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13DFC3F544D681A20)
마니산에 석정(石井), 곧 돌우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이 일부러 만들지도 않았는데 네모난 함 같이 생긴 바위샘에 물이 있다고 했다.
신기해서 언제 한 번 찾아가봐야지 했는데
지난 토요일에 그 기회가 왔다.
예전에 텔레비젼 화면에서 본 적이 있는 차옥덕 박사(전 이회여대 교수)와 인연이 닿아
석정수를 보러 갔다.
석정수는 사단법인 숭조회의 전임 회장님이셨던 황우연 어르신이 발견하셨다고 하는데,
차박사 님이 그 분을 모시고 와서 같이 마니산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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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숭조회는 단군왕검의 건국 이념과 개천 사상을 우러러 받드며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계발하고 보급할 목적으로 1997년에 설립된 단체이다.
사무실은 강화읍 신문리 205, 플러스마트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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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옥덕 박사는 열정적인 분이었다.
이틀, 사흘 걸러 한 번씩 강화도에 오시는데,
손을 잡아보면 열정이 확 느껴져 와서 나도 모르게 그 열정에 전염(?)이 된다.
우리도 뜻하지 않게 지난 며칠간 그 열정에 끌려(?)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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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 날 고성 건봉사에 가기로 계획을 세워놨었는데,
먼 곳에서 가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강화 안에서 놀자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주말을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마니산에 가게 되었으니, 하늘이 미리 준비를 해주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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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연 회장님으로 부터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들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열 번도 넘게 북한을 오갔다고 하니, 도대체 어떤 분일까.
작년에 풍을 맞아 운신에 조금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석정수를 가르쳐 주겠다는 일념으로 산을 오르셨다.
김쌤과 함께 오르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찍다보니 반응이 느려서 좋은 기운은 놓치고 대신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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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가 알고자 했던 일명 '석정수'에 왔다.
석정수란 곧 돌우물에서 나오는 물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샘'과 '우물'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샘'은 바가지로 물을 뜨는 곳을 말하고 '우물'은 깊어서 두레박을 내려서 물을 뜨는 곳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곳은 석정, 곧 돌우물이 아니라 '돌샘'이다.
그런데 돌샘이라고 해놓고 보니 뭔가 의미 전달에 부족함이 오는 듯하다.
석정이라고 할 때는 뭔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돌샘이라고 하니 느낌이 다르다.
이것이 한자와 한글이 주는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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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처음 뵌 분이라서 이 분이 어떤 분인지
그리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주변의 말에 의하면 '문리'를 터득하신 분이라고 한다.
이날 산에 오르면서 들은 바에 의하면 군대 갔다와서 부터 수련을 해왔는데
어느 날 눈에 환히 보이더라고 했다.
지금 연세가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데,
50년 이상을 수련을 했으니 어느 부분에서는 도가 통했을 것도 같다.
이 석정수는 약 15년 전에 찾았다고 한다.
석정수 근처 바위에 앉아 수련을 한 지 여섯 달 쯤이 지나서 보였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약간 황당하기도 하지만 또 어찌 생각하면 한 경지를 이룬 분의 겸손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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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상고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역사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의 상고사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배운 것만 알 뿐 그 이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신혼 때 남편이 우리 상고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단군나라 전의 환인, 환웅시대의 배달국과 환국을 말하면서 우리의 역사가 반만 년이 아니라 만 년에 가깝다고 했다.
나는 그때 그 말이 정말 허황스럽게 들렸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으니 그렇게 느꼈던 것도 당연하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상고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지만
30년 전 그때는 정말이지 황당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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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하지 않은가?
마치 돌로 만든 함처럼 생겼다.
비록 낙엽이 쌓여서 샘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부엽토와 낙엽들을 긁어내고 잘 가꾸면 물이 고여 샘이 될 것 같다.
이 인근에는 약수가 없는데
이곳을 잘 관리해서 등산객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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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바위가 천정을 만들어 주고
그 아래 돌함이 있으니 볼수록 참 신기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종교간의 갈등을 볼 수 있었으니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항상 감사하라'라고 써놓은 글자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돌함 위에 덮개돌도 있었는데 붉은 페인트로 글씨를 쓴 사람들이 다 깨버렸다고 한다.
어찌 보면 꼭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겼다고 하는 덮개돌을 파괴해 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나와 생각, 가치관, 종교가 다르다고 남을 폄하하고 해꼬지하고,
그래서 서로 싸우고 파괴하고 그랬던 것이 우리 인류의 역사였다.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이렇게 파괴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잘 살 수는 없는 것일까.
여기 이 석정수도 까딱 잘못하면 또 위해를 입을까 염려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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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김쌤, 어쩌면 조금 실망을 했을 것 같다.
물을 떠오기 위해 작은 물병도 하나 챙겨왔는데, 떠 갈 물이 없다.
등산객들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샘이 되도록 김쌤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낙엽을 걷어내고 부엽토고 다 긁어내자면 몇 날을 일해야 할 것이다.
석정수 덕분에 마니산을 오르게 될테니 그것은 석정수가 주는 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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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김쌤이 닭을 한 마리 잡아서 푹 고아놓았다.
김쌤은 참 좋은 사람이다.
항상 말없이 이렇게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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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에서 캔 장뇌삼에 술을 부어놓은 게 있는데,
아무리 열려고 해도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작년 여름에 담근 술이니 맛이 들었을 텐데 뚜껑이 열리지 않아 구경만 했다.
대신 바위 틈 사이에서 자란 산도라지로 담근 술을 꺼내 대접했다.
우리 집에는 좋은 약술들이 좀 있다.
가까이 지내는 분 중에 약초 캐는 걸 즐겨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이 좋은 걸 캐면 늘 나눠주신다.
산삼도 산도라지도 그리고 그외 약술들도 다 그 분이 나눠준 것으로 담궜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빛내주려고 우리에게 온 약초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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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닭들이 돌아다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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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까지 자리는 이어졌다.
첫댓글 미감님의 소개로
석정수보다 더 귀한 분들의 이야기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