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修할수 없는 정유년 삶을 돌아본다
정유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끝자락이 되면 한번쯤 한해를 반추해보게 된다. 올해는 내가 몇 점짜리 삶을 살았나. 제대로 된 점수를 준다면 E학점이 딱인것 같은데 인생의 삶이란 재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 D학점이다. 반성을 하면서 내년에는 C학점을 목표로 삼았다. 젊은 시절 같으면 욕심내서 B나 A학점도 도전해 보겠지만 이미 틀린 것이라는 걸 스스로 안다. C학점의 삶도 아주 열심히 심기일전해야 가능할 것 같기 때문이다.
퇴직 당시 남어지 인생 살아봐야 몇 년이나 살겠어. 무탈하게 적당히 살다가 생을 마감하면 되지 생각을 했었다. 지인들 중에는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거나 이것저것 일꺼리를 만드는 분들보고 부질없는 짓이라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것이 잘못한 생각이라 느낀 것은 근년이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후회해보니 이제 나이는 70대 후반이 되었다. 지금 이 나이에 뭘 해본다는 것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돼 용기는 더 없고 회한만 남는다. 이러니 목표를 C학점에 두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의 매일 일과는 아침에 신문 이리 뒤적여보고 컴퓨터나 TV 보는 것일 일상적인 생활이다. 이러다 보니 안사람의 핀잔을 듣는다. 몇해전부터 그러지 말고 청소라도 해 보라고 줄기차게 요구를 해온 걸 정유년에 실천을 하게 되었다. 며칠에 한번씩 하면 안되느냐고 항변해 봤지만 어림없다. 이틀마다 청소기를 비운다. 밀대를 이용해 걸레질도 한다. 걸레도 빨아보면 까만 물이 나온다. 이렇게 청소를 하지 안았으면 식구들의 허파로 들어갔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제는 잔소리 듣기 전에 청소를 한다. 청소리도 열심히 했으니 D학점을 줘도 될법하다고 위안해 본다. 내년에는 마음속에 새긴 일들을 잘해서 나에게 C학점을 당당하게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