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레오노레 서곡 2번 Op.72a
베토벤은 자신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서 무려 네 개의 서곡을 남겼는데, 이것은 그 중 두번째 곡으로 1805년 11월 20일 빈에서 피델리오의 첫 번째 판본이 초연되었을 때 사용되었다. 오페라의 주요 대목에 등장하는 음악적 소재들이 골고루 나타나며, 흡사 한 편의 교향시를 방불케 하는 장대한 구성과 드라마틱한 진행이 돋보인다.
슈만 - 첼로 협주곡 a단조 Op.129
하이든, 드보르자크, 엘가의 곡들과 더불어 첼로 협주곡 장르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1850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작곡되었다. 그 무렵 슈만은 어둡고 무거운 번민에 시달렸던 드레스덴 시절의 그림자를 떨쳐내고 보다 밝고 희망적인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는데, 이 협주곡에서 그 시절 그의 고뇌, 투쟁, 몽상, 미소를 엿볼 수 있다. 첼로를 피아노 못지않게 애호했던 작곡가가 애정과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이 협주곡은 실내악곡을 연상시킬정도로 긴밀하고 섬세하며 무엇보다 슈만 특유의 낭만적 서정성으로 가득하다.
베토벤 - 교향곡 7번 A장조 Op.92
바그너가 춤의 신격화로 찬미했던 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가장 극단적인 교향곡이라 할 만하다. 이 곳을 이루는 네 악장은 공히 춤곡의 리듬 위에서 진행되며,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고양시킨다. 단순한 소재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절정에 이를 때까지 끈질기게 쌓아올리는 제1악장, 비장한 표정과 치밀한 진행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는 제2악장, 쾌활한 율동, 민요적 정취, 장난기 어린 유머를 절묘하게 아우른 제3악장, 그리고 가장 강렬하고 거대한 격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제4악장까지. 이 곡은 나폴레옹 전쟁이 막을 내린 후 베토벤이 청중에게 선사한 가장 떠들썩한 음악적 축전이며, 동시에 의미심장한 아이러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