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는 6월 17일부로 교구 사제 83명에 대한 2014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성남대리구 곤지암본당과 용인대리구 문호리본당(가칭) 주임 사제의 이임 및 부임 표정을 들여다봤다.
오전 7시 30분 곤지암성당 만남의 방 입구 주차장. 이임하는 주임 장찬헌(아넬로) 신부가 새로 파견되는 천리요셉본당의 이형모(스트라베르도) 총회장 등 상임위원들과 곤지암본당 신자들과 함께 이삿짐을 1톤 트럭 두 대에 나눠 실었다. 책장과 책이 대부분인 이삿짐은 단출했다. 매트리스 그리고 운동기구인 아령 등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자전거 두 대를 올리고 끈으로 단단히 맸다.
이어 곤지암본당 총부회장 최언진(마리아) 씨를 비롯해 소공동체위원회·성모회·제대회·전례분과 등 봉사자들이 장찬헌 신부와 함께 “장찬헌 아넬로 신부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현수막을 배경으로 마지막 기념 촬영을 했다.
담소를 나누며 미소를 보이기도 한 장찬헌 신부는 8시 17분에 성전으로 들어가 왼쪽 뒷좌석에 앉아 9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 한 단을 바쳤다. 교우들은 이어 ‘사제들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며 주님께서 장찬헌 신부의 깨끗하고 거룩한 사제직을 지켜주실 것을 기도했다.
독서대에 오른 장찬헌 신부가 “눈물이 메마른 줄 알았는데…”라며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자 이내 신자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온통 울음바다를 이뤘다. 잠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서는 장찬헌 신부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동안 곤지암본당에서 여러분이 제게 주신 사랑 잊지 않고 잘 살아가겠습니다. 항상 기도 중에 저를 잊지 않으시길 바라고요, 저도 여러분을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신자들에게 마지막 강복을 한 장찬헌 신부는 성전 출구에서 주차장 끄트머리까지 길게 늘어선 신자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신자들은 “장찬헌 아넬로 신부님, 만세!”를 외치며 환송했다. 8시 30분 천리요셉본당 총회장 차량 운전석 옆 자리에 앉은 장 신부는, 차창을 조금 내리고 신자들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소리에 손을 흔들며 용인 쪽으로 향했다.
천리요셉본당 이형모(65) 총회장은 “17일은 신부님들과의 헤어짐과 만남이 교차되는 하루였다”며 “본당공동체는 이날 아침 새 주임 사제로 부임하신 장찬헌 신부님을 반갑게 맞아 오전 10시 첫 미사를 봉헌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 5분. 양평군 서종면 하문호나룻터길 9-4. 수원교구에서 203번째 본당으로 6월 17일 설립된 문호리본당에서는 초대 주임으로 부임한 손기정(베드로) 신부가 백상현(시몬) 전 공소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도착했다.
손기정 신부는 사제관 및 교육관 건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성당 어귀에서 하차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손기정 신부는 마당에 두 줄로 선 150여 명의 신자들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했다. “신부님, 환영합니다!”라고 신자들이 인사하자, 손기정 신부는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두 손을 머리 위에 얹어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10시 10분 성당 2층 성전 제단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은 손기정 신부는 잠시 말없이 기도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1층에서 2층 성전까지 올라오시는데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한 손기정 신부는 “어젯밤 ‘새 임지가 어떤 곳일까!’ 하는 근심에 잠 한숨 제대로 못 잤으나 지금 이 순간 저를 반기시는 여러분의 환한 모습에 그 걱정은 안개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왼쪽 집게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방금 성전에서의 첫 기도로 주님께서 문호리본당 공동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해서 ‘하나 되게’ 해주실 것을 청했다”고 전한 손기정 신부는, 2007년 사제수품·보좌신부 1년·유학·팽성본당 주임 3년 등 지금까지 자신의 사제 여정을 소개했다. 이어 ‘자청’해 가요 ‘만남’을 노래함으로써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10시 30분. 손기정 신부는 모본당인 양수리본당 주임 정연혁(베드로니오) 신부와 공동 집전으로 신자들과 함께 첫 미사를 봉헌했다.
손기정 신부는 강론을 통해 “이웃뿐만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지 않으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하느님 자녀임을 깨닫는다면 모든 이를 사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이 앉아 있는 옆 사람을 찬찬히 보라!”며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연혁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풍성한 영성을 갖춘 거룩한 목자를 보내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미사 후에는 용인대리구 동부지구 사제단이 함께한 가운데 손기정 신부가 마련해온 떡과 막걸리 등으로 성당 마당 성모상 앞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손기정 신부는 ‘하늘의 여왕’ 쁘레시디움 단원 등 신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세례명과 얼굴 익히기에 바빴다.
한편, 오후 7시 30분 곤지암성당. 곤지암본당 제5대 주임으로 파견된 이광휘(미카엘) 신부가 2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부임 첫 미사를 봉헌했다.
이광휘 신부는 강론에서 “오늘 아침 장찬헌 신부님을 보내드리고 또한 저를 반갑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주님 안에서 서로가 잘 이해하며 위로해주고 사랑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곤지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광휘 신부는 세월호 사건 뉴스의 한복판에 섰던 와동일치의모후본당 주임으로서 공동체와 함께 힘겨웠던 상황을 이겨낸 저간의 과정을 설명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광휘 신부는 “공동체가 함께 하나 되어 아파하며 위로해주는 가운데 그 고통은 역설적으로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며 신자들에게 “‘미사 중심’으로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고 이를 실천해나가는 공동체가 될 것”을 청했다. 또한 이광휘 신부는 “세월호 사건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곤지암본당 총부회장 최언진(마리아·68) 씨는 “장찬헌 신부님께서 주임 첫 발령지인 곤지암에서 본당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난 3년 동안 다잡아 정립해 놓으셨다”며 “특히 미사 때마다 성경에서 끄집어낸 고갱이 같은 구원의 메시지들을 강론을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신자들 영혼의 양식을 풍성하게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오늘 제5대 주임으로 부임하신 이광휘 신부님은 와동일치의모후본당에서 최근 세월호 사건으로 많은 아픔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그 마음의 상처를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말씀의 강론을 해주셨다”며 “마치 이광휘 신부님 본당에 우리 신자들이 단체로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곤지암 교우들은 이래저래 복된 본당공동체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