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골*(上谷)
내 탯줄 묻은 상골은 우렁이처럼 생겼어요 사방 겹겹이
산이 둘러쌌지요 산읍에서 북으로 마중 나온 오장산이랑
좋이 이십 리는 팍팍한 자갈길 걸어야 하지요 게딱지 같
은 초가가 왕대밭 사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정겹
게 눈에 들어와요 그래서 상골인가 봐요
동구 밖에 산이 혀를 날름거리는 손바닥만 한 논배미는
천둥지기여요 층층이 얹혀 있어요 동네 사람들 허기 다
못 채워 주지만 곡간이고 명줄 이지요 배가 고프면 맨맛
한 산자드락만 파 일구었는지 뺑 둘러 밭이에요 논 없는
사람은 많아도 밭 없는 사람 드물지요
상상 골짝 마루에서 동네 초입으로 추월산 자락이 계곡
에 발 담그고 살아요 당산 마당에서는 이마를 바짝 디밀
고요 아침엔 해를 낳고 봄날이면 참꽃 따먹고 병정놀이
하라며 아그들 꼬드겨요 반짝대는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빛이 보이면 피식이 된다고 노샌이 묻어 주곤 했어요
라도의 허리를 동서로 갈라놓는 뒷산은 멀리서 보면 꼭
와불 이어요 굴등 큰 바위는 유년의 꿈 키운 할아범이고
요 밭 사이로 해서 칠 부 능선에 난 신작로는 승천하는
용이여요 밀재 넘어 복흥 오일장에 가는 장꾼들 이랴 !
이랴 ! 첫새벽 타는 마차 소리에 단잠 깨곤 했지요
✽상골(上谷) : 전남 담양군 용면 쌍태리에 속한 자연부락.
(4-42. 바람의 미아들)
상골
첫댓글 참으로
편안한 풍경입니다..
사진가의 덧칠한 사진보다
이런 사진이
덜 식상 한 것은
순수함 때문이겠지요
다행.
마을만 있을 뿐
비닐하우스도 공장 건물도
많이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됩니다..
이른 아침
좋은 글로 채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직은 덜 퇴화했지만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 입니다
외지에서 전입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세밑에 건안을 빕니다.
강대실 선생님은
부자이십니다.
평생 고향산천이
글을
파 내는
금광이니까요.
손바닥만 한 천둥지기
층층이 얹혀 있다는
표현이 기막히게 좋습니다.
제가 들어가 살던
수렛골도 층층 천둥지기
산골다락논 밖에 없었거든요.
눈에 선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디 안 변한 데가 있겠습니까만
반백년을 뜬구름으로 살다가
십 여년 전에 향리와 가까은 곳으로
귀촌을 해서 보니 좋아서 인지 땅이
싸서 인지 외부인이 많이 들어와
동네를 둘로 나눈답니다
더 변하기 전에 글 한 편 남겼습니다
편한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