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단어의 의미를 정의하는 까닭은 그 단어가 의미상 가질 수 있는 애매 모호성을 제거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말이 주는 애매한 성질과 모호한 성질이 완전히 배제된 완벽한 개념 정의는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기본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모든 사회 현상을 모순으로 보는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볼 수 있는 역설도 가능해집니다. 이른바 언어 실체화의 오류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첫 해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국가유공자들과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버팀목이 돼 준 호국영령과 보훈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호국보훈의 달만 되면 “참전 유공자에 대한 명예 수당, 배우자와 유족 복지 수당, 보훈 예우 수당 인상으로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게 예우하겠다.”라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실성 없는 금액도 그렇지만 위국헌신으로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의 가치가 단순하게 수당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당(手當)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급여 외에 특별한 사유에 따라 정기적이거나 수시로 지급되는 보수’입니다. 즉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써 임금을 받는 것 이외 별도의 대가라는 뜻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나라를 위하여 두드러지게 세운 공로로 받지만, 전혀 의미가 다른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오용(誤用)함으로써 그 공훈 가치가 빛이 바래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6·25정신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기존에 낡은 틀 전부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 해도 기본적인 문제들은 방향만 바꿔 놓아도 저절로 순화되어 갈 것입니다. 우선 참전 국가유공자에 대한 명예의 가치를 ‘수당’이라는 잘못된 용어로부터 바르게 걸맞은 용어로 고쳐야 합니다. 법령 때문이라면 법부터 고쳐야 합니다. 아무리 높아도 위국헌신 명예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는 없습니다. (끝)
글 / 사진 : 오을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