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겨울의 크리스마스...
무극에서 마장동 올라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생극을 지나 감곡,장호원을 지나 이천 곤지암 을 경유하여 서울 시내로 들어섰다...
버스는 그렇게 가다서다를 반복했다....말이 직행버스이지, 가는곳마다 서는 완행버스가 따로없다.....
열일곱살에 시골 청소년은 몇해전부터 혼자서 곧잘 여행을 다닌다....
이미 열세살에 이르러 혼자서 의정부까지 다녔고,음성군 근처에 있는 충주 청주는 안방 드나들듯 나다녔다....
89년12월24일 겨울방학을 하고나서 서울 상도동에 사는 한살 터울 사촌형네 집을 가는 길이다...
사촌형네 집에 들어서자,왬의 라스트크리스마스라는 곡이 흘러나온다....
방안에 김완선 주윤발 왕조현 사진이 쭉 걸려있다....
시골 내방에도 김완선 사진을 걸어두었는데 사촌형도 김완선 사진을 걸어둔걸 보니 왠지 모를 질투심과 경쟁심이
한없이 솟구치는걸 느꼈다....
사촌형과 나는 그날 작정을 하고 서울시내를 돌아다녔다....겨울바람이 불어왔다.....
라디오에서 푸른하늘에 겨울바다라는 노래가 내 몸을 한바퀴 감싸더니 이내 언덕배기 위를 지나 서울시내를 휘감아돈다...
겨울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끝없이 펼쳐진 겨울바다는 열일곱살 필자의 인생처럼 그렇게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리라
생각했다......
음반가게에 들려 김완선 양수경 레코드판을 샀다.....소방차 박남정 변진섭에 노래가 담겨있는 최신가요테이프를 덤으로 얻었다..멀리 시골에서 올라왔다고 하니 주인 아저씨가 선심을 쓰면서 준다.....
서울인심이 훈훈함을 알았다....
그렇게 한손에 레코드판을 들고 오락실을 들려 대림동 태양의 집을 들려 남산타워를 올랐다.....
소년은 어려서 부터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하여 국어시간에 시를 쓰라서 하면 한번에 대여섯편을 그자리에서 써내곤했다.
그날도 이상하리만치 필을 받아서 그랬을까 노트를 꺼내어 볼펜을 들더니 이내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시를 쓴다....
서울의 밤하늘엔 별이 보이질않는다....내가 사는 동네에 밤하늘엔 언제나 북두칠성이 또렸하게 보이는데 말이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지나는 사람들이 더욱 옷깃을 부여잡는다......거북당 베이커리....신진라사....혜정수퍼.....
서울의 밤이 깊어 갈수록 인근 상가의 불빛이 서울의 밤을 노래한다......
그해 여름....소년은 동네 친구들과 비닐하우스에 모여서 라디오를 들으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나지막히 들려오는 김희애의 인기가요......무슨 사연인가를 읽더니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김성호가 노래합니다....회상......
아~~~ 왜그렇게도 가사가 슬프던지.....양수경이 노래합니다....사랑은 창밖에빗물같아요......
목소리가 너무나도 밝고 맑다.....여름방학......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는 겨울방학........89년의 어느 늦은밤......
며칠후면 1990년이다.......필자가 1990년을 그렇게도 또렷히 기억하는것은 엘지트윈스가 MBC청룡을 인수하여 야구단을
창단한 해이기 때문이다.....
어려서 말을 배우고 나서 할줄알았던 말이 야구방망이였다나......
왠지모르게 어려서 부터 야구를 좋아했다.....주변 어른들이 말하기를 걸음마를 떼고 나서부터 야구를 좋아했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2박3일간 다녀오는 날,집에 도착하자마자 한것이 야구경기다...
야구글러브를 끼고 아이들과 캐치볼을 하니 2박3일간의 여독이 풀릴정도였다....
소년에게 그렇게 야구란 늘 만나면 좋은친구요,헤어지면 눈물나는 동반자나 다름없다....
그런 소년에게 엘지트윈스의 창단과 더불어 줄무늬 유니폼을 본순간 온몸을 휘감아 돌던 그 짜릿짜릿했던 감정을
잊을수가없다.....
90년.......토요일만 되면 야구를 보기위해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그리 아는곳이 많지 않은내게 잠실야구장은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하위권을 맴돌더니 6월부터 힘을 내기 시작해서 끝내 정규리그1위를 할때까지.......야구는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요,
우리에 인생이 그대로 녹아있는 차마 말로는 표현할수없는 그런 벅찬감동이 살아있다.....
그해 박수를 하도 많이 쳐서 손바닥이 늘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학교에가면 늘 엘지트윈스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들 반응은 시원찮았다......
우리동네에는 빙그레이글스가 있는데 왜 서울팀 엘지를 좋아하냐는 그 싸늘한 눈초리란.......
여학생들에게 서울다녀올때 조그만거라도 하나 사서 주면서 야구는 엘지트윈스라는 말을 꼭해줬다....
""주말에 서울 야구장에 가면 사람들이 무자게 많거든.....그들이 외치는 함성이 얼마나 큰줄아니.....
나는 늘 그렇게 서울 잠실구장을 다녀올적마다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 이야기들이 ,그 꿈들이, 그열정이 친구들 하나하나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20년에 세월..........옛말에 이르기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강산은 일부러 개발을 하지않는한 변하지않는다.......우리집 앞에 부용산도 늘 그대로이고,서울에 남산또한
늘그대로이다.....변한것은 사람에 마음이지 어찌 강산이겠는가?....
늘 푸프디 푸른 소나무들이 빼곡한 산과 겨울 철새들이 다녀가는 이땅에 강은 늘 그대로이다....
오직 사람의 마음만이 조석변으로 변하니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그래도......우리 엘지트윈스를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은 지난날의 사군자보다 더 지조있게 성원을 보낸다.....
세월이 흘러 강산이 변할지언정 성원하는 야구팀을 향한 마음만은 변하지않을거라면서........
20여년에 시간이 지났다.....예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김완선도 가고 양수경의 노래도 귓가에 맴돌면서 사라져간다...
오직 엘지트윈스만이 소년에 가슴한구석을 굳건이 지키고있다......소나무 같은 엘지트윈스......서리를 맞으면서
꽃을 피우는 국화같은 엘지트윈스......우리에겐 엘지트윈스가 있다.....그리고 20여년전에 소년에 마음속에도
엘지트윈스가 있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그리고 내게 주어진 엘지트윈스에 길을
걸어가야겠다......
음성 부용산끝자락에서 크리스마스를 며칠앞두고.....견훤....
첫댓글 한편의 수필을 읽는 느낌으로 읽어내려 갔습니다 ^^ 글 넘 잘 쓰세요 아... 저도 한수 갈켜 주세요 대림동 태양의 집 하면... 예전에 태양의집 몇층인지... 롤러스케이트 타러 다니던거 생각나네요... 중학교 다닐땐 롤러스케이트도 잘 탔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우~~전 초등학교때부터 롤라며 스케이트며 완전 다 잘탔었는데(잘난척중?^^;;),,,갑작 스케이트가 넘 타고 싶네요..요즘은 서울 주변에 별로 없어서 목동아이스링크나 잠실까지 가야하니~~쩝!!!
전 롤라스케이트 뒤로도 타요 그런데 안타본지 몇년 되서 지금도 잘 탈지는 잘 모르겠네요 인라인 배우고 싶은데... 요즘은 덩치가 산() 만 해져서 균형을 잘 못 잡겠더라구요
저도 야구에 미쳐서 보는거에 만족못하고 요샌 직접합니다..ㅎㅎㅎ..
도끼를 들고 타석에 들어서는건 아니겠지요?..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때... 보고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맘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렷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노래가사가 계속 맴도네요 ^^
회상도 좋고,웃는여잔다예뻐라는 곡도 좋지요....여름밤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떠있고 김희애의 인기가요에서 이런 명곡이 흘러나오면 사춘기 소년 소녀는 그노래를 따라부르곤했는데......옥수수를 먹어가면서....모기향을 피우고....집에서 음반을 만들어 주변분들에게 나눠주곤하는데 님도 기회가 되면 하나 만들어줘야겠네요......타이틀곡은 회상으로 해서.....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온 세상이 아름다워.. 아마나도 사랑할 때가 됐나봐...왜 그런지 나는 몰라...웃는 여잔 다 이뻐~~
요즘 노래는... 그노래가 그노래 같구 예전노래가 더 좋아요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말이 있죠,,,추억을 떠올릴때,,,,님 글을 읽으니 마치 제가 저 글 속에 소년이 된 거 같고 저 소년이 겼는 일들이 마치 제 일인거 같고 20년전에 추억이라고 했는데 마치 저 오래된 추억이 제 추억인거처럼 휙휙 그야말로 한편에 오래된 영상을 보는 거처럼 머리 속에서 스쳐지나가네요...ㅎ ㅎ 클막스를 앞두고 저도 갑작 추억에 빠져보게된 소중한 글이네요~감사합니다!!^^
세월이 그렇게 주마등처럼 스치고지나가지만 추억은 스치고 지나가지않고 우리들 가슴속에 쌓이고 쌓여 다시금 꺼내서 기억할수있게하였으니 이는 참으로 아름다운일입니다.....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지난날의 일들을 그리워한다는것....다시금 10여년에 세월이 흐르면 님들과 함께 까페에서 이런저런 댓글을 달고 놀던 때가 분명 그리울겁니다...
견훤님 좋은글 또 잘읽어요 이거 구독료라도 걷어서 드려야할듯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