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DF장학금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관으로 새로운 장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광화문역 인근의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장기기증의 존엄성과 귀중함, 또한 자긍심을
유자녀들에게 알려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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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장기기증인 유자녀 17명에 장학금
대학생 김정은(20)씨는 13년 전 어머니
양은영(1970년생)씨를 떠나보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2012년 병원 근무 중
돌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에 빠졌다.
어머니는 42세, 딸은 일곱 살 때였다.
유족은 생전 간호사로 환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의 삶을 기리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길을 잇겠다며
대구과학대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양은영씨의
딸 김정은씨가 장학금을 받은 소감을 말했다.
“아픈 사람 돌보기가 간호사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자의 회복과 안전이
항상 먼저여야 한다는 원칙을 직업인의 삶에서
지키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생전에
사랑이 많았던 어머니를 본받아 환자에게
사랑을 전하는 간호사가 되겠습니다.”
최근 5년간 뇌사 장기 기증자는 3222명.
이 중 48%인 1534명이 40~50대였다.
상당수가 학업이 한창인 자녀를 두고
숨졌다. 여러 안타까운 사연을 안 본부는
2020년 장기 기증자 자녀들의 학업을 돕기
위해 장학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생 200만원,
고등학생 100만원, 중학생 40만원을 전달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기 기증인 자녀 17명은
“세상에 생명의 빛을 주고 떠난 부모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했다. 이들은 IT 개발자, 건축가,
바이올리니스트, 요리사 등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날
장학생 대표로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
3학년 신강민(26)씨가 소감을 발표했다.
2022년 4월 뇌사 판정을 받은 아버지
신준욱(1972년생) 목사는 생전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였다고 한다. 환자 8명에게
심장, 폐·간·췌장·신장·각막 등을 기증하고
100명에게 신체 조직을 기증했다. 아버지
신씨는 생전 “모든 일상이 곧 복음이다”
라며 “내 옆에 있는 사람, 모든 장소와 시간
속에 복음이 있다”는 신조를 지녔다고 한다.
또 다른 장학생 김수진(26)씨는 소감을
발표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저뿐 아니라 다른 장학생들도 부모님의
빈자리에서 오는 슬픔과 아픔을 느낄 것이고,
이 아픔을 절대 지워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부모님의 장기 기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그 결단이 얼마나 값진
일이었는지 기억하며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내 보자”고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이범희(23)씨는
18년 전 아버지 이주영(1972년생)씨를
떠나보냈다. 2007년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두고 회식에 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편마비를 앓다가 곧 뇌사에 빠졌다.
발인은 5월 5일 어린이날이었다.
유치원생이던 이범희씨는 아버지의 운구를
지켜보며 “우리 아빠 죽는 거야?”라며
울었다. 이씨는 “격주 토요일 휴무날마다
아버지는 오징어튀김과 계란밥을 차려줘서
가족에게 해주던 분”이라며 “며칠 밤을 새워서
방에 디즈니 ‘미키마우스’ 그림도 그려줬다”고
했다. 대학생이 됐지만 이씨는 “다섯 살 그때
다정했던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고 했다.
선배 장학생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경기 연천 경기 5사단에서 학군장교로 복무
중인 안가은(25)씨는 3년 전 장학금을
받았다. 안씨는 “단결! 육군 소위
안가은입니다”라고 씩씩하게 경례했다.
아버지 안경상(1974년생)씨는 2020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안씨는 “아버지가 생전
복무한 곳이 저희 부대”라며 “아버지가
같은 부대에서 저를 여전히 지켜주고 계신다고
믿는다”고 했다. 안씨는 “사회에 나와 보니
부모님의 공백이 생각보다 크다”며 “누군가
당연히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내게는 이제
없다는 사실이 사무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 있는 장학생들끼리라도 서로를
붙잡아주는 존재가 돼주자”고 했다.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2019년
450명에서 2023년 483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397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2019년 3만2990명에서
2023년 4만3421명으로 증가했다.
<조선일보, 최하연/구아모 기자... 2025.2.18.>
조선일보에서 따듯한 마음으로 게재해주심과
또 함께 식사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 기자분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승입니다.
* 기사내용에 사진 임의 첨가했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said the little prince,'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저,
'어린 왕자'- 광화문역 벽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