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보고서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 한 것과 관련, 8일 여야가 공방을 벌였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그로시 사무총장이 시위대 때문에 2시간 넘게 공항에 갇혀 있었다. 그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며 “악착같이 쫓아오는 시위대를 보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비롯한 IAEA 관계자와 국제사회는 무슨 생각을 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제 사기꾼, 쓰레기, 일본 앞잡이 등 저급한 욕설로 그로시 사무총장의 트위터를 도배한 악플 테러의 진원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개딸들의 악플 테러에 이어 공항 입국 반대 시위까지, 이 국제적 망신은 민주당의 거짓괴담 선동으로 빚어진 참사다. 민주당은 대체 어디까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릴 셈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그 안에서 수영할 수도 있다”는 인터뷰 답변을 인용하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증명해야할 것은 IAEA의 공정성과 신뢰성”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고 북한 사람도 아닌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여야가 이렇게 상반된 얘기를 하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괴담은 국경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이 2008년 광우병 사태다.
당시 공포를 선동하던 세력에겐 논리 허점이 수두룩했지만 그중에서도 치명적인 자가당착이 있었다. 미국 소고기가 위험하다는데 정작 미국 사람들은 꿈쩍도 않더라는 것이었다. ‘뇌송송 구멍탁’이 될 수 있다는데 미국인은 왜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미국인은 자기네 고기니까 그렇다 치고 수백만 재미 교포와 한국인 유학생·주재원들은 왜 가만있나. 미국에 다녀오는 그 많은 여행객들은 햄버거·스테이크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고 있단 말인가.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 감사차 워싱턴 한국 대사관에 가서 갈비·육개장으로 만찬한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미국 소고기였지만 이들이 식사를 거부했다는 말은 없었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던 여배우는 LA에서 촬영 중 햄버거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됐다.
같은 쇠고기가 미국에선 괜찮고 한국에 오면 위험해지는가. 이 기초적인 질문에 괴담 세력은 침묵하거나 또 다른 거짓 논리로 비껴갔다. 국내 정치 목적으로 창조된 괴담이니 국경을 넘는 순간 먹히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때와 똑같은 정당, 똑같은 단체들이 똑같은 수법으로 후쿠시마 문제에 달려들었다. “핵 폐수” “독극물” “방사능 테러”라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지만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대답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정작 일본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문제의 핵심은 오염수가 다른 곳 아닌 일본 영해에 방류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후쿠시마 앞 1㎞ 지점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오염수가 위험하다면 가장 직접적 피해를 입는 것이 일본이다.
이 물이 한반도 해역에 도착하려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이 걸린다. 반면 일본 주변 바다엔 바로 섞인다. 수도 도쿄는 방류 지점에서 불과 200여㎞ 떨어져 있다. 홋카이도를 비롯한 태평양 쪽 연근해는 다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봐야 된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는 이슈조차 아니다.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일본 포털에서 ‘오염수’를 검색하면 한국발 뉴스를 번역·인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중의원 의석 1석의 사민당을 빼면 방류를 막겠다는 정당도 없다.
수산물 타격을 우려하는 어민 단체가 ‘방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이들 역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열리는 반대 시위는 참가자가 10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독극물’이 퍼진다고 난리인데 당사자인 일본은 동요도 없다.
일본 국민은 안전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바보들일까. 관(官)의 방침을 잘 따르는 대세 순응적 국민성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종적이라도 자기 목숨까지 희생할 국민은 세상에 없다.
자손 대대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일본인도 당연히 반발하고 저항한다. 그들이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이는 것은 바보여서가 아닐 것이다.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공적(公的)인 설명을 믿기 때문이다. 정부를 신뢰하고 과학을 신봉한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자기 영해에 ‘독극물’을 뿌리는 미친 집단일까. 일본 지배층이 판단 착오를 범한 흑역사는 종종 있었지만 그들이 고의로 나라 망칠 작정을 할 리는 없다. 한국 괴담 세력의 음모론처럼 고작 몇 천 억 원을 아끼기 위해 위험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는 건가.
주변 나라를 괴롭히기 위해 자기 바다부터 방사능으로 오염시키는 자해 테러를 저지른단 말인가. 일본 과학자들은 다 겁쟁이들일까. 세계 5대 노벨상 수상국인 일본 과학계가 일제히 양심을 버리고 진실을 은폐한다는 건가.
오염수 방류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무언가 꺼림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한 처리 방법 중 해상 방류가 가장 안전하다는 게 과학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콘크리트 고체화’ 방식은 기술적으로 불안정한 데다 방사능의 대기 전파를 막을 수 없어 더 위험하다고 한다. 괴담 진영은 일본이 돈 몇 푼 아끼려 자국민 생명을 희생시키는 미개한 나라라고 여기는 듯 하다. 일본을 허접한 후진국 취급하며 음모의 나래를 펼치는 무모함이 놀라울 뿐이다.
그들 논리에 따르면 미국 역시 이상한 나라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해류를 타고 동북 방향으로 이동해 미국 서해안에 먼저 도달하게 된다. 2011년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에서 떠내려간 부표·어선·냉장고 등의 잔해가 캘리포니아·오리건·알래스카 해변에서 발견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한다고 한다. 미국도 후진국인가. 이 질문에 민주당과 괴담 진영은 대답하지 못한다. 어차피 정치 공세가 목적이니 다른 나라가 어떡하든 관심도 없을 것이다.
괴담은 결코 국경을 넘지 못한다. 허구와 거짓의 난장판에서 눈을 돌려 밖을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아닌지 분명해진다는 뜻이다.>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
출처 :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 일본은 미친 바보일까
오염처리수 방류로 가장 먼저 바다가 문제가 될 곳은 일본이고 그 다음이 미국과 캐나다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일 겁니다. 후쿠시마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제대로 알고 떠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후쿠시마의 위치는 지도상에서 우리나라와 동해를 를 등지고 있습니다.
그런 지정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는 오염처리수가 방류되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나야 그 물이 오게 될 것입니다. 오염처리수가 태평양 앞으로 방류가 되면 먼저 그 앞쪽으로 갔다가 돌기 때문에 5년 뒤에 우리나라 바닷가에 온다는 설명이 과장이 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작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일본과, 그리고 미국, 캐나다는 조용한데 우리나라만 크게 시끄러운 것은 분명 현실을 대하는 방법이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오염처리수에 대해 아무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와 국민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공식적인 발표를 믿고 따르는 나라와 일부 선동가들의 선동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일본과 엄청 많은 유언비어에 수산업 종사자가 고사 직전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서 대한민국과 일본 둘 중의 하나는 분명 어리석은 바보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