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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53
씬1. 그 안 / 밖 (전회 48씬)
(들어서는 방화 1... 큼지막한 가스관 밸브를 돌려서 연다. 소리를 내며 새기 시작하는 가스...
방화 1, 능숙한 솜씨로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을 밸브에 매더니 줄을 늘어뜨리며 밖으로 나온다.
그 철문 밖... 나오는 방화 1... 라이터로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는 급히 그곳을 빠져 나오는데...
불꽃을 일으키며 철문 안쪽으로 타들어가는 도화선..)
씬2. 정연네 집 방안
(정연이 뭔가 서류를 작성하며 일을 하고 있다. 이때, 지나가 급히 들어서며)
지나 : (다급하게) 언니? 소식 들었어요?
정연 : 무슨 소식?
(지나, 급히 TV를 켠다. 뉴스 속.. 화면 가득 보일러 공장의 화재 현장이 나오고 있다.
자막으로 ‘보떼 보일러 용인 공장에 큰 불’)
앵커 : (E) 목격자에 따르면 저녁 여덟시 쯤 폭발음과 함께 보일러 공장 내부에 있는 가스탱크 쪽에서 불길이 번졌다고 합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삼십 여대와 이백여 명의 소방대원들을 투입해서 화재 진압을 하고 있지만, 때마침 불어오는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소방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찾고 있으며,
취급 부주의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나 : 이사장님 어떡해요?
정연 : .. (TV를 보며 크게 놀란 채)
씬3. 병원 안
(부상자들이 속속 이동침대에 실려 들어온다. 급박한 분위기.. 의사와 간호사들이 따라 붙으며...
가발이 엉망으로 불에 그을린 영출과 기술이사, 소식을 듣고 온 소태와 경자가 안타깝게...
이때, 강모와 시덕이 급히 들어선다)
소태 : 강모야..!!
경자 : (동시에) 사장님..!!
강모 : 어떻게 된 거에요? 사상자는요?
영출 : 다행이 죽은 사람은 없는데 숙직실직원하고 경비들이 부상을 당했어.
강모 : 공장 상태는요?
기술 : A동은 완전히 전소됐습니다. B동도 상당수가 불에 탔고요.
강모 :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아요?
기술 : 어림잡아도.. 오십억 이상은...
강모 : ..!! (망연하게)
경자 : (울먹) 우리, 어뜩해요, 사장님...
(이때, 기자들이 강모를 알아보고는 몰려든다. 후래쉬들이 터지며..)
기자 1 : 이강모 사장님이시죠? 화재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기자 2 : 보일러 신제품 출시는 가능한 겁니까?
기자 1 : 이번 화재로 수서지구 아파트 개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 되는데, 한 말씀만 해주시죠.
강모 : .. (침착하게) 우선, 환자들부터 살펴야겠습니다.
소태 : 자, 자.. 지금 정신없으니까 나중에 합시다.
시덕 : 비켜주세요. (길을 터주며) 가시죠, 사장님.
(강모들, 기자들을 뚫고 응급실 쪽으로...)
씬4. 민우, 아파트 안
(전화벨소리..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민우가 수화기를 집어 든다)
민우 : 네...
성중 : (F) 접니다, 회장님. 방금 김포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민우 : 경찰에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에요. 그 사람들,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오세요.
성중 : (F) 예, 회장님.
민우 : 참, 내일 오전 중에 방송국 기자들을 불러 모으세요.
성중 : (F) 기자회견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민우 : 아홉시 뉴스에 나가야 합니다. 보일러 화재 뉴스가 나가고 나면, 바로 그 다음 뉴스에 내 인터뷰를 붙이세요.
성중 : (F)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
(민우, 수화기를 놓는다. 술잔을 기울이며... 서늘해진 눈가가 젖어온다)
민우 : 이미주, 잘 봐 둬... 니 오빠.. 이강모, 철저하게 짓밟아 줄 테니까...
씬5. 병실 복도
(밤이 늦어서 아무도 없다. 강모, 혼자 외롭게 앉아서 깊은 고심에 빠져 있는데..
다가와서 자판기 커피 잔을 건네는 손.. 강모가 다리부터 보고는 반갑게 정연... 하며 보는데.. 천수연이다)
강모 : (의외고) 수연씨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
수연 : (옆자리에 앉는다) TV보고 걱정 돼서 왔어요.
씬6. 동, 그 일각
(정연과 지나가 급히 들어선다. 막 모퉁이를 도는데... 커피를 마시며 나란히 앉아 있는 강모와 수연... 정연, 발길을 멈춘다)
지나 : (정연, 눈치를 살피며) 저 여자.. 누구에요?
(정연이 물끄러미 보는 그곳.. 강모와 수연이 커피를 마시며..)
수연 : 아빠한테 말씀드려서, 저도 강모씨 도울 방법을 찾아볼게요.
강모 : (씁쓸하게 미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수연 : 아뇨, 저 꼭 강모씨 돕고 싶어요.
강모 : .. (본다, 미소 보이고)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됩니다.
(정연,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서 나오는데..)
지나 : (따라 나오며) 그냥 가게요?
정연 : (애써, 미소) 강모 얼굴 봤으면 됐어.
지나 : 그래두 여까지 와서...
정연 : (걸음 멈추고) 지나야, 내일부터 화재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다 알아 와.
피해규모하고, 원인조사 결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지나 : 알았어요, 언니.
(정연, 다시 한 번 미련이 남는 듯, 강모를 본다. 다정하게 위로중인 수연과 묵묵히 듣고 있는 강모의 모습...
정연, 쓸쓸해지는 표정에서..)
씬7. 만보건설 회의실 안 (낮)
(방송국 기자와 민우가 인터뷰중이다. 뉴스카메라가 찍고 있고... 성중이 옆에서 지켜보며...)
민우 : (자신 만만한 어조) 오산공장이 완공되면 곧 한국형 온돌식 보일러의 대량생산에 들어갈 겁니다.
이번 만보건설 수서지구 아파트, 첨단 난방시설을 갖춘 최고급 아파트가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성중 : .. (흐뭇하게 보는데)
씬8. 미주네 아파트 안
(간단한 술상.. 맥주병이 놓여 있고.. 강모와 성모, 미주가 TV 뉴스를 보고 있다.
TV속... 민우가 나와서 인터뷰 중이다. 전 씬과 이어지며..)
- 인서트 (TV속)
기자 : 최신식 보일러 개발을 두고, 한강건설과 경합을 벌인 걸로 아는데.. 이번 화재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우 : 보일러는 불과 열을 다루는 기곕니다. 다른 사고도 아니고 화재사고라면..
그 제품에 대한 성능,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강모, 리모콘으로 TV를 끈다)
미주 : (강모의 기분을 살피며) 무슨 뉴스가 저래? 하필이면 공장 화재소식 다음에 저런 인터뷰를 붙이고..
강모 : .. (속이 탄다, 맥주 마시고)
성모 : 언론에선 가스 취급 부주의로 몰아가는 것 같던데..
강모 : 실화가 아니라, 방화야.
성모 : ..! (본다)
미주 : ..?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거야?
강모 : 사건 당일... 경비원 둘이 새로 왔어.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성모 : ..!! (놀란다)
미주 : 도둑질두 아니구...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해?
강모 : 우리 보일러공장에 불이 나면... 가장 많은 이득을 볼 사람이겠지.
미주 : ..! (불길하다, 혹시 민우일까 봐..) 그게.. 누군데?
성모 : (미주 의식하고) 미주야, 안주 할 거 좀 더 있니?
미주 : .. (강모를 보면)
강모 : 과일 있으면 좀 깎아다 줄래?
미주 : (두 사람, 눈치를 살피고는) 알았어.. (자리를 피한다)
성모 : 이번에 정부에서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소문이 있어.
강모 : (본다) 알아, 형. 오병탁 의원이 책임자라며?
성모 : 책임자가 한명 더 있다... (본다) 조필연.
강모 : ..!! (놀란다)
(거실 일각.. 미주가 오빠들의 말을 엿듣고 있다)
강모 : 내 예상이 맞았어... 이번 화재... 분명, 조민우가 사주한 짓이야.
미주 : ..!! (크게 놀란다)
강모 : 오늘 뉴스도 너무 의도적이야.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성모 : 강모야, 이건 널 죽이기 위한 계획적인 음모다. 비자금 장부.. 나한테 넘겨.
강모 : ..! (본다) 그러지 마, 형. 이 문제, 내가 사업적으로 해결할게.
성모 : 조민우는 지금 조필연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있어. 절대 한강건설이 버텨내지 못할 거야.
강모 : 말했잖아. 조필연이 아직까지 형을 의심하고 있을 거라구.
성모 : 이 문젠 정치적으로 풀어야 돼. 강모야..!
강모 : 내가 알아서 할게, 형..!
성모 : ..
강모 : 형이.. 위험하게 되는 거..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성모, 답답해서 맥주 마시는데..
일각의 미주.. 조민우가 방화범이란 말에.. 눈물이 고인 채)
씬9. 요정집 전경 (그 밤)
씬10. 동, 방안
(조필연과 민우, 노갑수가 마주앉아 있다)
필연 : 그러니까... 이번에 퇴출되는 기업 리스트를 넘겨 달라 그거요?
갑수 : 우리 같은 사람한테 그런 정보는 금맥이나 다름없습니다. 작전만 잘 짜면.. 주식시장에서 노다지를 캐내는 건 시간문제죠.
필연 : 그렇겠군요.
갑수 : 대신, 수익금 중에 일부를 의원님께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민우 : 노사장께서도 우리 일 좀 하나 해주셨으면 하는데..
갑수 :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민우 : 이번에 한강건설 보일러 공장, 불타버린 거 아시죠?
갑수 : ..! (본다)
민우 : 한강건설 주식을 휴지로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갑수 : 회사는 크지 않아도 탄탄한 기업이라... 공을 좀 들여야 할 겁니다.
민우 : 그럼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공을 쏟아 부우세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갑수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필연 : ... (흡족하게)
씬11. 요정집 마당 (그 밤)
(필연과 민우, 고재춘이 걸어 나오고 있다.)
필연 : (기분 좋아서) 그런 일이라면, 저 놈들 전문이야. 한강건설.. 곧 니 발밑에 떨어지게 될 거다.
민우 : ..
필연 : (걸음 멈추고, 본다) 또 필요한 거 있으면 말 해. 뭐든, 내가 발 벗고 도와주마.
민우 : 퇴출기업 리스트가 작성되면 제일먼저 저한테 주세요. 쓸 만한 기업들 몇 개를 인수합병 할 겁니다.
필연 : 이참에, 그룹회사를 만들 생각이구나.
민우 : 언제까지나 건설회사로만 남을 수 없으니까요.
필연 : (흡족해서) 원래 영웅은 난세에 나는 법이다. 이 혼탁한 세상에.. 난 민우 니가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어. 내 아들이 말이야.
(하하 웃는다)
민우 : .. (외면하듯)
필연 : 오랜만에 집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꾸나.
민우 : 피곤해요. 저 먼저 가볼게요. (간다)
필연 : .. (보다가) 우주라는 그 아이, 미국에 거처 마련해 놓으란 건 어떻게 됐어?
재춘 : 곧 준비 될 겁니다.
필연 : 서둘러.. 민우한테 그 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야.
재춘 : 알겠습니다.
씬12. 민우 아파트 안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민우... 냉장고에서 맥주 한 개를 꺼내든다. 캔 뚜껑 칙, 따고는 한 모금 마시는데 초인종소리..
민우,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어주면.. 미주가 서 있다. 민우, 의외라서 놀라는데..!)
미주 : (쏘아본다) 밖에서 잠깐 얘기해요.
민우 : (본다. 차갑게) 들어와서 얘기 하지.
(미주, 대꾸 없이 돌아서서 나간다. 민우, 보다가 따라 나가는데...)
씬13. 일각 공터 (그 밤)
(미주가 걸어온다. 민우가 뒤따라오며.. 미주, 걸음 멈추면...)
민우 : (잠시 보다가) 다신 내 앞에 안 나타날 거처럼 하더니..
미주 : (O.L) 보일러 공장에 불낸 거.. (돌아본다) 민우씨가 한 짓이에요?
민우 : ... (굳는다)
미주 : 말해 봐요, 민우씨가 한 짓이냐구요..! 정말 민우씨가.. (말을 못 잇고)
민우 : ... (표정 차가워지며)
미주 : 아니죠? 내가 알던 민우씨, 절대 그런 짓까지 할 사람 아니에요. 민우씨가 한 짓 아니죠, 그쵸?
민우 : (차갑게) 니가 알던 나라면 그랬겠지.. 근데.. 그 조민우... 바로 니가 죽였어.
미주 : ...!!
민우 : 지금 나, 니가 알던 사람과 다른 사람이야. 양심 같은 거 전혀 없어. 그렇게 자라왔구..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야.
미주 : ... (차갑게, 노려보며) 당신이 내 오빠 죽이려 들면 내가 어떡할 거 같아요? 등신처럼 수수방관만하고 있을 거 같아요?
민우 : (본다)
미주 : 나 역시 복수하겠다고 인사불성 되서.. 내 인생 걸어야 해요?
민우 : ...
미주 : 제발 부탁이에요. 민우씨.. 당신 아버지처럼 더 이상 죄 짓지 말아요.
민우 : 날 위하는 척 말하지 마.
미주 : 결국 모두 다... 다칠 거란 거, 민우씨도 잘 알잖아요.
민우 : 난 더 다칠게 없어.
미주 : ... (본다)
민우 : 벌써 다 잃었으니까... (뒤돌아 간다)
미주 : (절규하듯) 민우씨...!!
(민우,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미주, 그런 민우를 잡지 못하고 눈물이 고이는데...
민우, 싸늘한 눈가에 눈물이 고인...)
씬14. 어느 지하 밀실
(물을 받아놓은 욕조가 있는 어두운 그곳..
젊은 대학생이 팬티 차림으로 눈을 가린 채 두 손을 뒤로 묶여서 수사관 두 명에게 끌려온다.
계속된 고문에 지치고 겁에 질려 있는 대학생... 기다리고 있던 수사관이 잠시 노려보다가..)
사내 : 지겹다.. 이젠 그만 불지?
학생 : (죽을 듯이 지쳐서) 난.. 모립니더..
사내 : 몰라?
학생 : 진짜라예.. 살려주이소..
(사내가 눈짓하면 수사관들이 대학생의 머리를 욕조에 담근다. 허우적거리는 대학생..)
사내 : 말해..! 니 선배 지금 어디 숨었어.! 말 하란 말야, 새꺄.!!
(버둥대던 대학생... 한순간 몸이 축 늘어진다. 뭔가 심상치 않아서 잡아채는데... 대학생,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수사관 1이 급히 숨소리를 확인한다)
수사관 : 숨을 안 쉽니다.
사내 : 야, 정신 차려, 임마..! 눈 떠..!!
(사내가 다급하게 흉부를 누르며 인공호흡을 하는데..)
씬15. 안기부 복도 (낮)
(성모가 걸어온다. 그 뒤를 바짝 쫓아오는 연수.. 성모, 멈추면, 연수도 멈추고.. 성모, 획 돌아보며)
성모 : 야, 지연수.. 너 이렇게 하루 종일 날 졸졸 따라 다닐래?
연수 : 그게 저의 영광스러운 하루 일괍니다.
성모 : 난 너, 엄청 지겹거든?
연수 : 그냥.. 그림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성모 : 뭐? (한숨) 엎드린다, 실시.
연수 : 네?
성모 : 어디서 상사한테 꼬박꼬박 말대꾸야? 얼른 엎드려 뻗쳐..!
(연수, 얼른 엎드린다. 지나가던 다른 요원 두어 명이 킥킥대며.. 연수, 죽을 맛인데...
성모, 그제야 혹을 떼어낸 듯 속으로 통쾌한데... 이때, 찬성이 급히 다가온다)
찬성 : 선배님..! (주변 의식하며, 작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성모,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는 급히 자리를 피하는데.. 연수가 벌떡 일어서더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간다.
연수를 피해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 버리는 성모와 찬성... 연수, 더 쫓아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멈추고는..)
연수 : 정말 너무하십니다. 절 이렇게 따돌리실 겁니까?
씬16. 동 화장실 안
성모 : (잠시 안쪽에 사람이 있나 살피고는) 무슨 일이야?
찬성 : 치안본부에 있는 동기 놈한테 들은 소식인데.. (은밀히)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서울대학교 학생이 죽었답니다.
성모 : ..!! (놀란다) 고문인가?
찬성 : 예... 지금 경찰 수뇌부에 비상이 걸린 것 같습니다.
성모 : ... 끝내 일이 터졌군.. 좀 더 자세히 알아봐.
찬성 : 어쩌시려고요?
성모 : 경찰에선 분명 축소, 은폐보도를 할 거야. 우리가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지.
찬성 : ..! 선배님? 이건 명백히 조직을 배신하는 거잖아요.
성모 : 조필연을 없앨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찬성 : ...
성모 : 지금 정국이 화약고와도 같아. 도화선에 불만 붙으면 세상이 다 뒤바뀔 거다.
이참에, 우리도 비자금장부까지 다 터뜨려버리는 거야.
찬성 : 하지만..
성모 : 두려운 거 안다.. 날 믿어, 찬성아..
찬성 : (시선 맞추고) 예.. 끝까지 한 번 가보죠.
성모 : .. (어깨를 다독여 준다)
씬17. 동 밖 복도
(연수가 기다리고 있는데.. 찬성이 나와서 급히 간다. 연수, 어.. 하고 부르려는데 성모가 나오고...)
연수 : 유계장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성모 : .. (간다)
연수 : (따라가며) 화장실에서 왜 그렇게 오래 계셨어요? 저 떼놓고 무슨 말씀 하신 겁니까?
성모 : (돌아본다) 쪼그려 뛰기 삼십 회, 실시.
연수 : 예?
성모 : 말 많은 거 질색이랬지? 명령 불복종이다.
연수 : 하지만, 과장님...
성모 : 실시..!
(연수, 울상이 돼서 쪼그려 뛰기를 한다. 성모, 찬성이 간 쪽을 보며 이내 심각해지고..)
씬18. 증권사, 사무실 안
(직원들이 전화를 받으며 거래를 하느라 정신없다. 00증권 로고가 보이고..
정연과 지나가 나온다. 정연, 지점장쯤의 사내와 악수하며...)
정연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내 :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고맙죠.
정연 : 사장님께서 미국에서 오시는 대로 약속 잡아 주실 거죠?
사내 : 물론입니다, 황사장님..
(이때, 여기 저기 한강건설 주식 매도 주문이 쏟아진다)
직원 1 : (전화 받으며) 한강건설 주식 칠천주를 내놓으시겠다구요? (적으며) 예.. 예..
직원 : (동시다발적으로, 전화하며) 한강건설 만 오천주.. 알겠습니다.
여직원 : (전화중) 오늘 한강건설 주식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니까요. 네...
정연 : .. (통화내용들을 듣고는) 한강건설 주식에 뭐가 문제가 있나요?
사내 : 아, 저거요? 요 며칠 매도 주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연 : 매도요?
사내 : 당분간 하한가가 지속될 겁니다. 혹시 주식투자를 하신다면, 절대 한강건설 주식은 건드리지 마세요.
정연 : .. (심각하게)
씬19. 한강건설, 건물 로비
(강모와 시덕이 심각하게 들어선다)
강모 : 주식 상황 지금 어때?
시덕 : 오늘도 하한가로 장을 마감했어.
강모 : 보일러 공장에 불 한번 났다고 이럴 순 없어, 분명, 뭔가 음해세력이 있을 거야.
(이때, 로비 한쪽에 직원들 몇 명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다. 강모, 다가가서 보는데...
채용 공고 벽보가 붙어 있고.. ‘만보건설, 사원 채용 공고.. 경력직 우대..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 합니다’ 등등의 문구..
강모, 굳어진다. 직원들이 강모를 보더니 놀라서 얼른 인사들을 하고는 뿔뿔이 흩어지고..
경비가 급히 다가오더니 인사하고)
경비 : 이게 또 왜 붙어 있는 거야? (떼려는데)
강모 : ..! (손으로 확 잡아떼고는 들여다본다)
시덕 : (경비에게, 화나서) 아니, 이런 게 회사로 들어오는 것도 못보구 뭐하시는 거예요?
경비 : 죄송합니다, 염 이사님.
강모 : .. (눈에 불을 켜듯)
씬20. 동 사장실 안
(들어서는 강모와 시덕.. 윤기훈이 기다리고 있고..)
강모 : 오래 기다리셨죠?
기훈 : 아냐, 금방 왔어.
강모 : 알아보셨어요? 이유가 뭡니까? 대체 어떤 세력들이 우리 주식을 떨어뜨리고 있는 거예요?
기훈 : 증권가에, 악성 루머가 돌고 있다.
성모 : 악성 루머라뇨?
기훈 : 이번에 정부에서 은밀히 부실기업 퇴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어.
강모 : ..!! 거기에 우리 한강건설이 포함됐다는 말이에요?
기훈 :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어.
강모 : ..!! (책상을 내리친다) 조민우, 이 개자식..!!
기훈 : 이미 소문을 진화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어. 이대로 며칠 동안 하한가를 맞으면, 회생 불능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강모 : (시덕에게) 있는 자금 다 끌어 모아서, 주식 매수해.
시덕 : 지금 회사에 돈이 어딨어? 당장 아파트 공사현장 돌리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강모 : (버럭) 조민우가 만보건설, 어떻게 먹었는지 몰라서 그래?
시덕 : 강모야아..
강모 : 주가가 더 떨어지면 조민우가 사들일 거라구. 그럼 한강건설 빼앗기는 거야..!!
시덕 : (한숨) 알았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게.
(이때, 소태와 영출이 급히 들어선다)
소태 : 큰일 났어, 강모야. 회사 직원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던질 분위기야.
강모 : ..!!
영출 : 화장실에서 지들끼리 떠드는 소리 들으니께, 만보건설에서 경력자 사원 모집한다구 뒤숭숭 헌가 보드라구.
강모 : .. (생각)
시덕 : 이 상태에서 직원들마저 빼앗기면 끝장이야, 강모야.
강모 : 지금 당장.. 과장급 이상 간부들만 회의실에 집합시켜.
시덕 : 아, 알았어.. (급히 나간다)
강모 : ... (뭔가 악에 바쳐서)
씬21. 회의실 안
(한강건설 직원들 이십 여명이 모여 있다. 경자와 시덕, 소태, 영출들이 앉아 있고.. 무거운 분위기..
강모가 들어선다. 잠시 좌중을 보다가... 손에 든 만보건설 채용공고를 펼쳐 보인다)
강모 : 만보건설... 채용공고 조건이 아주 좋더군요.
좌중 : ... (눈치들을 보는데)
강모 : 혹시, 여기에 가고 싶으신 분 있으시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월급, 우리보다 잘 나올 거예요.
특히, 만보쪽에선 우릴 견제하고 있으니까 한강건설에서 왔다고 하면, 대우가 더 특별해질 겁니다.
좌중 : ..
강모 : 하지만 장담하건데.. 그 특별대우, 앞으로 삼년 후면 우리와 뒤바뀔 겁니다.
좌중 : ...
강모 : 혹시 사표를 지니고 계시거나, 떠날 의향이 있으신 분은, 지금 이 자 리에 제출해 주세요.
그리고 남으실 분들은.. 이번 우리 회사에서 개발 중인 보일러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집 하겠습니다.
좌중 : ... (의외의 말에 놀라서 웅성거린다)
강모 : 일등한텐 상금 일천만원과 특별승진이 있으니까 열심히들 하세요. 이상입니다.
과장 1 : 한강건설이.. 부실기업으로 퇴출되는 거 사실입니까?
강모 : ..! (본다)
과장 1 :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좌중 : .. (일제히 강모를 보며)
소태, 영출, 시덕, 경자 : ... (긴장)
강모 : 여러분들이 보기에.. 우리 회사가 부실합니까?
좌중 : ..
강모 : 한강건설에 필요한 사람, 위기를 같이 극복하고 함께 뛰는 사람들입니다. (시덕에게) 원하는 분들, 사표 받으세요.
(강모, 좌중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걸어 나간다)
씬22. 만보건설 회장실
(성중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중역 필의 사내.. 민우가 맞이한다)
성중 : 반도생명 우재철 전무님입니다.
민우 : 어서 오세요. (손으로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시죠.
전무 : .. (앉으면)
민우 : (앉고) 이번 한강건설 보일러 공장 화재 때문에 손해를 입게 되셨더군요.
전무 : 뭐, 늘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민우 : 보험금 지급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전무 : 곧 공식적인 화재 원인이 발표되면...
민우 :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 하시고, 보험금 지급을 미루세요.
전무 : 네?
민우 : (본다) 방화일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요?
전무 : 그렇긴 합니다만...
민우 : 만보그룹 뿐만 아니라..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회사들이 몇 개 있죠.
지금 우전무님 말 한마디에.. 대형 보험계약을 반도생명으로 바꿀 수도 있단 얘깁니다.
전무 : ...! (놀란다)
민우 : 내가 원하는 기간까지만... 미루시기만 하면 됩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닙니까?
전무 : .. (본다)
씬23. 반도생명, 전무실
(우전무가 업무 중인데.. 문을 막차고 들어서는 강모.. )
강모 : (화나서) 무슨 말입니까? 이번 방화가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니요?
전무 : 오셨군요, 이사장님.
강모 : 그것 때문에 보험료 지금을 못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구요..!
전무 : 지급을 못한다는 게 아니라, 자체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겁니다.
강모 : 그게 언제까진데요?
전무 : 그건.. 저도 장담을 할 수가..
강모 : 이것 보세요..! 공장이 잿더미로 남아있는 동안, 주가 폭락하는 건 뭘로 보상하시려는 겁니까?
당장 공장 새로 짓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는 줄 아십니까?
전무 : 이미 회사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강모 : (노려본다) 좋습니다. 철저하게 조사하십시오. 만약 자작극이 아니란 게 밝혀지면..
우리가 받은 손실부분,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겁니다.
(강모, 밖으로 나간다. 전무, 당혹해하며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는데..)
씬24. 한옥집 방 안
(정연이 와 있다. 경옥과 단 둘이 차를 마시며...)
경옥 :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게 뭐에요?
정연 : .. 사업 투자금이 필요해요.
경옥 : ..? 얼마나요?
정연 : 오십억.. 아니,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경옥 : 무슨 사업인데요?
정연 : ..
경옥 : 왜 말을 못해요?
정연 : 지금 한강건설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요. 그걸 사들이고 싶어요.
경옥 : ..! (싸늘하게 굳어진다) 한강건설, 퇴출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어요.
정연 : ... 아직 루머 불과합니다.
경옥 : (기막히고) 지금.. 정연양, 알고 이러는 거예요?
정연 : 개발 중인 최신형 보일러만 완성되면, 주가는 반드시 반등할 겁니다. 이 기회에 한강건설에 투자를 한다면..
경옥 : 정신 차려요..!
정연 : 사장님..!
경옥 : 투자에는 기본이 있어요. 우리 사업,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끝장이라는 거, 몰라서 이래요?
정연 : 전, 이강모 사장 믿어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담보라고 말씀하신 분, 사장님 아니신가요?
경옥 : ... (말문 막히고)
정연 : 이강모 사장을 못 믿겠다면, 절 믿어주세요. 제가 담보가 되겠습니다.
경옥 : .. (본다)
정연 : 저까지 믿지 못하시겠단 건가요?
경옥 : 난 이번 일로 정연양, 잃고 싶지 않아요.
정연 : ..!
경옥 : 굳이 이강모 사장을 도와주고 싶다면.. 날 떠나도 돼요. 난 원칙은 절대 못 깨니까..
정연 : ...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경옥 : .. (깊은 한숨, 이내 마음 아프고)
씬25. 한강 건설 복도
(강모와 시덕이 축 쳐진 기분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이때, 경자가 골이 난 듯 투덜대며 맞은편에서 걸어 나온다)
경자 : 밤들 샐 건가..? 어휴 지겨워.. (하다가) 사장님?
시덕 : 야, 너 왜 아직 퇴근 안했어?
경자 : 다들 갈 생각을 안 하는데 나 혼자 어뜩해 가.
시덕 : 직원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구?
강모 : ..?
씬26. 동, 회의실 안
(직원들이 남아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느라 소란스럽다. 영출이 받아 적으며.. 소태가 진행시키고..)
영출 : 그러니까 박과장 생각은.. 보일러에 온도조절 장치를 장착하자, 그거잖어?
과장 1 : 예, 소비가가 직접 본인이 원하는 온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겁니다.
영출 : 좋아.. 아주 베리 굿이여. (뭔가 적어가며)
소태 : 자, 박과장 접수 됐고.. 윤과장, 발표해 봐요.
과장 2 : (일어선다) 전 우선 보일러의 외형 이미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존의 보일러들은 기능만을 생각했지
디자인은 전혀 고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보일러만큼은 좀 더 산뜻하고 친밀감 있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한테 다가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실 열기가 뜨겁다. 이를 지켜보는 강모의 가슴이 뜨거워진다)
시덕 : 저 사람들 때문이라두.. 망할래야 망할 수 없겠다, 야..
강모 : .. (울컥하는데)
씬27. 동, 사장실 안
(다들 퇴근하고 강모만 남아 있다. 스탠드 불빛에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 자료들을 검토하는데.. 뭔가 생각하며 메모를 한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서..)
씬28. 안기부 전경 (낮)
씬29. 안기부, 성모 방
(찬성이 열심히 뭔가를 타이핑하고 있다. 들어서는 연수.. 타이핑 자료를 들여다보며)
연수 : 뭐하세요?
찬성 : (놀라며, 가린다) 야, 너..!
연수 : 요즘 그 사건, 조사하세요?
찬성 : 그 사건, 뭐?
연수 : (픽 웃고) 저두 다 알아요. 남영동 대공분실..
찬성 : (놀라서) 너, 입 안 다물어?
연수 : ...
찬성 : 경고하는데.. 너, 업무에는 껴들지 마라? 알았어?
연수 : 치.. (입을 삐쭉 내밀고는) 근데, 아저씬 어디 갔어요?
씬30. 공원 일각
(승용차 뒷좌석에 태섭과 선그라스 차림의 성모가 앉아서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영국이 주변을 살피며 망을 보고 있고..)
태섭 : 야당의원들에 대한 감시가 더욱 심해지고 있어. 이러다가, 정기국회 때까지 개헌합의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울지 모르겠네.
(성모, 품안에서 신문을 꺼내 건넨다. 태섭이 신문을 펼쳐들고 보는데..)
성모 : 그 아래쪽을 보십시오.
(태섭, 보면.. 신문의 아래쪽에 작게 2단쯤으로 간 기사...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 등의 타이틀..)
성모 : 고문에 의한 살해사건입니다. 물론, 그 기사는 은폐, 축소된 거구요.
태섭 : ..? (성모를 본다)
성모 :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건넨다) 이 사건에 대한 모든 진상이 여기 담겨져 있습니다.
야당 쪽과, 협의해서 언론에 터뜨리세요.
태섭 : ..!! (놀란다)
성모 : 개헌 합의를 정치적으로 풀지 못한다면, 국민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사건 정도면.. 충분히 폭발력이 있을 거예요.
태섭 : .. (자료를 보는데, 긴장감)
(이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듯 승용차 옆을 지나는 여자.. 명월이다.
힐끔 승용차 안을 들여다보는데 영국이 슬그머니 가로막고.. 명월, 그냥 지나치는데..)
씬31. 다른 일각
(정식의 승용차가 서 있다. 얼른 차에 타는 명월...)
정식 : 봤어?
명월 : 어..
정식 : 누구야? 울 아버지가 누굴 만나고 있는 거야?
명월 : .. (고개 갸우뚱 하고) 아무튼 잘 생겼어.
정식 : 뭐? (화나는 거 참고) 그런 거 말고, 인상착의나 어디서 봤다거나..
명월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정식 : (때릴 듯이) 어휴, 이걸..! (참고, 카메라를 준다) 이거 갖고 가서 강아지 찍는 척 하고, 그 사람 얼굴 찍어 와.
명월 : 별걸 다 시켜, 증말..! (카메라 들고 내린다)
정식 : 저런 돌대가리를 시킨 게 잘못이지.. (이내 심각해지고)
씬32. 국회 안, 오병탁 방안
필연 : (서류 건네며) 이번에 새로 추가된 퇴출기업에 관한 평가 보고섭니다.
(병탁, 서류를 펼쳐보는데.. 한강건설에 관한 리포트다)
병탁 : (놀라서) 한강건설? 한강건설을 왜 퇴출시키자는 건가?
필연 :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한강건설의 주가 시세는 물론, 재무상태 등 모든 상황이 최악이에요.
병탁 : ... (심각하게 보고서를 보며) 보일러공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정도로 경영난이 악화되어 있을 줄은..
필연 :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수서지구 아파트를 완공시킬 능력조차 없더군요.
하루빨리 퇴출시키고, 공사를 다른 기업한테 넘기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병탁 : 내 생각은 달라. 그동안 한강건설이 보여준 저력을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게..
필연 : 지금 우린, 불쌍한 기업들이나 돕자고 나선 게 아닙니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경제를 살리자는 각하의 취지를 몰라서 그러십니까?
병탁 : 이봐, 우리끼린 좀 솔직해 보자구. 이게 경제를 살리자는 건가?
말 안 듣는 기업들, 본보기로 처단시켜서 레임덕을 막아보자는 거 아냐?
필연 : ..!!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병탁 : 자네야 말로 각하의 의도를 호도하지 말게. 정확히 알아야 임무를 정확히 수행할 거 아닌가?
필연 : 아무튼, 한강건설만은 반드시 퇴출시킬 테니 그런 줄 아십시오. (밖으로 나간다)
병탁 : .. (심각하게 보고서를 보는데)
씬33. 동, 밖 복도
(필연, 재춘과 함께 걸어 나오는데.. 기다리고 있던 강모를 필연이 본다)
강모 : 식사는 하셨습니까?
필연 : .. (차갑게 웃는다)
씬34. 일식집 방안
(강모와 필연이 앉아 있고..)
강모 : 증권가며 기업인들 사이에, 퇴출기업 리스트가 초미의 관심사더군요.
필연 : 그럴 테지.
강모 : 거기에, 왜 우리 한강건설이 언급되는지..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시죠.
필연 : (본다) 이유는,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강모 : 잠시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퇴출시킨다면, 이 나라에 남아있을 기업이 얼마나 됩니까?
필연 : ... (여유 있게, 술 한 모금 마시고) 백파의 사채조직이 왜 갈기갈기 찢어졌는지 아나? 말을 안 들었거든.
감히 대적하지 말아야 할 상대한테 핏대를 세웠어.
강모 : 그 대적하지 말아야 할 상대가.. 조필연, 당신이란 말이군요.
필연 : 닭장에 백 마리가 넘는 닭이 있다구 치자구. 저녁 요리에 쓸 닭을 고르는 건, 요리사 마음이야.
아무리 울고불고 홰를 쳐도.. 불쌍한 닭들한텐 아무런 권한이 없어.
강모 : (여유 있게, 피식 웃으며) 닭장속의 닭이라.. 당신다운 표현이군요.
필연 : (술을 따라준다) 이봐, 이사장.. 내가 이 식사 자리에 왜 응했을 것 같나?
강모 : .. (본다)
필연 : 난 자네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까 하네.
강모 : 말씀해 보시죠.
필연 : 내 생각이 맞는다면.. 저번 올림픽 후원회 행사 때, 분명 여야의원들끼리 개헌 합의를 했어.
강모 : ..! (표정 변화 없이, 내심 놀란다)
필연 : 비자금 장부를 누가 갖고 있나?
강모 : .. (보며) 나한테 그걸 묻는 게,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필연 : ... (본다, 눈빛) 그 장부.. 나한테 넘겨.
강모 : ..!! (놀란다)
필연 : 자네가 목숨처럼 여기는 한강건설과 그 장부를 맞바꾸자 거야.
강모 : ...
필연 :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업가라면.. 이 거래를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강모 : 아쉽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업 다 제쳐두고, 장부나 찾는 건데.
필연 : (본다)
강모 : 만약 장부가 내손에 있었으면... 오늘 대화가 달라졌을 겁니다. 전 이렇게 말했겠죠.
(얼굴 가까이, 무섭게 노려본다) 해 볼 테면 해 봐.. 그 장부를 구겨서 니놈 목구멍에 쑤셔 넣어 줄 테니까.
필연 : ..!! (굳어진다)
강모 : (다시 뒤로 물러서며) 비자금장부와 퇴출기업 리스트라.. (하하 웃고) 볼만한 싸움일겁니다.
물론.. 내가 장부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일어선다)
필연 : 죽은 백파의 어리석음을 똑같이 밟고 있군.
강모 : (본다)
필연 : 닭장속의 닭이 얼마나 처량한 신센지.. 곧 알게 될 거야.
강모 : .. (나간다)
필연 : .. (차갑게, 술을 마시는데)
씬35. 한옥집 방안
(경옥, 생각에 잠겨 있다. 이때, 밖에서..)
지배인 : (E) 접니다, 사장님.
경옥 : 들어와.
지배인 : .. (들어선다)
경옥 : 어떻게 됐어? 알아봤어?
지배인 : 한강건설 주식.. 노사장이 조종하고 있습니다.
경옥 : ..!! 노갑수가?
지배인 : 한강건설 뿐만 아니라, 요즘 노갑수가 주식시장에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경옥 : .. (생각) 조필연이야.
지배인 : 예?
경옥 : 노갑수.. 조필연의 사주를 받아서 움직이는 자야.
지배인 : 근데 왜 주식시장에..
경옥 : 퇴출기업을 이용해서 주가 조작을 하겠지.
지배인 : ..
경옥 : 더 알아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에 얼마의 돈을 쏟아 붓는지 샅샅이 밝혀내.
지배인 : 알겠습니다, 사장님. (인사하고 나간다)
경옥 : ..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씬36. 증권사 사무실
(전광판으로 주식 현황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 한강건설의 주가가 1500원대에서 계속 하락 중이고..
정연과 지나가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
이때, 노갑수가 지점장쯤의 사내와 방에서 나온다. 지점장, 깍듯하게 인사하고..
갑수, 걸어 나오다가 정연을 보고는 다가온다)
갑수 : 여기서 보는군요.
정연 : (본다)
갑수 : 어디, 투자한 데라도 있습니까?
정연 : 글쎄요, 한강건설에 투자해 볼까 하는데..
갑수 : 거긴 이미 가망 없어요.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혀서 퇴출이 확정적이죠. 황사장, 생각보다 정보가 어둡군요.
정연 : 그 루머.. 노사장님 쪽에서 만든 거라던데.
갑수 : ..! (굳어진다)
정연 : 이 정도면, 제 정보도 쓸만한가요?
갑수 : 말을 함부로 하는군. 사채업자들한테 제일 중요한 게.. 입이란 걸 모르나?
정연 : 그래서, 그 입으로 그런 악성 루머를 만드셨어요?
갑수 : 야, 황정연... 니가 니 엄마 믿고 이러나 본데.. 유사장, 곧 망할 거야. 이미 자본금의 반은 까먹었거든.
정연 : ..! (놀란다)
갑수 : 그게 다 니 덕분이야. 너 때문에 원금차용증과 각서를 빼앗겼으니까..
정연 : ... (굳어진 채)
갑수 : 나머지 반도.. 곧 거덜이 날거야.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의기양양할 지.. 어디 한번 두고 보지. (간다)
지나 : 저게 무슨 말이에요? 사장님이 자본금 반을 까먹다니요?
정연 : .. (놀라서 보다가) 유사장님.. 지금 재무상태가 어떤지 한번, 알아봐.
지나 : 예, 언니..
정연 : .. (불안한 기색으로)
씬37. 달리는 차 안
(시덕이 운전 중이다. 조수석에 음류수와 과자가 잔뜩 실려 있고.. 뒷좌석에서 강모가 보일러 아이디어를 보고 있는데...)
시덕 : 뭐 쓸 만한 거 좀 있어?
강모 : 보일러 온도조절 장치가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하긴한데...
시덕 : 근데?
강모 :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엔 임팩트가 부족해. 이번 화재사고에 관한 거면 좋겠는데..
(이때, 시덕, 크락션을 빵빵 누르며...)
시덕 : 아.. 저 자식...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강모 : (뭔가 퍼뜩 생각이 떠오른 듯) 시덕아... 클락션 한번만 더 눌러 봐.
시덕 : 어? (클락션 누르는데)
강모 : .. 한번, 더...
시덕 : .. (아예 빠앙.. 길게 누른다)
강모 : .. (뭔가 생각나듯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데)
씬38. 어느 창고 안
(영출과 소태, 기술이사가 자장면을 먹고 있다. 여기저기 기름때를 묻히고 열심히 일을 한 흔적...
보일러 부품들과 본채.. 설계도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소태, 자장면 먹다가 툭, 내려놓고...)
소태 : 아, 이제 이것두 신물 나네. 아니, 우리 언제까지 여기서 자장면만 먹을 거냐구요.
영출 : 말했잖여, 인마. 우리 이거 완성되기 전엔 절대 나가서 햇빛 안 볼겨.
소태 : 아 증말, 독종들 따루 없네.
영출 : 우리가 이거 해내야 한강건설 살어. 안 그러면 나하구 나가서 고물상 해야 돼. (소태 자장면을 덜어먹으려는데)
소태 : (확 그릇을 빼앗아서 먹는다) 어디다가 함부루 젓가락을..
(이때, 강모가 음료수와 과자가 가득 든 봉지를 들고 들어선다)
강모 : 수고 많으십니다. 식사들 하세요?
기술 : 어서 오세요, 사장님.
영출 : 밥 안 먹었음 한 그릇 시켜줄까?
강모 : 드세요. (기계를 살피며) 온도 조절하는 기능은 추가하셨어요?
기술 : (그릇 놓고) 네... 근데, 사장님.. 그 기능만으론.. 불난 공장에서 만들 어 낸 보일러라는 이미지를
털어 버릴 수가 없을 겁니다.
강모 : ..
기술 : 이대로라면.. 만보건설한테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큽니다.
영출 : 아, 갑자기 입맛이 확 떨어지네.
소태 : 그럼 뭐냐구. 죽어라고 개발해봤자 헛것 아녀?
강모 : ... 기능 하나만 더 추가하면 어떻겠습니까?
기술 : 더 추가할 기능이 있겠습니까?
강모 : 보일러가 고장 날 때, 보일러 자체에서 경보음이 울리는 기능이면 좋겠는데..
기술 : 경보음이요? (생각)
강모 : 소비자 불만 중에 고장과 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일 많았어요. 그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거죠.
좌중 : ..! (본다)
영출 : ..! (놀라서) 난 뭔가 삘이 확 오는데.. 소태 넌 안 글냐?
소태 : 그거만 되면.. 불난 게 오히려 홍보효과까지 되는 셈이지. 불난 공장에서 만든 화재경보 보일러.. 안 그래?
기술 : 근데, 경보음은 뭘로..?
강모 : 이왕이면 친숙한 게 좋을 것 같아요. 뻐꾸기 소리라든가, 벌레소리라든가... 가능하겠습니까?
기술 : 해봐야죠.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만보건설과의 성능차이가 확실해질 테니까요.
(이때, 시덕이 급히 들어선다)
시덕 : 강모야. 얼른 회사로 들어가 봐야겠어.
강모 : 무슨 일인데?
시덕 : 주주들이, 임시주총을 발의했어.
강모 : ..!
씬39. 한강건설, 회의실 앞
(한강건설 임시주주 총회 푯말... 불안한 표정들의 주주들이 모여들고 있다.
강모와 시덕, 소태, 영출, 경자가 다가오는데.. 맞은편에서 민우와 성중이 다가온다)
강모 : 니가 여긴 왜왔어?
민우 : 초대장 받고 온 거니까.. 자리나 안내 해.
시덕 : 초대장이라니?
강모 : ..! (굳어지고) 너.. 우리 주식 얼마나 사들인 거야?
민우 : 걱정 마라. 아직은 내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니까.
강모 : ...
민우 : 주주들이 불만들이 많을 것 같던데.. 잘 해 봐. (들어간다)
성중 : (따라 들어가면)
강모 : .. (보는데)
씬40. 동, 회의실 안
(주주들이 모여 있다. 강모가 앞에 나와 있고.. 질의문답이 이어진다.
민우, 한쪽 구석에서 성중과 함께 지켜보는데..)
주주 1 : 곧 회사가 망한다는 소문이 사채시장은 물론 증권시장에도 돌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까?
강모 : 알고 있습니다. 루머일 뿐입니다.
주주 2 : 주식이 저번 주 대비 이 천원이던 게 벌써 오백원이나 떨어졌어요. 대책에 뭡니까?
강모 : 지금 연구 중인 보일러만 개발되면 주가는 반등 될 겁니다.
주주 3 : 공장은 대체 언제 짓는 겁니까?
주주 1 : 작년대비, 실적이 43억 적자라는 게 사실이에요?
민우 : (쏟아지는 질문에 씩 웃음을 짓고는, 성중에게) 언제 오는 겁니까?
성중 : (시계를 보고는) 곧 들이닥칠 겁니다.
강모 : 진정들 하시고 제 말 들어보세요. 여러분들이 불안해하시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한 가지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때, 형사 한명과 정복 경찰 한명이 들어선다. 좌중, 뭔가 싶어서 보는데.. 형사가 강모에게 다가오고..)
형사 : 이강모 사장이시죠?
강모 : 뭡니까?
형사 : (신분증을 보여주며) 잠깐 임의동행 해주셔야겠습니다.
좌중 : (웅성댄다)
강모 : 무슨 일입니까?
형사 : 업무상 횡령죄가 포착됐습니다.
(좌중, 술렁인다. 민우,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흐르고.. 경찰이 강모의 팔을 잡아끄는데..)
강모 : (뿌리친다) 가도 내 발로 갑니다.
(강모, 나가려는데 소태와 영출, 경자, 시덕이 우르르 나오며..)
영출 : 뭔 일이여? 경찰에서 왜 데려가?
경자 : 사장님..!
소태 : 횡령은 무슨 씹어먹을 횡령이야? 당신들이 봤어? 봤어?
형사 : 이러면 강제 집행합니다.
강모 : 걱정들 마세요. 금방 돌아올 겁니다.
(강모, 걸어 나가다가 민우와 시선 마주치는데.. 민우, 차갑게 웃는다. 강모, 이를 보는데...)
필연 : (E) 닭장속의 닭이 얼마나 처량한 신센지.. 곧 알게 될 거야.
(강모, 날카롭게 노려보며 나가고...)
씬41. 달리는 차 안
(뒷자리에 강모가 타고 있다. 형사 두어 명이 있고.. 강모, 뭔가 이상한 듯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강모 : 경찰서는 저쪽 아닙니까?
형사 : 지금 남부지청으로 가고 있어요.
강모 : 남부지청? 경찰이 아나라.. 검찰이라구요?
씬42. 로열클럽, 룸 안
(정연이 혼자 물끄러미 회계자료를 보고 있다. 잠시 생각하는 그 위로...)
지나 : (E) 이번 사사분기 자금 회수율 현황이에요.
씬43. 해피금융 사무실 안 (회상)
(정연이 심각하게 지나가 건넨 자료를 보고 있다)
지나 : 이미 종로쪽 사업지구는 거의 노갑수한테 넘어갔어요. 명동 쪽도 위협을 받는 상태구요.
정연 : ..
지나 : 더 심각한 건, 현재 남아있는 거래처에도 노사장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거예요.
정연 : (놀라서) 어떻게 이렇게 되도록 나한테 한마디도...
지나 : 사장님께서, 언니한텐 절대 알리지 말라고 하셨데요.
정연 : .. (본다)
지나 : 이 일로.. 혹시나 언니가 상심이라도 할까 봐..
씬44. 다시 룸 안
(정연, 가슴이 아프다. 이때, 유경옥이 들어서고.. 정연, 일어난다)
경옥 : (밝게) 앉아요. (앉는다)
정연 : (앉고)
경옥 : 그렇잖아도, 정연양 만나려던 참이었는데.. 우리, 술 한 잔 할까요?
정연 : 아니에요.. 저,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경옥 : 일전에 나한테 투자금 필요하다고 했죠? 한강건설, 주식 사들이겠다고..
정연 : (미안하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괜한 일로 사장님 신경 쓰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경옥 :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우선, 이걸로 시작해요. 급한 대로 오십억 준비했어요.
정연 : ..? (본다) 사장님?
경옥 : 시장에 나와 있는 한강건설 주식, 제대로 컨트롤하려면 이걸로는 어림없어요. 곧 추가로 백억 이상이 투입될 거예요.
정연 : 이러지 않으셔도... 아니, 이러지 마세요, 사장님.
경옥 : (본다)
정연 : 자금 사정이 지금 어떤지.. 저, 잘 알고 있어요. 사장님 말씀대로, 이런 식의 투자, 잘못하면
조직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경옥 : 맞아요. 난 지금... 남은 조직을 다 걸고 이번 투자 하려는 거예요.
정연 : 예?
경옥 : 정부에서 퇴출기업 리스트가 발표되면 주식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예요.
노갑수가 거길 마지막 승부처로 삼고 돈을 쏟아 붓고 있어요. 한강건설은 노갑수가 선택한 첫 번째 먹잇감이고요.
정연 : 그럼, 사장님께서도 여기서 배수진을 치시겠다는 건가요?
경옥 : 어차피 이대로라면.. 남은 조직, 노갑수한테 먹히는 건 시간문제예요.
정연 : ..
경옥 : 정연양은, 이강모 사장을 믿는다고 했죠? 난 정연 양을 믿을 게요. 이번 투자금의 담보.. 나한텐 정연양이에요.
정연 : .. (눈물 고인다)
경옥 : 명심해요. 이번 싸움...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려있어요.
정연 : 꼭.. 꼭 성공하겠습니다. 성공해서... 제가 사랑... (말문 닫는다)
경옥 : .. (보면)
정연 :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다 성공시켜 보일게요.
(경옥과 정연, 서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지배인이 급히 들어선다)
지배인 : 방금... 이강모 사장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정연, 경옥 : ..!! (놀라는데)
씬45. 검찰청, 취조실 안
(강모가 앉아 있다. 들어서는 젊은 검사.. 양손에 한 무더기의 자료들을 들고.. 쾅, 소리 나게 강모 앞에 놓는다.
강모, 곱지 않게 보는데..)
검사 : 시작해 봅시다. (자료 펼쳐 드는데)
강모 : 업무상 횡령죄라고 하셨나요? 날 잡아 온 죄목이.
검사 : (본다) 변호사 선임을 안 하겠다고 하셨는데..
강모 : 죄가 없는데 누가, 무슨 말로 날 변호해주겠습니까?
검사 : 여기 와서 제 입으로 죄 많다는 놈 없어요.
강모 : 시작 하시죠. 무엇부터 할까요? 세무조사? 아니면, 현장 감리? 대출관련 특혜 부분이 좋을 것 같군요.
씬46. 호텔 앞 일각
(승용차 안.. 아무도 없고 뒷자리에 정식이 혼자 앉아 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있는데..
씬 30에서.. 승용차 안에서 황태섭과 은밀히 이야기 하는 사내의 뒷모습.. 성모다.)
정식 : 명월이, 이 멍청한 년.. 이걸 사진이라구 찍어 와? (사진을 보며) 아, 도저히, 누군지 모르겠네.
(이때, 호텔로비에서 나오는 황태섭과 주영국, 장의원... 태섭과 장의원이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헤어진다.
승용차 쪽으로 다가오고.. 정식, 얼른 사진을 안주머니에 넣는데.. 태섭과 영국이 승용차에 탄다)
정식 : (눈치 살피며) 일, 다 보셨어요?
태섭 : 가지.
영국 : (시동 거는데)
씬47. 달리는 차 안
(영국이 운전 중이다. 백미러로 보면 미행하는 승용차 한 대..)
영국 : 저놈들 아직까지 쫓아오는데..
태섭 : 내버려 둬.
정식 : 근데.. 지금 어디 가시는 거예요?
(이때, 카폰이 울린다. 태섭, 수화기 들면..)
성모 : (F) 장의원, 만나셨습니까?
태섭 : 방금... (슬쩍 정식을 의식하고는) 내가 요즘 뒤숭숭하다니까 신앙을 가져보라더군. (허허 웃고)
성모 : (F) 모든 게 회장님 손에 달렸습니다.
태섭 : 걱정 말게. 다시 연락하지.. (전화 끊고)
정식 : .. (뭔가 이상하지만)
씬48. 안기부, 성모 방
(성모, 심각하게 수화기를 놓고.. 막 돌아서는데 연수가 서 있다)
성모 : ..! (흠칫 놀라고) 너, 언제 들어왔어?
연수 : (해맑게 웃으며) 밥 사주십시오, 배고픕니다.
성모 : 넌 여기 밥 얻어먹으러 들어왔냐?
연수 : 그럼 어떡합니까? 할게 아무도 없는데..
성모 : (나간다)
연수 : (쫓아 나가며) 요 앞에 새로 생긴 돈가스 집 가보셨습니까? 맛 끝내 줍니다.
씬49. 커피숍 안
(정연과 미주가 단 둘이 차를 앞에 놓고..)
정연 : 검찰 조사는 길어야 이틀이야. 걱정하지 마, 미주야.
미주 : 회사는요? 잘못하면 만보건설한테 다 빼앗길 수도 있다면서요..?
정연 : 그게 제일 걱정이야. 주가 하락은 어떻게든 막아보겠지만.. 퇴출기업리스트에 오르면 그날로 끝장이야.
미주 : 오병탁의원님만 설득하면 되는 거예요?
정연 : 조필연이 옆에 있어서, 설득은 불가능해. 발표를 미룬다면 모를까.
미주 :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뤄야죠.
정연 : .. (한숨) 유 사장님이 그 문제로 만나셨는데... 오의원님이 꿈쩍도 안하셔.
미주 : 그럼.. 결국 한강건설 망하는 거네요?
정연 : 끝까지 싸워봐야지.
미주 : 한 가지 여쭤 볼게 있어요. 한명석 부시장님하고 오의원님하고 각별해 보이던데 맞나요?
정연 : ..? 그건 왜?
미주 : 말해 주세요.
정연 : .. (보는데)
씬50. 어느 성당 안
(제법 넓은 성당 안에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있다. 미사가 진행 중이고..
뒷문으로 정보부 요원 두병이 들어서더니 뒤쪽에 앉는다. 태섭쪽을 보는데..
태섭과 영국이 두 손을 모으고 열심히 기도 중이다. 정식, 적응 못하고 기가 막힌 듯이 태섭을 보고는..)
정식 : (작게, 영국에게) 아니, 아부지 언제부터 신앙생활 하셨어요?
영국 : (조용하라고 쉿..!) 이게 다, 너 사람 되라고 이러는 거야. 얼른 너두 기도 해.
(정식, 죽을 맛이다, 억지로 두 손 모으는데.. 태섭이 감았던 눈을 뜬다. 그 위로...)
장의원 : (E) 명동성당으로 가세요.
- 인써트 (씬 46의 그 호텔 앞)
(태섭과 장의원이 웃는 낯으로 악수하며..)
장의원 : (은밀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협의해서 이 문제를 터뜨리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 다시 현실..
(태섭, 뭔가 비장한 눈빛으로..)
씬51. 동, 고해실
(고해성사를 하는 작은 방... 칸막이 너머로 젊은 신부가 있다. 들어서는 태섭.. 십자 성호를 그으며...)
태섭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부 :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믿으며, 그동안의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태섭 : 며칠 전에..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젊은 대학생이 죽었습니다.
신부 : ..?
태섭 : 경찰에서는 과실치사라고 발표를 했지만.. 사실은 조직적인 고문에 의한 잔혹한 살인입니다.
(신부, 크게 놀라며 칸막이 쪽을 보는데.. 태섭, 품에서 서류봉투를 꺼내더니 고해실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태섭 : 사건에 관련된 자료들입니다. 부디.. 공권력에 은폐된 진실을 세상에 널리 알려주십시오.
신부 : ..!! (놀라서 뒤적이는데)
씬52. 몽타주 (미주 아파트 안)
- 샤워실 문 앞.. 발밑으로 툭, 벗겨져 내려오는 치맛자락...
- 샤워실...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물... 미주, 샤워를 하는데.. 그 위로..
정연 : (E) 오병탁 의원과 한 부시장님, 웬만한 형제간 이상이야.
- 인서트 (커피숍, 49씬에 이어서)
미주 : 언니가 뭘 걱정하는 줄 알아요. 저 한번만 믿어주세요.
정연 : (망설이는데)
미주 : 한 부시장님이라면.. 오의원님을 설득하실 수도 있나요?
정연 : 어쩌면..
- 고혹적인 옷.. 지퍼가 올려지고..
정연 : (E) 오의원님을 설득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한부시장님일거야.
- 거울 보며 화장하는 미주... 립스틱을 칠하는데..
- 거울 앞에 전신을 드러낸 미주.. 매혹적이다.
씬53. 로열클럽 밀실 안
(한명석과 오병탁이 술을 마시고 있다)
명석 : 국제 그룹을 끝내 해체한단 말씀이십니까?
병탁 : 이건 학살이야. 정권이 말기에 들어서서 발악을 하고 있는 거라구.
명석 : 괴로우시겠군요.
병탁 : 괴로운 정도가 아냐. 거기다가 조필연까지 입에 칼을 물로 미쳐서 날뛰고 있으니..
명석 : 한강건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병탁 : 조필연이 보내온 자료대로라면.. 퇴출이 불가피해.
명석 : 안타깝군요. 이강모 사장.. 이대로 보내기엔, 아까운 인물인데...
(이때, 노크소리... 명석이 네, 대답하면 미주가 들어선다)
병탁 : (놀라서) 차수정양 아닌가?
명석 : 수정양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미주 : .. (보다가, 요염하게 미소) 안녕하셨어요, 위원장님.. (명석과 시선 맞추며) 부시장님..
씬54. 검찰청, 검사장 방
(조필연과 검사장이 차를 마시고 있다)
검사장 : 이강모 사장, 혐의를 찾아낼 수 없더군요.
필연 : .. (찻잔 내려놓고) 없어요?
검사장 : 전혀 탈세 의혹도 없고, 부정 대출 증거도 못 찾아냈습니다.
필연 :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이 48시간 이랬나요?
검사장 : 예.. 그 후엔 귀가 조치를 시켜야 합니다.
필연 : 그럼, 풀어줬다가 몇 번만 더 잡아들이세요.
검사장 : (본다) 우리 그렇게 한가하지 않습니다.
필연 : 박 검사장, 곧 변호사 개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왕 검찰복을 벗고 개업을 하는 거면... 떼돈을 벌어야 하질 않겠소?
검사장 : .. (보는데)
씬55. 동, 취조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젊은 검사.. 자세가 흐트러져 있고.. 이에 비해서 강모는 반듯하다)
검사 : 좀 쉬었다 합시다.
강모 : 아마 지금쯤, 조필연 의원이 이곳에 와 있을 겁니다.
검사 : ..? (본다)
강모 : 온 김에.. 날 좀 보자고 전해주시겠습니까?
검사 : .. (본다)
강모 : 외상 장부가 하나 있다고 말씀드리면.. 입에 거품을 물고 내 앞에 나타날 겁니다.
(눈빛) 가서, 전해주시죠.. 나한테 외상장부가 있다고.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