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어서 참 좋다
꽃 피고 새 우는 그런 봄이 아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해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해봄.
무심코 스쳐 지나간 것들을 새로봄....
첫사랑처럼 피어나는 매화 향기 따라서 하동땅을 걸었다.
하동호–평촌마을(2km)–화월마을(1.2km)–관점마을(1.1km)–상존티마을회관(3.2km)–존티재(0.7km)–삼화실(1.2km)– 이정마을(0.4km)–
버디재(1.3km)–서당마을(1.6km) <총 12.6km>
하동호
지난 달에 걸음을 멈추었던 하동호에 다시 모였다
11코스는 너무 짧고, 12코스는 너무 길어서 12코스에서 3.3km를 당겨서 걷기로 했다
호수길, 개울길, 대나무숲길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걷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코스다.
하동댐 위에서 댐 아래로 내려서는 것부터 이 구간의 걷기가 시작된다
2년 만에 참가한 요한과 베로니카의 커플 조끼에서 봄냄새가 물씬 풍겼다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고 있는 매화가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평촌마을
하동호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 따라 체육공원을 옆에 두고 쭉 내려오면 평촌마을이다.
청암면 소재지로 청암치안센터와 우체국, 보건지소, 농협 등이 즐비하여 웬만한 읍내 분위기다.
들레길 코스에서 살짝 벗어나있는 경천묘에 들르기 위해 청학동슈퍼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경천묘(敬天廟)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곳이다.
사당에는 허망의 비애들이 초봄의 햇살 아래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한 사당의 문은 굳게 잠겨있고 담장 안으로 보이는 사당은 적막하다.
금남사(錦南祠)
경천묘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금남사(錦南祠)가 이웃해 있다.
고려말 경천묘를 세우고 경순왕의 영정을 모셨던 이색, 권근, 김충한 등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고려의 마지막 신하들이 신라의 마지막 왕에게 제사를 지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경천묘 앞을 지나는 도수로 옆면에서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경순왕은 신라를 고려의 왕건에게 넘겨주며 스스로 투항을 선택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었다
승천하는 용의 형상은 왕조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던 경순왕의 비애와 대조되었다.
징검다리
평촌마을이 끝나면 우측 벌판으로 나가서 횡천강을 징검다리로 건너게 된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다 만나는 징검다리는 묘미이다.
이 개울은 청학동 심심산골의 물이 섬진강과 만나는 횡천강 상류이다.
횡천강
하동 사람들은 횡천강을 청암천이라고도 부른다.
지리산 삼신봉에서 발원하여 청학동을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화월마을(花月)
평촌마을을 지나 삼화실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마을이 화월마을이다.
화월마을은 함박골(咸花)과 반월(伴月)의 두 마을을 합하여 행정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노거수는 마을 사람들의 숱한 애환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리라.
마굿간산장
관점마을로 들어서니 마굿간산장이 반겨 주었다
창고처럼 생긴 산장 안에는 간단한 술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흥겨운 트로트 음악까지 흘러나왔으나 길손들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관점마을(冠店)
관점교를 건너면 바로 관점(冠店)마을이다. 흔히 갓점이라 부른다.
관점교는 1982년에 만들어졌다고 준공비에 새겨져 있었다
마을 안에는 오래된 옛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무척 정겨웠다.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김용택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부분
명사마을(明寺) 입구
명사마을 입구 양쪽에는 익살스런 석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익살스러운 모습이었다
명사 돌배마을
과거 돌배는 천덕꾸러기였으나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쓰임새도 많아졌다.
돌배는 약성이 뛰어난 과일로 호흡기 질환과 노화 방지와 항암작용에도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 있다.
돌배마을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진입로길 가로수가 돌배나무이고 곳곳이 돌배나무밭이다.
하존티마을
존티마을은 하존티마을과 상존티마을로 나뉜다
둘레길은 상존티마을로 이어지기에 하존티마을은 멀리서 보며 지나치게 된다.
산 아래로 다랭이논이 줄지어 펼쳐지고, 그 사이에 조그마한 집들이 옹기종이 자리하고 있다.
대나무숲
하동의 둘레길을 걷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대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이곳처럼 넓고 고즈넉한 대나무 숲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대나무 숲길로 들어서자 마음속 묵은 때까지 모두 씻겨나가듯 온몸이 상쾌해진다.
존티(동촌)재
존티마을을 지나 삼화실로 이르는 재가 존티재이다.
존티재는 청암쪽 사람들이 적량면 삼화초등학교를 다녔던 길이다.
아이들은 숨을 깔닥거리며 존티재를 제집 드나들듯 뛰어다녔을 것이다
점심식사
존티재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도시락을 펼치니 봄내음이 물씬 풍겨나왔다
토마스 형님이 안 오셔서 참이슬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ㅋㅋ
매화(梅花)
동촌마을은 봄이면 하얀 매화꽃들로 별천지 세상이 된다.
이곳의 매화나무들은 광양처럼 대규모 농장의 위엄을 자랑하거나 관광객을 위해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그러기에 시골 사람들의 질박한 삶의 향취가 물씬 배어난다.
동촌마을
동촌마을은 존티재에서 넘어와 삼화실의 첫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들녘을 가득 채워놓은 비닐하우스에선 동촌마을의 효자 농작물인 부추와 취나물이 자라고 있다.
집들이 꽃과 나무와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서 아늑한 느낌을 주는 마을이다.
지리산아트팜캠퍼스
글로벌 자연주의 예술학교 한국조형예술원(KIAD) 지리산아트팜 캠퍼스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자연 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창조하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지리산 깊숙이 들어 앉아 있는 동촌마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삼화에코하우스
폐교를 리모델링한 삼화에코하우스가 문을 열어 탐방객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
숙박, 문화, 생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둘레길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다.
삼화실(三花實)
구 삼화초교 주변의 세 개의 마을(이정, 상서, 중서)을 합쳐 삼화실(三花實)이라고 한다
삼화실이라는 이름은 세 가지 꽃이 피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정(梨亭)마을의 배꽃, 중서(中西)마을의 매화(梅花), 도장골(道藏谷)의 복사꽃을 꼽아 삼화(三花)라고 부른다.
이곳 삼화실에서 지리산둘레길 11코스는 끝이 난다
울지 마라
길 위에서 길을 잃어도 그 또한 길이다
아주 먼 옛날 우리가 오기 전에도
지리산은 그대로 여기 이 자리에 있었으며
아주 먼 훗날 우리가 떠난 뒤에도
섬진강은 마냥 이대로 유장하게 흐를 것이니
너무 촐싹거리며 쟁쟁 바둥거리지 말자..................................이원규 <청학동에선 길을 잃어도 청학동이다> 부분
삼화교회
삼화실의 이정마을 안길로 들어서니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매우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삼화교회였다...하옇든 개신교의 부흥은 불가사의하다
이정마을
예로부터 배나무가 많아 ‘배나무골’ 이라 이름 붙은 이정마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왔다는 정자나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봄철에 이 느티나무 잎이 한꺼번에 피면 그 해는 풍년이 들고, 여러 번 나누어 피면 가뭄이 든다.'는 말이 전해온다.
밥봉
이정마을 어귀, 잘 다녀놓은 동그란 무덤 같은 언덕이 보인다.
일부러 다져도 저리 고운 곡선을 만들지는 못 할텐데 자연은 참 신통한 재주가 있다.
그릇에 담긴 밥 같다 하여 ‘밥봉’이다.
얼마나 밥에 굶주렸으면 밥봉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애잔한 기분이 들었다
버디재 오르는 길
옛날에 버드나무가 많았다 하여 버드재다.
왜정때 일본 사람들이 성냥을 만들기 위해 버드나무를 모두 베어가서 버드나무가 없어졌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멘트 길에 지쳐서 대나무 그늘 아래 널부러져 있다 ㅎㅎ
버디재 쉼터
막바지 오름길을 앞두고 운치있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소몰이를 하거나 나뭇짐을 지고 마른 목을 적셨던 길이다
소먹이던 젊은 장정들은 편을 갈라 잔디 위에서 씨름을 하면서 정을 키워온 곳이기도 하다.
버디재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버디재에 다다랐다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마치 사열하듯이 지나가는 등반대장을 환영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동백과 느티나무
서당마을로 내려가는 둔덕에서 정겨운 광경을 보았다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의 사타구니에서 어린 동백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드는 동백을 밀어내지 않고 품어주는 모습이 훈훈하였다.
꽃을 피울 수 없는 느티나무는 동백꽃을 보며 위로받고 있을지도 모르리라.
돌지 않는 물레방아
어느 민가 앞에 폐품을 이용하여 만든 물레방아가 있었는데 멈춰 있었다
물레방이 뒤의 처마 밑에 재미있는 글귀가 씌여져 있었다
'물레야 너는 한곳에서 계속 돌고 있구나. 나는 먼 길을 돌고 간다. 머나먼 둘레길~~~'
서당마을
드디어 서당마을 에 도착하여 경로당 앞에서 쉬어갔다
지리산 둘레길의 일곱 빛깔 무지개 길로 널리 알려진 서당마을이다
경로당 뒤에는 약 300여 년 전부터 마을을 지켜보고 있는 영목(靈木) 이팝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서당마을 벽화
가파른 포장도로를 따라 서당마을까지 내려오면 2차선의 지방도를 만난다.
서당마을은 과거 한학 서당으로 유명해 ‘서당골’로 불리웠다
마을 벽면이 과거의 서당 모습으로 거듭나 옛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새참사랑방
이정마을에 있는 새참사랑방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리산둘레길 서당안내소를 겸하고 있었는데 을씨년스러웠다
코로나19 때문인지, 둘레꾼들의 무관심 때문인지....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첫댓글 따스한 봄날 사랑하는 이웃들과 오손도손 정겹게 이야기꽃 피우며 걷는다
세상의 행복은 먼곳에 있는것이 아니지요
벌써 4월이 기다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