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의 노래와 영화가 계절을 수놓는다. 그의 출발은 가수였다. 1977년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홍콩 ATV가 주최한 아시아가요제에 참가하여 2위에 입상한다.
수려한 외모로 알란 탐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면서 스타덤에 오른다. 그는 1987년 도쿄가요제에서 조용필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고, 1989년 내한하여 이선희 콘서트 무대에도 올랐다. 초콜릿 광고에 나와 달콤한 목소리로 팬들을 유혹했다.
조용필은 장국영 1주기 때 발매된 추모 음반에 참여했다. 엔카 가수 다니무라 신지가 만들고 조용필이 부른 ‘꽃(花)’이 앨범에 수록됐다. 이 노래를 장국영이 리메이크하여 불렀기 때문이다.
가수로서 장국영의 매력은 봄바람 같은 부드러움과 가을비 같은 우수를 담은 목소리다. 영화에서 그랬듯이 달콤하지만 불안한 청춘의 풍경을 노래한다.
히트곡 중 하나인 ‘바람아 계속 불어라(風繼續吹)’에서 그는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없어
마음속엔 눈물이 가득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아”
라고 노래한다.
이어
“당신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으니
누구를 기억할 것인지 묻지 않아도 돼”
라고 속삭인다.
각종 루머에 시달리던 장국영은 자신의 팬이 알란탐의 팬과 다투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은퇴를 선언하고 캐나다로 떠났다.
그러나 1년 만에 복귀하여 왕자웨이 감독 등과 만나면서 영화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다. 어찌 보면 1990년대는 청바지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스크린을 누빈 장국영의 것이었다.
영화 <동사서독>에서 그는 말한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 난다”
라고.
유독 그가 없는 세상이 황량하게 느껴지는 건 계절 때문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카페 게시글
월 드 팝 친 구 들
팝 스토리 | 가수 장국영
춘수
추천 0
조회 72
23.07.31 07:2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