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 대합실
글빛나
어두운 강물에
달빛이 목욕 중이다
신神 대합실
안대 쓴 부엉이 신
채소영안실 지키는 냉장고 신
아귀 웃음 펄럭이는 비닐 신
앙큼 야비 코로나 신
시끌벅적 떠들어 대네
피켓 들고 시위하는 생태 신
강 살려내라!
숲 살려내라!
지구 살려내라!
----남과 다른 시쓰기 동인 시집 {함께, 울컥}에서
글빛나 시인의 [신神 대합실]은 매우 이채롭고 독특한 시이며,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지구를 살려내기 위한 처절한 노래라고 할 수가 있다.
때는 어두운 강물에 달빛이 목욕 중일 때이고, 신들의 대합실에는 부엉이 신과 냉장고 신과 비닐 신과 코로나 신이 모여 있다. 야행성의 부엉이 신이 안대를 썼고, 냉장고 신은 채소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비닐 신은 아귀 웃음을 펄럭이고 있고, 코로나 신은 앙큼 야비하게 앉아 있다. 대부분의 신들은 전지전능하며 우리 인간들을 도와주지만, [신神 대합실]에 모인 신들은 그 반대로 더없이 음산하고 불길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달빛은 꿈과 희망의 달빛이 아니라, 좌절과 절망의 달빛이고, 따라서 어두운 강물에 몸을 씻어 보았자 그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미네르바의 신조神鳥인 부엉이는 야행성의 눈을 다쳤고, 냉장고 신은 죽은 채소를 지키고 있다. 이에 반하여, 입이 무척 크고 너무나도 흉하게 생긴 비닐 신은 아귀 웃음을 펄럭이고 있고, 전세계를 대유행병의 공포로 사로잡은 코로나 신은 지옥으로 가는 저승행 초고속열차표를 강매하고 있다.
이 지구촌의 생태위기를 깨닫고, [신神 대합실]의 무대를 연출해낸 글빛나 시인의 상상력은 천하제일의 금강석을 꿰뚫은 낙숫물의 효과와도 같다. 천하제일의 금강석은 우리 인간들의 탐욕과도 같고, 글빛나 시인은 우리 인간들의 탐욕을 초토화시키기 위하여 그토록 오랫동안 시를 쓰고 공부를 해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강물에 달빛이 목욕 중이라는 발단도 유효적절하고, [신神 대합실]에 ‘부엉이 신, 냉장고 신, 비닐 신, 코로나 신’을 등장시켜, 그 신들의 성격과 역할을 부여한 것도 대단히 뛰어나고 아름답다. 우리 인간들의 생태환경의 위기에 대한 무지와 마비된 감각을 일깨우며, “피켓 들고 시위하는 생태 신”을 창출해낸 것은 오랜 가뭄 끝의 소낙비와도 같다.
강 살려내라!
숲 살려내라!
지구 살려내라!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80세, 낸시 펠로시 미하원의장 83세, 제롬 파월 연준의장 69세, 영국국왕 찰스3세 74세, 시진핑 국가주석 69세, 푸틴 러시아대통령 69세, 조지 소로스 90세, 워런 버핏 90세----.
오래 산다는 것, 모두가 다같이 너무나도 오래 산다는 것은 ‘재앙 중의 재앙’이며, ‘코로나 신’은 대자연의 최후의 심판관이자 저승사자라고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신神 대합실], 자본과 장수만세의 욕망이 지옥행 초고속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곳----. 글빛나 시인의 [신神 대합실]은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