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때도 솔직해지자
나의 첫사랑. 강의실 앞에서 내게 무릎을 꿇고 고백해서 동아리와 과 전체의 놀림거
리가 되었던 수줍음 많은 선배였다. 내게 헌신적이던 그에게 많은 걸 받기만 했던 짧은 연애기간
동안에 나는 ‘좋은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르다는 걸 깨닫고 그에게 헤어짐을 고
했다. 선배는 후자였다. 받는 게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러웠다. 헤어지고 나서 그 다음날 그는 학
교에 오지 않았다. 동아리 지인들 모두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는단 말에 걱정스런 맘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가 받았다. “너 나 좋아해서 사귄 거 맞니?”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냥 미안하기만 했다. 남의 감정을 가지고 논 것은 아니었지만 좋아지진 않았다고 말할 순 없었
다. 그냥 그의 술주정을 묵묵부답 듣고만 있던 하루였다. 그리고 통화가 끝난 때부터 한 달간 전
화를 정지시켰다. 그에게 미안하고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 그 이후 동아리실에서 자주 마주치
곤 했지만 서로 불편해서 내가 끼는 자리엔 그가, 그가 나오는 자리엔 내가 나가지 않곤 했다.
from 그렇게 헌신적이었던 그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미안하단 말을 못해서 아직도 맘 저린 H
▶사랑에 내
일은 없다
원래 나는 남자친구라 해도 빨리 질리고, 주변 사람들보다 특별히 연락을 많이 하거나, 유
별나게 잘 챙겨주고 그런 성격은 못 된다. 그래서 늘 연애기간이 짧을 때가 많았는데 이번은 100
일을 맞게 된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들로 바쁜 와중에도 선물을 미리 준비해놨었다. 워낙 무딘 내
가 느낄 정도로 그는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에도 내게 연락이 뜸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 신경을 못
써줘서 그런가보다 하고 가끔 문자도 먼저 보내고 그랬는데 단단히 삐졌는지 시큰둥하기만 했다.
그러다 100일 하루 전날 내게 오늘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날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과외
아르바이트로 몸이 지쳐 있었고 ‘어차피 내일이 백일이니까’라는 생각으로 그에게 오늘은 바쁘
니 그냥 내일 보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도 그는 오늘 꼭 봐야만 한다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휴대폰을 꺼놓고 일했다. 그런데 두어 시간쯤 후에, 그가 편의점 밖에 서 있
었다. 막상 보니 반가운 마음에 코코아와 커피를 들고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잠시 컵을 입
에 갖다 대려다 말고 내게 ‘헤어지자’라고 말했다. 나는 갑작스런 상황에 “뭐라고? 왜? 내가
휴대폰 꺼놔서?”라고 물었지만 그는 코코아만 테이블에 놓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렇게 가버린
그에게 자정이 넘도록 나는 통화 버튼을 눌러댔지만 그는 받지 않았고 그의 친구들도 그의 행방을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혼자 백일을 맞이했다. 과외를 끝내고 오니 책상 위에 그를 위해 준
비해놓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축하해. 나만의 백일. 그리고 안녕’.
from 헤어진 다음날이 백일이었던 J
▶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
2년 넘게 사귄 그와 나에게도 권태기라는 것이 찾아왔다. 전 같지 않게 내게 시큰둥하고 소
홀해진 그가 야속하고, 더 이상 나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서 이별을 결심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별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이별을 말한 다음날부터 그가 보고 싶고 그리워졌다. 그가 내게 잘
해줬던 기억만 떠오르고 당장 혼자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무섭기 까지 했다. 너무 성급하게 헤어
짐을 결심한 것 같아서 후회만 가득히 쌓여갔다. 그에게 연락을 해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고 싶
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내 사진을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 실망도 되고 화도 나서 그냥 다 태워버
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깟 사진이 뭐 그리 대순가 싶기도 하고 나만 우리의 이별을 후회하고 있
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서글퍼졌지만 그는 끈질기게 나를 약속장소로 나오게 만들었다. 우울한 기
분에 약속장소로 나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던 그. 사진을 돌려주겠다는
건 그저 날 한 번 더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다행히 멋지게 권태기를
극복하고 알콩달콩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날 내가 끝까지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다면 어
떻게 됐을까 상상하면 너무 끔찍하다. 그날처럼 내 눈치 없음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다.
from 눈치 없다가 애인 잃고 땅을 치며 후회할 뻔
한 S양
▶어쩔 수
없는 인연의 어긋남
그녀가 고등학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그렇게 우린 ‘롱디(long-distance) 커플’이 되었지
. ‘롱디 커플’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관계의 삐걱거림을 느끼고 있었던 난, 그녀에게 ‘우리 너
무 많이 싸우는 거 아니냐’는 편지를 쓰며 추신으로 인터넷에서 본 혈액형 이야기를 덧붙였다.
남자 O형과 여자 A형은 정말 안 된다는 커플 궁합을 봤는데, 그것만 극복하면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우리도 더 잘 지내보자는 내용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던 그녀가 일주일 뒤 대전
에 왔다. 커플링과 함께 이별을 통보하러. 다음날, 힘겹게 일어난 나는 그녀의 사진 위에 커플링
을 딱 걸쳐놓고 링 안에 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한참을 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받았던
사진과 편지를 곱씹으며. 사진이나 편지는 차마 버리질 못하겠더라고. 하지만 커플링은 잔인하게
처리하고 싶어 몇 달 동안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대학 친구가 커플링 한다기에
고스란히 팔았던 씁쓸한 기억이. 벌써 5년 전 이야기, 지금은 추억이 되어 그녀와 미니홈피 일촌
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from 헤어진 다음날, 문자를 보낼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 단지 슬프게 느껴졌다고 회고하는 M군
▶
일상에서 이별증후군을 해결하라
나와 그는 1년 가까이 사귀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단순히 홧김에 헤어진 게 아니고 며칠 동
안 서로 생각하고 고민 끝에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 헤어진 날 나는 마땅히 울 곳도 없어서 야밤
에 동네 놀이터에서 엄청난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퉁퉁 부운 눈으로 학교를
갔다. 안타까운 마음에 친구들이 위로한답시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는데 이별 앞에 장사 있으랴.
마음은 고마웠지만 우울한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사실 너무 돌아다녀 발이 더 아팠다). 저녁
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니 서글퍼서 놀이터로 달려가 한
바탕 울어제끼고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어오는 순간. TV를 잘 보지 않는 언니가 드라마를 보고 있
는 것이 아닌가. 난 힘없이 소파에 앉아 넋놓고 드라마를 보는데. 웬일인가. 드라마가 너무 웃겨
서(지금 기억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울기는커녕 미친 듯이 뒹굴며 웃었다. 정말이지
이별 앞에 그렇게 울던 내가 드라마 때문에 미친 듯이 웃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그 이후 나는
매주 수, 목요일만 손꼽아 기다리며 이별 따윈 잊어버렸다.
from 이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H
양
▶
짝사랑의 슬픈 결말
7년 동안 짝사랑하던 그 남자에게 마침내 고백을 하기로 결심한 어느 토요일. 밥 먹고, 찻
집에 들어갔더니 아르바이트생이 음료수 한 잔에 빨대 두 개를 끼워주는 것이 아닌가. 오호~ 하지
만 그가 이어서 꺼낸 한마디.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소개시켜줄까?” 귓가에서 맴돌던 그
말 ‘소개시켜줄까, 줄까, 줄까…’를 간신히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그가 내게 했던 말
들을 하나하나 생각했다. 그도 나를 좋아하고 있었을 거라는 나만의 착각이 원망스러웠을 뿐. 그
이후로 물론 그 남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고백한 다음날이 헤어진 다음날이 될 줄이야. 밥을
먹다가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집 앞 공원에서 미친 듯이 달리던 중, 연인들은 왜
그리도 많던지. 달리고 또 달려도 분이 풀리지 않아 그에게 전화를 했건만, 되돌아온 건 바쁘다는
한마디.
from 다시는 짝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P양
▶지금도 헤
어진 그가 궁금한 이유
내가 처음으로 사귀었던 남자. 사귄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었
는데 나의 집착으로 그가 헤어지자고 해서 결국은 차였다.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난 지금까지 이
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튼 난 정말 사랑하던 그에게 차이게 되었고 일주일 동안 울면서 지냈다.
나는 헤어진 이유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아 그 다음날 그에게 전화하여 따졌지만 ‘지쳐버렸다’
는 그의 대답을 듣고 한동안 울어버렸다. 그러다가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수도 없이 전화했고 학
교 앞에서 기다리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그에게 연락이 오게 하기 위해서 절친한 친구에게 부탁해
쓰러졌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자존심 따위는 챙길 여유도 없었다. 하지
만 그는 목석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혼자서 술을 마시
고 길바닥 한가운데서 미친 듯이 울었다. 난 길거리에서 온갖 추태를 부렸고 울다 고개를 들어보
니 구경이라도 난 듯 날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 틈에 날 한심한 듯 쳐다보는 그와 그의 친구들. 나
의 그런 모습을 본 그 이후로 그는 내 연락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고 휴대폰 번호까지 바꿔버
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지만 그때 당시엔 정말 절
망적이었다.
from 지금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한 K양
▶나만의 이
별 극복 방법
첫눈에 반해 6년 동안 그 사람과 사귀게 되었지. 사귀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할 줄은 정말 몰랐어. 늘 만날 때마다 두근거렸고, 서로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주
었는데 6년쯤 지나니 상황이 달라지더라.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거
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이별의 순간을 직감했고, 그렇게 조용히 헤어졌어. 헤어진 다음
날, 눈을 떴는데 그동안 그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이 방을 한 가득 메우고 있는 거야. 여기를 둘러
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온통 그 사람이 보내준 선물밖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
더라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잊으려 노력하기보다 차라리 하루 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거였지.
헤어진 것도 믿기지 않는데 잊으려 하면 더 힘들어질까봐. 그때부터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처
음 손을 잡던 순간, 첫 키스의 느낌, 같이 봤던 영화, 좋았던 기억은 물론, 싫었던 기억까지 모조
리 다 떠올리기 시작했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그 사람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보냈어. 저녁때쯤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 덕분에 미련 없이 그 사람을 보내줄 수 있었어.
from 헤어진 다음날, 그 사람과의 추억을 미치도
록 떠올린 것이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Y
▶혼자 되기
에 다시 익숙해지기
부전공 수업을 듣느라 학교에 혼자 있을 시간이 많던 나는 무척이나 외로웠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도 금세 익숙해져 혼자서 하는 일들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나를 자상하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학교 선배와 사귀게 되었는데 혼자 있던 시간이 익숙했던 내게 그의 자상함은 무척이나
행복하고 달콤했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나 이외의 다른 여자들에게도 지나치게 다정한 그
의 행동이 나를 지치게 했고 결국 그와는 헤어지고 말았다. 그와 헤어진 후, 나는 전처럼 혼자가
되었다. 그와 만나기 전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공부를 하거나 수업이 끝나고 혼자 집에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도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그와의 만남으로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
람이 되어버렸다. 그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나는 혼자 학교에 있는 시간
이 너무나 힘들었고 혼자라는 외로움이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를 만나기 전처럼 혼자인 것이 익숙해지도록.
from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아프게 깨달은 P양
자료제공 : 에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