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사를 재댜로 지내는 집도 드물다고 한다.
허기사 코로나19 때문에 산사람도 살기 힘든데 죽은 귀신 모실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작년 시사때에 음식까지 다 장만해 놓고 마을 리장모임에서 제주도 연수갔다 오면서 확진자가 생겨 취소되는 바람에 시사고 나발이고 다 없어지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곧바로 보건소로 끌려가서 확진자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제사를 지낼려면 제사음식을 진설할 제상도 있어야 하고 음식을 담을 제기도 있어야 한다.
음식을 하는 사람도 아무나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흠이 없는 사람이 마련해야 하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세컨드 같은 사람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예전에는 제기를 놋그릇을 많이 썼다. 놋그릇은 오래 두면 저절로 녹이 슬어 제삿날 이전에 꺼내 녹을 닦어야 한다. 어머니는 제삿날 하루 전날 꺼내서 가마니 위에 기왓장 깨서 가루로 낸 것으로 짚에 묻혀 닦았다.
그러다가 제기를 놋그릇에서 목기로 바꾸었다. 그것도 내가 배를 타고 나서 먹고 살기가 조금 나아졌을 때였다.
제기를 목기로 바꾸고 나니 녹을 닦을 필요가 없어졌다. 남원에서 물푸레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본래 제사는 고조 이상은 시사로 올리고 증조부터 집에서 지내는 데 기제사 외엔 명절때 전에는 세대별로 따로 따로 지냈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음식 마련에도 이중 삼중으로 비용이 드니 한 상에 차려서 한꺼번에 지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까 국밥 그릇과 술잔이 모자라서 낱개로 보충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오늘 시내에 나갔다가 남포동역에 들리게 되어 남포동 지하상가로부터 중앙동역까지 걸어오면서 목기를 파는 점포에 들러 식기와 국그릇 두 세트와 술잔 두 세트를 6만원을 주고 사왔다.
제사를 모시고 하는 것도 우리 세대로서 마지막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세대까지는 밥을 굶어도 제사 지낼 멧쌀은 따로 미리 준비를 해 두곤 했는데 지근 젊은 세대들은 우리 생각과는 영 딴판이다. 제사 음식은 전화로 주문해서 배달시키고 그것도 귀찮으면 리조트나 호텔에 가서 제사를 지내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몽땅거려 일년에 한번 지내거나 절에 돈 주고 올려 놓는 것으로 대체하고 만다.
어쨌거나 내가 살아 있는 한 우리집에서는 기제사는 그땨 그때 지내고 고조 이상은 시사로 올려 지내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야 올해도 시사를 지낼텐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명절 때 제삿상에 제기가 모자라 항상 이빨 빠진듯이 다른 그릇에 담았던 것을 여분의 제기를 마련해 놓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제사도 정성이 담겨야 한다. 귀찮은 부담으로 느낀다면 제사를 모실 필요가 없다. 제사를 모신다고 죽은 영혼이 찾아와서 음식을 먹고 간다고 알 수는 없다. 제사 음식도 다 산사람이 먹는다. 제사를 맞이하여 나를 낳아준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