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단식투쟁이란게 그렇다.
이게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하는 최후의 싸움이기에,
그의 주장에 동의하건 반대하건 일단 좀 사태를 무겁게 바라보게 된다.
어지간해서는 목숨을 건 투쟁은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지만,
막바지에 몰린 절대약자는 어쩔수없이 마지막 선택으로 단식투쟁을 택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사람들은 어쨌건 그의 생명을 걱정하고, 그의 주장에 귀 기울여 준다.
유신시절 김영삼의 단식이나,
세월호 유민아빠의 단식,
그리고 단식의 이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지율스님의 최초단식은 충분히 수긍이 가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로 그의 생명과 건강이 진심으로 우려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언로가 트여있는 시대에
큰 스피커를 가진 유명정치인들이 정치적 사유로 단식하는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게 왜 밥을 굶으면서까지 싸울 일인가"
힘없는 자의 소중한 마지막 권리를
힘있는 사람들이 너무 숨벙숨벙 가볍게 소비하는듯한 그런 느낌이다.
설혹 드루킹사건에 대한 한국당의 주장이
액면 그대로 다 맞고,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이 충분히 합당하다고 하더라도
김성태대표의 단식은 그래서 많이 불편하고 짜증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실 새누리당 이정현대표의 단식때도 이런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김성태대표의 단식은 시간이 하루이틀 지나면서 불편과 짜증보다는 그냥 웃음이 나온다.
단식 하루만에 비쳐진
열흘쯤 된 사람같은 기묘한 표정도 그랬고,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진탓에 덮어쓴 털달린 패딩도 그랬다.
사실 나는 김성태대표는 뭘해도 그냥 웃긴다.
(조롱이나 가소롭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막 웃긴다)
좀 좋게 말하면 하는 짓이 그렇게 밉지는 않다는 뜻도 된다.
그러다가 어떤 또라이같은 젊은이에게 테러를 당했다.
물론 헌법기관을 향해
백주대낮에 테러를 가한 자는 처벌되어야 하고,
어떤 이유로건 단식중인 사람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짓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웃긴다.
아마도 김성태의원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면 얘기는 좀 달랐을거다.
그런데 딱히 부상도 심각한 것 같지 않은데다,
애당초 단식을 할 일이 아닌데 단식을 시작한 상황,
마치 나라 열 번은 구하러 나선듯한 그 결기에 찼다거나,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열흘쯤 굶은 사람의 표정을 한다거나
이런 과정들이 웃기다보니 급작스럽게 내지른 주먹까지 그냥 개그같이 다가온거다.
참 박복하다.
뜬금없이 춥고, 매맞고, 비오고.
하다하다 단식 복도 없는 사람이다.
만약 김성태가 진짜로 한 한달쯤 굶어서
(김영삼은 50일 넘게, 유민아빠는 46일을 굶었다)
피골이 상접하고, 생명이 걱정될 수준이 된다면,
그가 주장하는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
여당은 무조건 수용해서 사람부터 살리라고 동의해 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특검에 대해선 난 반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여전히 지금은 그냥 이 상황이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