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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3/25) 경복궁역에서 시작, 북악산길을 이용해서 부암동과 백사실 계곡을 경유, 국민대학교까지 걷기로 하고 오전 10시 30분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다.
오늘의 코스는 서울의 한복판을 걸으며 지난 세월의 자취를 찾아보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정확히 10시에 경복궁역에 내리니 벗과나님이 벌써 도착해 계신다고 전화가 온다.
인천에서 오시는 건데 가장 일착이시니 참 부지런도 하시다.
밝은 봄 햇살을 즐기며 잠시 서 있자니 그야말로 봄 햇살같이 노란 옷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초록님이 지하철역 계단에서 모습을 나타내시다.
모임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시는 돈달산님이 가장 늦게 도착. 가까울 수록 늦는다는 말은 정말 진리의 말씀인 듯.ㅎㅎ
암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10시 47분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필운동 배화여고를 향해 출발. 이 일대를 일명 세종마을이라 하는데 이는 세종대왕이 이 부근에서 태어나셨다 해서 이름 붙여진 것.
좌로부터 벗과나님과 함께 오신 지인(기타 동아리 회원이시란다), 오랫만에 나타나신 돈달산님(돈달산님은 우리 카페 생긴 이래 최초의 공식 OFF 모임인 2006년 3월 경복궁역 부근의 "Folk Song" 모임에 처음 나오셨으니 오랜 고참 회원이시다.), 벗과나님 그리고 초록님(초록님은 2005년 12월 15일 우리 카페 탄생 모임에 참석하셨던 카페 창립 멤버)
골목길로 접어들자 마자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도 전파사란 것이 있다니 반갑고도 놀랍다. 모두가 고장나면 새 것을 사거나 부속을 통채로 교환하는 이 시대에.
오늘의 첫번째 목표지점인 배화여자대학교 도착. 이 곳은 경복궁역에서부터 10분 거리. 구한말 혹은 일제시대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건물이 젤로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배화여자대학교를 지나 인왕산길로 접어들기 전 만난 카페. 이 곳은 얼마 전 TV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젊은 총각이 갓볶아 뽑은 커피맛이 근사한 곳.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벌써 명소가 되고 있다. 출입문 좌측에 있는 화덕에서 구운 호떡과 커피 한 잔 하면 정말 좋을 듯.
사직공원에서 인왕산을 거쳐 부암동까지 이어지는 인왕산길. 저 멀리 북한산엔 전 날 내린 춘설이 하얗게 쌓여 있어 마치 설악산 혹은 만년설처럼 보인다.
아주 오래된 옥인 아파트는 철거되고 그 자리엔 새롭게 공원이 조성되고 있었다. 그 곳에 다시 아파트를 짓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지던지.
청운중학교(파란 지붕), 경기상고, 경복고등학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많은 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사를 갔는데 옛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참 호젓하고 좋은 곳에 학교가 위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인왕산에도 호랑이가 살았다는데 지금은 돌 호랑이가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두번 째 목표지점인 윤동주 시인의 언덕. 누상동에서 하숙을 하였다는 윤동주 시인이 산책을 했을 법한 곳이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서시를 새긴 큰 바위가 남산과 서울시내를 지켜 보고 있다. 마치 윤동주 시인께서 모두가 한 줌 부끄럼 없이들 살고 있나 지켜 보듯이.
햇살은 따듯한데 오늘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노란 개나리색 옷을 입은 초록님(좌)과 벗과나님 지인 탓일까
수줍은 듯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이제 마악 터뜨리고 있다.(올 들어 처음 만나는 개나리가 얼마나 반갑던지.ㅎㅎ)
우리가 걸어온 인왕산길
드디어 부암동의 초입이랄 수 있는 창의문에 도착. 출발한 지 약 1시간 경과한 11시 52분
부암동 환기미술관으로 접어드는 골목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방아간이 정겹다. 이 방아간 맞은 편이 그 유명한 부암동 손만두집이라는
잠시 환기미술관을 둘러보고.
백사실 계곡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만나는 정겨운 돌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란 TV 드라머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카페 산모퉁이
부암동과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이 이어지는 길에서 좌회전, 백사실 계곡을 향해 간다.
바람은 불고 제법 날씨가 쌀쌀하지만 서울의 중심에서 만나는 호젓하고 정겨운 풍경에 모두들 어린 아이들처럼 즐거운 표정들.ㅎㅎ
서울의 중심 종로구에 위치한 백사실 계곡 일대는 서울이라기 보다는 마치 지리산 자락의 산골마을 같은 풍경
겨우내 땔감으로 사용하는 연탄의 모습이 정겹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긴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풍경에 마음은 연탄불 마냥 훈훈해지고.
이 곳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더라는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아저씨가 멧돼지가 농작물을 망쳐서 농사짓기가 힘들다고 푸념이시다.
멧돼지 발자욱이 아주 선명하다. 멧돼지 출현은 아주 빈번한 일이라 한다. 서울, 그 것도 가장 중심지인 종로에 멧돼지라니 발자국을 보면서도 쉽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정말 신기하고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사실 계곡 물도 봄을 맞아 졸졸 흐르고 그 위론 환한 봄햇살이 부서진다.
이 곳은 서울에서 유일한 도룡뇽 서식지. 그 만큼 오염이 안된 청정지역이라는 반증
백사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초록님. 마치 봄처녀 같이 수줍게 입을 가리고 웃으신다.ㅎㅎ
백사실 계곡이란 백사 이항복 선생이 이 곳에 별장을 짓고 풍류를 즐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 백사실 계곡 중 가장 넓은 지역이 백석동천. 이 주춧돌이 이항복 선생이 자주 찾았다는 6각정 자리. 그 앞으론 연못 흔적도 남아 있다.
백석동천과 백사실 계곡에 대한 설명
마치 언니, 동생같이 정겹게 붙어 다니시는 벗과나님과 기타 동호회 지인(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 보았네요. 담에 또 뵐 수 있겠지요?ㅎㅎ)
백석동천 일대에선 백사실 계곡이 제법 넓어지고 너른 공간이 자리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곳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식사 하기로. 벌써 1시니 배가 고플 때도 되었지요. 출발한 지 2시간 15분 경과
벗과나님은 산행 때 마다 맛난 음식을 많이 싸오셔서 우리를 늘 즐겁게 해주시는데 오늘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떡과 빵이며 과일이며 갖은 반찬에 간식거리까지 참 많이도 싸오셨다. 먹는 우리야 넘 고맙고 즐거운 일이지만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특히나 지난 번 철원 걷기 갔을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라 했더니 그 걸 기억하고 오늘은 일부러 저를 위해 딸기까지 사오셨다 한다. 넘 감사해 눈물이 찔끔.ㅎㅎ 초록님이 정성스레 손수 깔끔하게 만들어 오신 김밥도 정말 최고의 맛.
점심을 먹은 우리는 세검정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북악 스카이웨이 쪽으로 올라간다. 그 산길 가운데 만난 나무의 모습이 참으로 특이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고. 마치 사람이 엉덩이를 들고 물구나무 선 모습 비슷하지 않은가.
북악 스카이웨이를 따라 만난 팔각정. 예전 1970년대에는 이 곳이 젊은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는 최고의 명소. 특히나 신혼부부들이 김포공항 가기 전 차로 이 곳을 들러 드라이브를 즐기던 곳.
팔각정에서 바라본 평창동 일대. 태풍님의 집이 어데 쯤일까 찾아보기도.
이 곳에서 처음으로 5명 전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 만큼 오늘의 코스는 사람 만나보기 어려울 정도로 호젓하다.
북악 스카이 웨이를 따라 조성된 하늘길은 2009년 만들어진 도보길. 벗과나님 그리고 지인 동생께서는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걸까.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원래 팔각정을 지나 국민대학교까지 가서 마치는 것이 오늘 걷기 계획이었으나 그 곳에서의 교통편이 원활치 않고 또 안가본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욕심에 1968년도 1.21 북한의 특수부대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이용했다는 일명 "김신조 루트" 쪽으로 해서 성북동까지 가기로 한다.
김신조 루트의 전경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정릉 일대의 모습. 좌측이 국민대학교가 보이고 1시 방향으로 서경대학교가 보인다.
1968년 1.21 사태 때 북한의 특수부대와 아군간에 총격전이 이루어졌는데 그 총탄 자욱이 바위에 아직도 선명하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 바로 앞까지 습격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당시 저녁 8시가 되면 통행금지가 시작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곳은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곳인지라 그간 민간인에게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곳이나 몇년 전부터 개방이 되고 있다.
김신조 루트의 끝 지점에서 만나는 성북천 발원지
이 물이 흘러 성북천을 이룬다.
일명 아리랑 고개라 하는 성북동 뒷길을 삼청터널을 통해 지난다.
지금은 길상사가 된 대원각과 더불어 1970년대 요정으로 유명했던 삼청각. 지금은 한정식집이라던가.
산을 내려와 성북동으로 향하는 중에 만난 카페. 한옥식으로 지어진 저 곳에서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뒷풀이는 좀더 교통이 편리한 곳에 나가서 하기로 하고 아쉽지만 지나친다.
성북동에 이르러 오늘 걷기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혜화동으로 향하는데 이 때 시간이 오후 4시 20분경 걷기 시작한지 5시간 35분 경과, 점심시간을 빼고 약 5시간 정도 걸은 셈이다. 거리로는 대략 16km, 제법 많이 걸었네요.ㅎㅎ
혜화동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젊음이 넘치는 봄날의 대학로에서 막걸리와 홍어 무침, 파전으로 뒷풀이 후 전철을 이용, 집으로 귀가한다.
오늘 모처럼 만난 돈달산님과 초록님 정말 반가왔고 인천에서 오셔서 함께 걷기하신 벗과나님과 지인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벗과나님이 싸오신 많은 맛난 음식 때문에 오늘 걷기가 한층 즐거웠네요.^^
서울서 태어나 서울서 성장, 지금도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봄 기운이 완연한 이 날, 걷기를 통해서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이 코스를 걸어보지 못한 분들 계시다면 꼭 한번 둘러보시라고 정말 강추합니다. 분명 걸으며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것이며 걷고나면 틀림없이 흡족해 하실 겁니다.
첫댓글 어머나...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받은 볼멘 소리...초록님 전화..."너 믿고 나 밥까지 몇 인분 싸갖고 왔잖어" 에구 미안해라.. 5명이 모였다니 열심히 걸어봐아 욜렛 개나리 꼬꼬돈산
아는 곳도 보이고 못 가본 곳도 있고 차로 지나친 길도 있지만..봄날 5명의 오붓한 트레킹이 참 부럽기 그지없는 코스를 다녀오셨네요.
과연 서울 한 가운데 위치한 곳인가 싶은 백사실계곡 근처...멧돼지도 출몰한다구요
노랑 쟈켓 걸친 초록님과 벗과나님 그리고 친구분의 미소가 오십대여인들이라곤 믿기지 않게 풋풋하네요..
그 날 초록님이 정말 정성스레 김밥 많이 싸갖고 오셨더라구요. 노랑 쟈켓에 violet까지 있었으면 훈장+돈산님에겐 더 멋진 봄날이었을낀데.(남2+여4의 환상적인 비율)
한편의 솔직 담백한 수필을 읽는듯............울훈장님 넘넘 수고 많으셨습니다.
ㅎㅎ 가시밭길.......똥밭..........젊게 살라고 극기훈련 시키신거 맞죠? ...................혜화동의 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백사실에서 잠시 길을 잃기도 했지요. 앞서 가는 사람들 길을 알고 가는 줄 알고. 그 덕에 돈산님 용안이 가시나무에 수난을 겪기도.
자그마치 고향의 봄 곡을 일곱번은 들으며 읽은 것 같습니다. 잘 설명하신 글 눈과 귀에 담아갑니다.
엔터김님 뵌 지가 정말 오래된 거 같네요. 여전히 활발한 활동, 정말 보기 참 좋습니당. 그리고 늘 카페 회원님들을 위한 배려도.
참으로 가고싶었는데 결혼식이 겹치는 바람에...근디 요즘은 빨간 등산복 안 입는감유...;;
참으로 가고 싶었다는 코다신님의 그 말, 과연 믿어도 되나요
저렇게 한적한 서울을 좋아하지요.
언제 한번 가봐야겠는데...^^
고운 님들과 함께 하신
서울의 옛길 투어...... 정말 멋지구요,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시길........!!!!!!!
산행에 열심이신 담바우님 모습도 참 보기 좋아요. 조만간 함께 산행 한번 해얄텐데요. 치악산으로 불러 주시길 기대합니다.
제가 군생활을 그곳에서 해서요..많이 낯익고, 반갑고 ..
한편으론 저 아스팔트 바닥을 보니 아직도 으시시한 느낌이 있네요.
유격장이 팔각정 뒤에 있어서, 지금은 구파발로 옮겨 갔지만
저 북악 스카이웨이를 오르내리며 얼마나 힘들게 뛰었는지 뜀박질에 젬병인제가..ㅎ
아하하마님 군생활을 서울 도심에서 하셨군요. 아마도 전방 못지 않게 고생하셨을 듯. 아직도 북악산, 인왕산 일대엔 군부대가 참 많더라구요.
저 역시 서울 4대문안에서 낳고 자랐지만 대부분 생소한 길이네요 기회가 되면 걷고 싶어지네요 소상한 후기 잼나게 보고 갑니다 ㅎㅎ
자연인님은 저 따라오심 결코 후회하는 일 없으실 거라는.
동문 산행 땜에 참석 못했는데 좋은 코스 잘보고 갑니다,
북한산님 모처럼 북한산에서 동문들과 좋은 시간되셨을 테지요. 조만간 조직원들끼리 또 함 뭉쳐 걷기 혹은 산행해야지요.
서울, 그것도 중심가 한켠에 이렇게 한적한 시골길(?)이 있었다니 놀랍네요.
그렇지요 예전엔 평창동 일대가 다 이랬답니다. 80년대만 해도 아는 사람들끼리만 승용차를 이용, 백사실계곡 일대에 가서 조용히 머리를 식힐 만큼 시골같이 아주 외진 곳이었지요.
흐미나..넘거워 보이시네요특히 울훈장님..개나리닮은 미녀들틈에서.... 멋진 사진과 설명까지..잘보았습니당
북악스카이웨이..정말 오랫만에 들어봐요
저도 그 날 이 일대를 걸으며 지난 시간 생각이 참 많이도 나더군요. 그나저나 제가 나온 사진은 그 날 저 팔각정에서 찍은 사진 딱 한 장이라는. 그 옆에 마담올리브님까지 계심 제 얼굴이 더해졌을텐디용.
반갑고 정겨운 곳으로 다녀오셨네요. 작년 가을에 회사 직원들과 인상산 갔었던 장소이기도 하고 팔각정은에서 태풍님댁이 보이는곳에서도 저희 가족이 가서 사진찍었었던 그 장소네요
날 풀리면 또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이 코스가 서울 성곽 코스보다 훨씬 한갖지고 주변 풍광도 훨씬 더 좋지요. 제다이님도 다녀오셨다 하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요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인왕산과 북악산을
곁에 둔 동네 부암동과...
윤동주 시인이 산책다녔던
언덕이 있고 야경이 멋진 서울 성곽.
하루 산책코스로
참 좋은 곳이지요...
작년
가을에
가보았는데...
따스한 봄
저도 아내와
김밥 싸가지고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