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늦게 막내가 한시간을 일찍 퇴근해 백화점에서 장본 큰 가방을 들고 저녁 버스로 망우헌에 내려 왔습니다.
저녁에 30리길 예천읍내까지 가 차를 몰고 픽업해 밤늦게 망우헌에 도착한 막내 첫마디는 <와 ! 밤하늘에 별이 너무 많다> 였습니다.
<까망이와 새끼들이 정말 귀엽지 않니 ?>
<저 까망이보러 온거 아녜요 ! 아부지 보고 싶어서 왔어요 .>
<장은 어제 내가 봐뒀는데 뭣하러 무겁게 장을 또 봐왔니 ? >
<아부지가 안 사셨을것 같은 것만 골라서 사왔어요 >
이 녀석 말하는게 기특하네요.
9월의 망우헌 !
새벽 공기가 제법 차가워 곁옷을 하나 더 껴 입어야하는 초가을 주말 아침 간만에 내려온 막내와 고란산과 종미골 산책을 했습니다.
고란산 밤나무
작년에는 오가는 고란산 벌초객 몫이 된 밤나무 두 그루는 올 봄 전정 작업을 해줬더니 탐스럽게도 밤송이가 많이 열리고 알밤이 굵어갑니다.
주인이 관리하는 밤나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밤나무 주변 풀도 말끔히 깍아두고 늘어진 가지에 지주대도 세워두었습니다만 올해는 외부인 손 안타고 얼마나 수확할런지요 .
딴덩너머 논
종미골 논
종미골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있고 더운 날씨를 피해 새벽부터 이장님은 논둑의 풀을 베고 이웃 마을 아제는 비늴하우스에서 끝물 고추를 따시느라 바쁘시네요.
주말이라 객지에서 내려 온 벌초객들은 조상들 산소를 벌초하느라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고 벌초하느라 새벽부터 종미골 벌판이 예초기 소리로 소란스럽습니다.
요즘 한창인 표주박 모양의 애동 호박 !
산책길 다녀오는 길에 호박 밭에 들러 대나무 막대기로 호박잎 숲을 헤쳐가며 요즘 한창인 애동 호박 여러개를 수확해 봅니다. 몇개는 제가 요리에 사용할 것이고 몇개는 서울로 보내야지요 !
껍질까서 말리는 중인 호두 !
낮에는 몆일전 수확한 호두도 껍질을 벗긴뒤 씻어 말리고 다혜원에서 끝물 고추도 따고 다음주 아내가 내려오면 방앗간에서 기름 짤 참깨도 건조시켜 봅니다.
막내를 위해 한줄 구운 우유식빵 !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가을 햇살이 너무 좋다며 막내는 홀아비가 사는 집의 침대보며 이불들을 모두 빨아 가을 햇살에 말리고 냉장고를 탈탈 털어 유통기한이 조금 이라도 지난 식재료는 모두 퇴출시키네요.
저는 딸아이를 위해 빵을 굽고 빵이 발효되는것을 기다리는 시간에 선선한 테라스에서 가을 햇살 아래 홍어회와 막걸리로 망중한을 즐겨 봅니다.
동생네가 준비한 육회. 야채 튀김. 파전. 도리뱅뱅이등 소주 안주들 !
저녁에는 작년에 마을 아랫동네 시골 흙집을 주말주택으로 개조해 한달에 한 두번 내려오는 동생네집에 초대되어 색다른 안주에 소주잔도 기울였습니다.
망우헌 채소만으로 만든 야채 커리 !
<막내야 !
예천 산호 식당의 물냉면도 맛있고 용궁 교동식당의 냉우동도 먹을만한데 먹으러 갈래 ?>
<아뇨 ! 이틀 동안 아부지와는 따뜻한 집밥만 해먹을 래요 !>
라며 이틀 동안 막내는 평소 제가 할줄 몰라 잘 해먹지 않는 파스타. 유부 초밥. 망우헌서 기른 야채만 넣은 야채 커리. 아부지가 손수 구운 식빵으로 만든 피자 같은 생소한 먹거리들로 제 입을 호강시키고 다시 오늘 오후 버스를 타고 훌쩍 망우헌을 떠났습니다.
주말만 되면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보고 싶어 <이번주는 안내려오나 ? 언제 내려 오노 ?> 하시는 부모님 전화 덕분에 주말마다 망우헌으로 내려와 부모님과 함께 망우헌을 같이 가꾸고 집밥 대신 주변 맛집에서 외식하던 옛날 생각이 나네요.
이십여년전 내가 생전의 부모님께 했었던 주말 일상을 그대로 닮아가는 듯한 녀석들의 이런 행실들이 내게는 늘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만 망우헌이 내려다 보이는 고란산에 잠들고 계신 부모님도 이런 손녀를 기특해 하실겁니다.
이박삼일 동안 망우헌 대청소와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하던 젊은이 취향의 집밥(?) 맛을 실컷 보여주고 쿨하게 떠나는 막내 뒷 모습을 보니 가족이라는게 뭔지 마음이 정말 짠하네요 !
막내도, 동생네 가족도 ,주말이라 어머님 뵈러 온 아랫집 고종사촌 네 조카도 이 시간이면 모두 썰물처럼 도시로 떠나고 이제 고향 동네는 또 다시 적막감이 감도는 사람소리 귀한 동네가 되어 저희 부모님이 그러셨던것 처럼 다음 주말을 눈꼽아 기다립니다.
< 종산 > https://blog.naver.com/jongsangolgil111/223207434311
첫댓글 딸같은 막내를 두셨구나...
하며 읽어 내려가니.
정말 아들같은 딸이였네요.^^*
우린 또 하나의 궤도를 만들어 돌고
또 닮은 .?아니 생판 다른 괘적을 그릴지 모르지만 닮은 꼴로 사는게 아닌가 합니다.
나이드니 여지껏 먹은 나이는 나이가 아니고 오만과 편견이었다 깨닫습니다.
ㅋㅋㅋ 이런걸 늙자 망녕이라는것이 아닌지 돌이 덜덜덜 굴러갑니다.
항상변하없는건강을 빕니다.
.
<여지껏 먹은 나이는 나이가 아니고 오만과 편견이었다 깨닫습니다>
역시 도사님 탄생이 임박했음을 느낍니다
듬직한 아들 하나 있으면 시골생활이 더 즐겁겠다 !
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마음 바꿔 먹은지 오래입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조카 사내 녀석은 시골 한번 내려오면
모기와 풀벌레 무서워 밤을 꼬박 세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며
사내같이 자란 딸이 더 고마울때가 많지요 !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의 현재 생활 모습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만
제가 20여년 전 아버님 나이가 되니 아이들이 제 모습을 똑 같이 따라 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웃음이 나네요 !
말씀처럼 건강이 최고지요 !
따님과의 행복한 시간이 글 속에 가득하네요.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을 글속에 이입시켜 봅니다.
글을 읽으며 내내 행복합니다.
어떻게 글을 쓰다 보니 딸내미 이야기만 잔뜩 써 놓은 기분입니다.
메일 부대끼며 같이 살다가 이렇게 떨어져 지내보니 더 그립고 보고 싶고 그렇네요 !
망우헌이 있는 곳이 인적 드문 산속이라 늘 사람 목소리가 그리운 곳이라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주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네요 !
에고 아까워라.. 유통기한 지난것 면역력 증진에 탁월한 보약인데 버리다니 ㅠㅠ(※해당 사항은 특정인에 한합니다)
종산님은 술을 안드시리라 생각했는데 드신다니 엄청 반갑네요..
언제한번 같이 잔을 기울이며 종산님의 풍부한 식견을 한번 들어볼 날을 고대 해 봅니다
담배는 안 하지만 술은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만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얼큰한 찌게류가 나오면 으례 옆지기가 시원하게 얼린 소주를 내올 정도이니 애주가 편에 속할겁니다.
콜라만 마셔도 취하던 옆지기가 소주 반병 정도 마시게 된것도 제 은덕이라고 늘 이야기 하지요 ! ㅋ
건설업이 직업이라서 인지 술 마실 기회가 정말 많았던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는게 정답인지 모르지만 요즘은 Mimimulism. Zero waste에 관심이 많아 주방에는 플라스틱류. 일회용품. 포장 음식등은 일부러 멀리하고 있습니다. 집 밥의 중요함과 고마움을 너무 절실히 느껴 거의 안 먹는 육류 외에는 먹거리는 유기농으로 길러 자급자족 100% 도전중인데 아직 멀었네요 !
참 고맙고 귀한 인연 부모와 자식의 인연입니다. 모두들 종산님과 같은 부녀의 관계가 될수 있다면 ... 그간 잘 돌봐주셨네요 서로 ㅎㅎ
항상 어린애 같던 아이가 성년이 되고 어느덧 중년 나이가 되어 버렸네요 !
모든 일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게 두는 자유 방임형(?)으로 자랐지만 나름 사회에서 한몫을 하는 것 같아 안심입니다 만 늘 자식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지요 !
버스를 보니 반갑네요.
이전 비행장에서 복무시는 점촌에서 많이 이용했었는데..
둘이서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이라도
아이들이 내려오면 더 좋을것 같은데
울 아이들은 어떨런지..
요즘 집사람과 저는 직통 버스보다 기차를 더 많이 이용합니다.
개포역에서 예천을 경우 경북선 무궁화호를 타고 영주역까지 가서
KTX기차로 청량리 까지 이동합니다.
영주까지 기차로 50분 . 청량리까지 KTX가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아주 편안합니다.
제가 요즘은 주로 혼자 내려와 있으니 아이들이 아부지 걱정이 많은가 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이렇게 내려오네요 !
CCTV 관련해서는 쪽지 드렸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뭇하게 읽을수있는 글이
항상 여운을 남깁니다
시골살이가 참 아름답습니다
앗 ! 회상님 !
늘 여유를 가지고 즐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텃밭농사와 매실 감농사도 쉬엄쉬엄 하고있고 하던 일의 끈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귀향전 나름 계획하고 세워두었던 몇가지 생활수칙(?)들도 아직까지는 큰 무리없이 진행중입니다.
전업농부가 아닌 농촌생활이 너무 단조로울것같아 월요일에는 중급 기타. 화요일에는 불교대학. 그리고 매일 아침 새벽수영을 합니다만 우째 서울 생활보다 더 바쁜것 같습니다.
진작 내려올걸 !
내려오기를 정말 잘했다 !
이런기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서 그런지 몇안되는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환대는 늘 행복감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