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아침,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식 자체는 경험이 있으니 작은 수정란이 아이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비과학적인 부분을 믿는 건 아니지만, 이날 새벽 꿈에 아버지가 나왔습니다. 저에게 갈색과 하얀 토끼를 주시는 꿈이었는데 아직 이식도 안한 날 태몽을 꾸는 건 시기상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좋은 징조의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전에 임신했을 때는 꿈조차도 아무것도 없었던 기억이 나 여러 부분에서 시작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잠시 대기하다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는 소파술을 시술받았던 수술실보다 분위기가 조금 더 따뜻한 느낌이고 아득히 멀리서 작은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저희는 채취했던 난자와 정자의 상태가 아주 좋아서 5일 배아를 진행했었습니다. 6개의 배아가 상태가 모두 좋았고, 이날은 두 번째로 좋은 배아를 안착시킬 예정이었습니다. 수술실 안쪽방에서 냉동된 배아 한 개를 녹였고, 저와 남편의 이름을 확인했으며 수정란의 상태와 남은 개수가 적힌 사진을 하나 주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배아가 알을 깨고 나온 상태라서 착상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수정란이 무사히 아기로 태어난다면 세포 단위일 때부터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시험관 시술을 선택한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식 과정 자체는 간단한 수술이고 마취도 없어서 진행되는 동안 계속 마음속으로 그동안 결심했던 작은 다짐들을 되뇌었습니다.
이식 자체는 금방 끝났고 잠시 대기실에 누워있다가 귀가했습니다. 금요일이고 이식 다음 주는 공교롭게도 노동절, 어린이 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여서 마음 편하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연휴가 지난 월요일, 임신 사실 확인을 위해 병원에 방문해 피검사를 했습니다. 아침 일찍 피를 뽑고 출근을 한 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몇 시간 동안 초조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일단 피검사 수치는 274로 임신이라고 확인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기회가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겨우 첫 관문을 넘은 것으로,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라줄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단계이니 조심스러웠습니다. 지난번처럼 순수하게 기뻐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주 목요일 2차 검사를 받았고 순조롭게 수치가 1262로 올라있었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아기집이 제대로 잡혔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으러 갈 것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당분간 병원을 매주 방문할 계획이었습니다.
5월 말, 두 번째로 착상한 배아의 성장이 지난번에 자연 유산된 배아가 머물렀던 기간인 7주가 지나서야 저는 조금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6월 중순 정도 되어 10주에 들어서자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겉으로는 임신이 되었는지 어떤지 확인이 어려운 상태이니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저의 조직 책임자에게는 상황을 주기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도 좀 조심해 주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그러나 임신 초기로 접어들면서 입덧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다행히 입덧을 억제하는 약이 있고, 또 12주까지는 직장에서 2시간 단축 근무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근길에 남편이 회사를 데려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술, 제도, 주변의 도움들이 없었다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도 힘에 부쳤을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습니다.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크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자연스럽게 점점 뜨거워지는 계절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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