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병원 현장 간담회… 심뇌혈관 거점 육성 등 ‘3대 건의’ 전달
중등도 이상 입원환자 62% 관외 유출… 거점병원 육성·소아의료·재정 개편 촉구
응급-중환자-재활 전주기 연계부터 수가 보상 현실화까지 종합 대책 건의
[배석환 기자]=수도권 배후도시라는 지리적 외형 뒤에 가려져 있던 ‘이천진료권 필수의료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공공의료 현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국회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천시 지역위원장)은 9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을 전격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천권 필수의료 현안 점검 및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 이천병원 의료진 등이 참석해 ,경기 이천권 필수의료 현안, 소아진료 협력체계 구축 방안, 공공임상교수사업 발전 방향 등을 집중 검토했다.
특히, 김윤 의원은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집약한 ‘이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3대 건의’를 정은경 장관에게 공식 전달하며 중앙정부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겉만 수도권, 현실은 ‘의료취약지’… 중등도 입원환자 지역충족률 38% 불과
이천·여주 진료권(인구 약 33만 7천 명)은 행정구역상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고령인구 비율이 이천 18.8%, 여주 28.4%(진료권 평균 23.6%)에 달하는 도농복합지역이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등의 분석에 따르면, 이천과 여주는 심뇌혈관질환 관련 의료수요와 의료이용 접근성, 최종 건강결과(사망률) 측면에서 도내 최상위권의 ‘심뇌혈관질환 최종 취약지’로 꼽힌다.
김윤 의원은 현장에서 “이천은 서울과 가깝고 인근에 대형병원들이 있어 겉보기에는 의료 이용에 큰 불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증을 제외한 중등도 이상 입원환자의 지역 내 자체충족률이 38%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환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관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골든타임이 생명인 응급·중증환자들이 이동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과 고통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 입증된 치료 성과… ‘분당서울대병원-이천병원’ 협력 네트워크 결실
이날 공개된 이천병원의 임상 데이터는 지역 거점 공공병원과 대형 권역책임의료기관의 협업이 만들어낸 뚜렷한 치료 성과를 증명했다.
2019년 순환기내과 신설과 신경과 진료실 확대 등 심뇌혈관 기능을 확충한 이후, 심근경색증 환자의 지역 내 치료 충족률은 과거 약 7%(2013년)에서 43.5%(2022년)로 36%p 이상 대폭 상승했다.
특히 2026년 상반기 기준 급성심근경색(STEMI) 환자의 병원 도착 후 재관류까지 걸린 시간(Door to Balloon Time) 중앙값은 42.5분으로, 목표치(50분 이내)를 안정적으로 초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과거 최대 80~100%에 달했던 관내 환자 1년 이내 누적사망률은 10%대 초반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분당서울대병원(권역책임의료기관)과 소방, 이천병원이 연계된 ‘병원 전단계 Triage 시스템’을 통해 119 현장 심전도 평가와 중증도 분류, 실시간 핫라인 의뢰·회송, 원격중환자실(스마트 E-ICU) 모니터링이 유기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천병원은 2024~2025년 2년 연속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전국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높은 역량을 입증했으나, 의료인력 확보 난항과 비합리적인 건강보험 수가 체계로 인해 추가적인 인프라 확충에 제동이 걸려 있는 실정이다.
응급·심뇌혈관 거점 육성부터 수가 현실화까지… 첫 번째 과제 집중 건의
김 의원은 이러한 현장 여건을 토대로 정은경 장관에게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이천병원을 경기 동남부의 응급·심뇌혈관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심뇌혈관센터 확충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을 대폭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단순 시설 확충을 넘어 응급센터에서 심뇌혈관센터, 수술실, 스마트 중환자실(E-ICU), 전문 재활치료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역완결형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천병원 간 중증·응급 필수의료 협력체계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의료 현장에서 겪고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걸림돌도 상세히 전달됐다. 김 의원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뇌혈관 혈전제거술(EVT)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뇌졸중 집중치료실(SU)을 갖추고도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관상동맥중재술(PCI) 시술 시 스텐트 등 치료재료 사용 증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포괄수가제의 한계와 비포괄 치료재료의 병원 부담 문제를 짚으며 적정 수가 보상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에 필요한 ‘전문의 3인 이상 확보’ 기준 역시 지방의료원의 구인난을 고려해 완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달빛어린이병원’ 기준 유연화 및 소아 야간·응급 협력망 구축
두 번째 건의로는 ‘아이 키우기 좋은 이천’을 만들기 위한 소아 야간·휴일 진료체계 강화 방안이 다뤄졌다.
현재 이천병원은 평일 야간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있으나, 심야와 주말·공휴일에는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 공백이 지속되어 일평균 이용 환자가 4명 선에 머무는 등 구조적 한계를 겪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전문의 확보가 극도로 취약한 도농복합지역의 현실을 반영해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및 운영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소아 야간·휴일 진료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국비 지원을 늘리고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나아가 권역책임병원인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천병원을 축으로 24시간 소아 야간·응급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해 아이가 아플 때 먼 대형병원으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도권·비수도권’ 행정 잣대 벗고… 특별회계, ‘실제 의료취약도’로 배분해야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정부가 신설을 추진 중인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의 지원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행정상 수도권으로 묶여 있지만 시·군별 의료 여건의 격차가 극심하며, 특히 이천과 같은 도농복합지역은 필수의료 인력과 지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
김 의원은 “특별회계 배분 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단순한 행정구역 구분을 적용한다면 수도권 내 의료취약지가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는 심각한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예산 배분 시 형식적인 권역 구분 대신 실제 필수의료 접근성과 의료인력 수급 상황,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 등 ‘실질적 의료취약도 지표’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제도 완성됐으니 실행할 때… 정부 정책에 현장 목소리 반영시킬 것”
현안 보고를 청취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천병원이 일궈낸 권역-지역 연계 치료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현장에서 제기된 3대 건의사항과 제도 개선 요청에 대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윤 의원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틀이 마련된 만큼,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실행되는 것”이라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예산과 지원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오늘 전달한 3대 건의와 현장의 목소리를 보건복지부 정책과 내년도 예산에 실질적으로 반영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