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기록하는 에디터 선명이다. 오늘은 홍콩 여행 기초 정보 1편에 이어 홍콩의 교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홍콩은 다양한 교통 문화가 잘 갖춰진 도시다. 버스, 지하철, 페리, 트램, 택시 등. 홍콩의 교통은 홍콩 시민들에게 중요한 자원이자 생활의 필수적인 요소다. 그리고 여행자에게는 이 도시를 즐겁게 여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교통의 인프라는 그 도시가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홍콩은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가 빠르게 순환되는 대표적인 도시인만큼 발길이 닿는 어디든 편리한 교통수단이 존재한다. 조사에 따르면 홍콩 내 통행량 중 대중교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여행자에게 좋은 환경이다.
✔️ 도보
나는 쉼 없이 걷는 여행을 선호한다.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천천히 걷다 보면, 목적지보다 더 가치 있는 장소에 다다를 때가 있다. 그 순간을 위해 여행의 대부분을 걷는 데 투자한다.
홍콩은 그런 내게 걷기 편한 도시는 아니었다. 쉽게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오르막길도 많다. 덥고 습한 날씨도 한몫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홍콩을 방문한다면 걷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걸으면서 여행해야 볼 수 있는 홍콩의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영화 <중경삼림>은 홍콩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고르자면, 주인공인 페이가 빌딩 숲 사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모습이다. 트램이나 버스면 모를까. 에스컬레이터로 경사를 오르는 도시는 흔치 않다.
홍콩섬의 최대 번화가인 센트럴부터 시작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홍콩의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다. 스무 개 가량의 에스컬레이터가 경사진 언덕을 따라길게 이어져 있다.
도보로 홍콩섬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필수로 이용해야 하며, 따로 추가 요금은 없다. 우리가 공항이나 지하철역에서 이용하는 무빙워크의 옥외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편하게 경사를 오르면서 빌딩 숲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 꼭 이용해 보길 바란다.
아무리 집값이 비싸다 할지라도 도시에는 공원이 있기 마련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홍콩에도 규모가 큰 공원이 있다. 센트럴과 더불어 홍콩의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에는 카오룽 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자리하고 있다.
카오룽 공원은 과거 홍콩의 무법지대, 마약 소굴로 운영되었던 건물을 허물고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주민들의 근린 시설과 더불어 중국식 정원이 유명하다. 여행객이 자주 찾는 명소는 아니지만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고 싶다면 방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 버스
버스는 어느 도시에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이다. 인구와 교통량이 많은 홍콩에서는 자가용보다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는 버스가 잘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다. 배차 시간도 짧고 요금도 원화 기준으로 1,000원에서 2,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홍콩의 비싼 물가를 생각하면 교통 요금이 매우 싼 편이다.
홍콩은 영국의 영향을 오래 받아 2층 버스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2층 버스는 1층에 짐을 싣고 2층에 앉을 수 있어서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동 수단이다.
구글맵을 사용하면 정확한 버스 정보를 찾아볼 수 있으니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면 버스를 가장 추천한다. 심지어 해저터널을 통과해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오갈 수도 있다.
여행객을 위한 시티 투어 버스도 있다. 바로 런던이나 파리에서도 자주 이용하는 ‘빅버스’다. 빅버스는 관광을 목적으로 만든 버스답게 2층은 개방형이다. 또한, 관광 명소를 거치며 어느 정도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요금이 일반 버스보다는 비싸다. 따라서 여행 초기에 도시를 쉽게 익힌다는 목적으로 이용하길 추천한다.
빅버스 투어는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코스는 홍콩섬 남부로 가는 ‘그린라인’이다.
홍콩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 유럽인들의 인기 휴양지였다. 지리적으로 해변이 형성되지 않는 홍콩섬 남부에 유럽의 모래를 가져와 인공 해변을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홍콩섬 남부의 리펄스베이와 스탠리는 우리가 아는 홍콩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홍콩에서 유럽을 느끼고 싶다면 남부 그린 라인 코스를 이용해 보자.
스탠리는 마켓으로 유명하다. 여행지에서 쇼핑몰보다 시장을 좋아한다면 스탠리마켓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빌딩 숲의 열섬 더위와 시끄러운 소리에 지친 마음을 한적한 휴양지로 힐링할 수 있다.
✔️ 지하철
홍콩처럼 땅값이 비싼 도시는 지하철이 발달될 수밖에 없다. 다만, 홍콩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처럼 지상의 조건만 갖추고 있지 않아 짧은 노선을 제외하면 8개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다. 버스와 마찬가지로 구룡반도와 홍콩섬을 이어주고 있어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가격도 가장 저렴하고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홍콩의 n회차 방문이 아니라면 지하철은 추천하지 않는다. 지하를 달리기 때문에 홍콩의 풍경을 전혀 볼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지하철은 전반적으로 서울의 지하철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설도 오래되긴 했어도 깨끗한 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봤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한, 역무원이 굉장히 친절하고 영어를 잘 구사해서 잘 모르겠다면 역무원을 찾아보는 게 가장 빠르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답게 배차 간격도 매우 짧은 편이다. 단, 에스컬레이터도 굉장히 빠르다. 한국의 에스컬레이터를 생각하고 만만하게 보다가 다칠 수도 있다.
✔️ 페리
잠깐이지만 서울도 한강을 배로 횡단이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다. 인프라와 수요가 부족해서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말이다. 홍콩은 해상 대중교통이 반도와 섬을 이어주고 있다. ‘스타페리’를 이용하면 침사추이와 센트럴 사이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배라고 해서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1시까지 10분~20분 간격으로 운영되며, 요금은 한화로 1,000원 미만이다. 노선이 많지는 않지만 바다를 횡단하기엔 충분하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애용하는 만큼 편하고 저렴한 장점이 크다. 센트럴과 차이완에서 구룡반도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그리고 날씨가 화창하다면 꼭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 트램
홍콩 여행에서 피날레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빅토리아피크’의 야경이다. 홍콩섬의 꼭대기에 꼭대기에 올라 야경을 감상하는 투어는 홍콩을 방문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코스 중 하나다.
홍콩에서 트램은 노면전차로도 운영되지만,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피크트램’은 조금 더 특별하다. 아주 가파른 경사를 빠르게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꼭대기에서 구경하는 야경도 아름답지만, 트램을 타고 올라가면서 펼쳐지는 야경에 먼저 반하게 된다.
빅토리아피크 야경 투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홍콩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항공권과 숙박 다음으로 챙겨야 할 관문이 피크트램 티켓이다. 현장에서 사려고 마음먹지 않기를 바란다. 공항에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온라인으로 미리 구매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다.
홍콩 교통에 관한 정보를 따로 떼어서 소개하는 이유는 홍콩이 교통 문화가 다양하고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복잡하거나 주의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더 자세한 교통 정보를 찾아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이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