세켐과 갈릴래아 호수까지의 거리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득하게 펼쳐진 땅들이 다 우리게 익숙한 이름을 가진 땅이었다. 하지만 나도 일행도 별 말이 없었다. 모세야 그 땅에서 하느님의 선물을 보았겠지만, 우리 눈에는 너무나 척박하고 메마른 땅이었다. 준다하셔도 고개를 갸우뚱할 땅. 무논에 물이 가득하고, 푸르른 나무가 울창한 땅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건 그야말로 쓸모 없는 땅.
그러나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네겝 광야에서 사 십년을 헤매던 이들에게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끄트머리에 걸친 가나안은 귀하고 귀한 선물,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주셨으니 다함없이 귀한 마음에 드는, 가장 좋은 선물. 언제든 물길을 대고 농사를 짓는게 아니라 늘 하느님께서 주시는 하늘의 비에 의지해야 하는 하느님 선물의 땅. 목축하여 젖을 내고, 지표 저 아래에 머금은 물로 열매를 내는 포도, 무화과, 석류가 가득한 꿀(즙)의 땅. 아무렇게나 좋은게 지천으로 널린 땅이 아니라 찬찬히 보아야 보이는, 그렇게 맛들이고 감사하며 조금씩 더 좋아지는 성장과 순례의 땅.
모세의 생이 끝난 곳은 가나안 땅을 좋은 선물로 발견할 수 있는 바로 딱 그 조건. 완전히 메마른 땅. 거기서만이 물기가 조금 있는 건너편 바로 저 땅을 참으로 복된 땅으로 갈망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예언하며 순례를 함께 하는 마음.
출처: https://www.facebook.com/simonksyi/posts/pfbid0UuUiC7jek9G2f2tfL1VBSW1jeue6RUGFEMHDLEkZyussS2PNTs8NbrPFmfzXRe8El
첫댓글 모세의 생이 끝난 곳은/ 가나안 띵을 좋은 선물로 발견할 수 있는 딱 그 조건~ 완전히 메마른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