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을 / 심종록
그제는 축하 자리에 다녀왔고
어제는 지인의 상가에 들렸다
날 받아놓고 부정 탈지도 모른다며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
집에 온 아이와 저녁을 먹고 와선에 들었다
흔들어 깨어보니 돌아가다가 차가 퍼졌다고
날 받아놓고 다리 다치더니 이번엔 엔진이 터져버렸다고
당신 때문에 부정 탄 거 아니냐며 남의 속도 모르고
왜 그렇게 쏘다녔던 거냐는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결혼식 날 일어날 상황도 아니고 내일 아침 출근 중에 벌어지지도 않았고
일요일 저녁 따뜻한 밥 나눠먹고 돌아가다 맞닥뜨린 것이 다행이라고
지난주에는 다리를 깁스하고 오늘은 차가 퍼졌지만
내일 예기치 않은 우연이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다행이 아침노을처럼 찾아올 거라고
- 시집 『신몽유도원도』 (한결, 2020)
* 심종록 시인
1991년 <현대시학>등단
시집으로 『는개 내리는 이른 새벽』 『쾌락의 분신자살자들』 『신몽유도원도』
2019년 천상병 귀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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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안상학 시인의 출판기념 북콘서트 때문에 강릉을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안상학 형도 보고, 시와 문학과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왔습니다.
오늘은 심종록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신몽유도원도』 상재를 축하드리면서, 시집 속에서 한 편 띄웁니다.
심종록 형은 장애 때문에 몸이 불편합니다.
그런데 형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호등이 바뀌어 편측마비의 몸을 꿈틀거리며 "한쪽 다리를 끌면서" "달궈진 검은 사막" 같은횡단보도를 건널 때, "오픈카가 쌍욕을 내뱉으며 지나"(「풍경」)가는 이 세상에서, 기우뚱 기우뚱 이 세상을 건너고 있는 형은 몸보다 오히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겠구나.
그런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지요.
형의 시 「아침노을」을 읽고 보니 말입니다.
형이 오히려 저의 어깨를 다독입니다.
아우 그런 걱정하지 말라며 말입니다.
"우리에게 여전히 많은 다행이 아침노을처럼 찾아올 거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니 말입니다.
2020. 11. 16.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