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각번호 1번’ 계란 뭐길래…식약처, 단속 팔 걷은 까닭
자유 방목한 닭이 낳은 ‘1번’ 달걀
시중 유통량의 1% 수준... 일반 달걀보다 1.5배 비싸
식약처, 1번 달걀로 속여서 유통한 업체 적발
두 달간 2억5000만원 어치 판매
변지희 기자
입력 2025.02.03. 06:00
업데이트 2025.02.03. 06:30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최근 ‘난각표시제’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산란 일자와 사육환경 번호 등을 거짓으로 표시한 식용란 유통·판매업체 9곳, 가축사육 업체 3곳을 적발했다.
난각표시제는 달걀 껍데기에 산란 일자, 농장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를 표시하도록 한 제도다. 달걀이 어떤 환경에서 생산됐는지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특별점검은 2019년 제도 시행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위반업체 단속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시행한 난각표시제./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시행한 난각표시제./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 사육환경 번호 ‘1′로 속여 2억5000만원 어치 판매
3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특별점검은 작년 11월 18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진행됐다. 작년 4~8월 동물복지 자유 방목으로 인증받은 닭의 개체수 대비 방사 사육(1번)으로 표시된 달걀의 유통량이 과도하게 많은 농장(가축사육업)과 유통업체(식용란 선별 포장업·식용란 수집판매업) 등을 선별해 실시했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장 대부분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폐쇄적이어서 난각표시제가 잘 시행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농림축산식품부에 협조를 요청해 50여개 농장의 계란 유통 이력을 검토했다. 이를 근거로 현장 조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검 결과 달걀 껍데기 표시 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한 곳은 총 5곳이 적발됐다. 사육환경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한 곳은 ㈜금강에이에프(AF), 산란 일자를 거짓 표시한 곳은 세양㈜, ㈜자연알로, 로가닉파크로 확인됐다. 이외에 ▲식용란 선별 포장 처리 대장 미작성 및 거짓 작성(3곳) ▲거래명세서 허위 발급(3곳) ▲거래명세서 미보관(1곳) 등이 적발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달걀 껍데기에는 산란 일자(4자리)+농장고유번호(5자리)+사육환경번호(1자리)를 새겨야 한다. 예컨대 달걀에 0823M3FDS2라고 적혀 있다면 산란 일자는 8월 23일, 농장 고유번호는 M3FDS2, 사육환경 번호는 2번이다. 마트에서 ‘난각번호 1번’이라고 판매되는 달걀은 맨 뒤에 사육환경 번호를 일컫는 것이다.
난각번호 1번은 방사, 즉 방목장에서 자유롭게 다니도록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이라는 뜻이다. 2번은 축사 내 방사로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이다.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이라는 뜻이다. 4번이 가장 일반적인 양계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이다. 4번 달걀은 1㎡당 20마리의 닭을 사육하는 곳에서 생산된다.
통상 난각번호 1번, 2번 달걀을 ‘동물복지’ 달걀이라고 한다. 동물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 대비 가격이 1.5배 가량 비싸지만,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아기 이유식 등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일수록 난각번호를 신경 쓰며 계란을 소비한다.
사육환경 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한 ㈜금강에이에프는 사육환경 2번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을 껍데기에 표시가 없는 상태로 매입한 후, 방사 사육 달걀인 것처럼 사육환경 번호를 ‘1’로 표시해 유명 유통업체 3곳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기간인 2개월 동안 판매량만 해도 약 56만개(판매가격 약 2억5000만원)에 달했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해당 업체는 조사 과정에서 유통업체가 주문한 1번란 개수를 맞추지 못하면 계약상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워 허위 기재를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번란은 워낙 생산량이 적어서 유통업체가 갑(甲)의 위치에 있기 어렵다”고 했다. 1번란 생산량을 맞추지 못한다고 해서 거래처를 바꾸거나 불이익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총 달걀 중 1번란은 대략 1%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뉴스1
작년 6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뉴스1
◇ 식약처 “행정처분 후 재점검… 고발 조치할 것”
달걀 껍데기에 번호가 새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부터다. 2017년 소위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난각표시제가 시행됐다. 당시 유럽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달걀이 유통됐다는 사실이 전해졌는데, 같은 해 국내에서 생산된 달걀에서도 해당 성분이 발견된 탓이다.
농장에선 달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 많은 닭을 몰아넣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닭의 몸에 붙은 해충을 없애려면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다. 사육환경 번호와 산란 일자를 새기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오래된 달걀의 유통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이다.
이번 특별점검에서 산란 일자를 거짓 표시한 곳은 각각 다른 일자에 생산된 달걀을 선별·포장하면서 가장 최근 산란 일자를 모든 달걀껍데기에 표시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납품처가 산란 일자나 사육환경 번호를 작정하고 속이면 유통업체로선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며 “위반업체에 대해 관할 지자체가 행정처분 후 재점검해 개선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며, 소비자로부터 취한 부당 이득이 철저히 환수되도록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반 업체들이 생겨나면 소비자는 물론이고 다른 농장들까지 피해를 본다”라며 “유사한 위반 행위가 반복해서 발생하지 않도록 식품행정통합시스템의 축산물 유통 정보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축산물 이력 관리 정보 등을 활용해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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